'쌍둥이 아빠' 전교조 출신 前교무부장과 두 딸 기소의견 송치
숙명여고 학부모 모임 "성적 재산정하고 전-현직 교사 자녀 전수 특별감사"
전국학부모연합단체 "학생부종합전형 불신 팽배한 상황에서 우려 현실화"
숙명여고 "쌍둥이 0점 처리-퇴학 결정 절차 진행 중", "교무부장은 파면건의 예정"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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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딸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실제 문제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구속된 서울 숙명여고 전교조 출신 전임 교무부장 현모(53)씨와 함께 그의 쌍둥이 딸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넘겼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오전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현 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 사이에 치러진 6번의 정기고사 중 다섯 차례에 걸쳐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쌍둥이 딸이 문·이과 전교 1등을 석권한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모두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쌍둥이가 문제·정답 유출 없이 제대로 시험을 본 것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한 번뿐인 셈이다.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지난 7월 쌍둥이 딸들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갑자기 성적이 올라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1학녀뉴 1학기 문과 전교 121등,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1학년 2학기 때 문과 전교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올랐다가 다음 학기에 나란히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두 쌍둥이 딸은 전교조 출신 부친으로부터 문제를 유출 받아서 부당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 수사결과 쌍둥이가 만든 '암기장'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전 과목 정답을 메모해둔 사실이 발견됐다. 경찰은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고 키워드를 만들어둔 흔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가 실제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서는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도 발견됐다.

물리 과목의 경우 계산이 필요한 문제 옆에서 정답 목록만 발견됐고, 계산하면서 문제를 푼 흔적은 찾지 못했다.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그대로 메모 돼 있었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 복원해보니 이 메모는 시험보다 전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택에서는 미적분 과목의 새 시험지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시험지 역시 미리 유출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현 씨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가 교무실 금고에 보관된 날에 각각 근무 대장에 시간 외 근무를 기록하지 않고 야근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현 씨는 "메모 등 문제유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는 잘 모른다"면서 "시험지 보관일에 야근했지만 기록하지 않았던 것은 평소 초과근무 때보다 일찍 퇴근해서 따로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것에 대해서는 "노후 컴퓨터를 교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쌍둥이 자매 역시 문제유출 정황에 관해 "시험 뒤에 채점하려고 메모한 것"이라면서 노력으로 성적이 향상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현 씨를 이달 6일 구속 전에 네 차례, 구속 후에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쌍둥이 자매는 총 세 차례 조사했다. 경찰은 쌍둥이는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현 씨 부녀와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3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은 현 씨를 정기고사 결재라인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은 있지만, 문제유출을 알면서 방조했는지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수사에서 드러난 학교 성적관리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안지침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시험지 보관 장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금고 개폐 이력을 저장하는 등의 보안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기소의견이 검찰에 전달되자 숙명여고 학부모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 수사에 2달이 넘는 시일이 소요돼 때늦은 발표에 아쉬움은 있지만 ‘사필귀정’의 수사결과를 환영한다”며 “이제 답안지 유출 당사자 교사와 그의 두 딸은 피고인 신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숙명여고 교장과 교감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을 비판하면서, 학교와 교육부에 성적 재산정과 전·현직 교사 자녀 전수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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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이날 숙명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장, 교사는 성적조작죄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사건은 이리 쉽게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장과 교감은 사과나 해결 의지 없이 '내부고발자' 색출에 골몰해 언론도 피하고 자퇴 신청한 쌍둥이 보호에 급급하다"며 "이들도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범죄자 교사를 파면하고 쌍둥이 자매를 퇴학시켜 전교생 성적을 정상화하기 바란다"며 "이 기회에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종보다 훨씬 공정, 객관적이며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숙명여고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육감 및 교육청과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숙명여고는 이 같은 결정이 교육청, 전문가의 의견과 학부모회 임원회의의 의결을 거쳤으며 학업성적 관리위원회와 선도위원회의 의결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현 씨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파면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숙명여고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사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께 심려를 끼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쌍둥이는 지난 1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쌍둥이를 징계해야 할 상황을 고려해 자퇴처리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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