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퇴진 첫 언급..."성장없는 경제 속에 잘 산 적은 없다…어렵고 힘없는 사람들만 더 어려워져"
'소득주도성장' 변함없는 투톱 교체에 "성장 생각않는 해태, 대통령이 이래선 안 돼"
"어떤 경우도 당 기강 흔들려선 안 된다"며 전원책 조강위원 해촉 사후 수습도
'인사청탁 명단 전달' 폭로엔 "2명 명단 줬지만 黨추천, 나와 무관한 사람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생각하지 않을 바엔 스스로 야당으로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비대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퇴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진보일수록 포용적 성장이든 무엇이든 경제 성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성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일종의 해태이고, 직무유기”라고 했다. 같은날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포용국가를 힘있게 추진하겠다”며 정책 변화는커녕 노선을 재확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 성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이 더 힘들고 어렵게 된다”며 “대통령이 이래서는 안 된다. 성장없는 경제 속에서 잘 산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정부는 대기업 노동조합 등 이미 많이 가진 사람들의 편에 서 있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많이 밀리는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이 인식부터 바꾸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장을 촉진하는 정치 집단이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격해져 사회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이른바 ‘경제 투톱’을 동시 경질한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일했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노무현·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면서 두차례 ‘강남 집값 폭등 등 정책실패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을 각각 후임으로 정해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시장을 중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절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은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내 전권(全權)을 준다며 영입했던 전원책 변호사를 위원단에서 해촉한 것과 관련, '당 기강 쇄신'을 거듭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는 전원책 변호사가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비대위에서 정한 '내년 2월말'보다 더욱 늦춰야 한다고 당 안팎의 경로를 통해 반대하자 '조강특위의 월권'이라는 취지로 해촉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당의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당의 기강이 흔들리면 어떤 쇄신·혁신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만큼, 비대위의 남은 기간 동안 기강을 다잡아서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원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살다보면 비바람도 치고 태풍도 몰려오지만 우리가 비바람을 이겨나가도록 다잡아가야 한다”고 했다.

전 변호사가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공개 표명키로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가 나올지 저는 알 수 없다”며 “이미 해촉돼 우리 당과 관계없는 자연인이자 시민인 만큼 별다른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강특위 위원 인사 청탁을 했으나 불발되자 나를 내쫓은 것'이라는 전 변호사 주장에 대해서는 “당에서 추천된 인사 두 명의 명단을 준 적은 있다”고 '명단 전달'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저와 전화 한번 해보지 않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저와 관계가 없는 사람을 강요할 이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전 변호사의 후임 외부위원 영입에 대해서는 “(당협위원장 임명 심사 관련) 조강특위에 전례없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이 얘기할 문제”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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