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불황' 정책기조 반성 없이 '위기론' 부인 급급
김수현 "기존 경제정책 유지…경제 안 좋지만 위기라는 말은 부적절"
홍남기 "경기침체 진단 섣부르다…최저임금 고용 영향 단언 못한다"
한국경제 위기론에 거부감 나타낸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경제부총리 후보
포용·혁신성장 목표라며 소득주도-공정경제 등 노동·기업규제 유지방침 표명

사진 왼쪽부터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9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함께 경질된 뒤 새로 '경제 투톱'에 기용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일성(一聲)은 '문재인 불황'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만큼 사실상 실패로 판명된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등의 기존 경제정책에 집착하고 위기에 처한 현실경제 진단도 안이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11일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등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함께 추진해 포용국가를 달성하겠다는 방향은 명확하다"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분리할 수 없이 묶여있는 패키지고 큰 틀의 방향에 대해 수정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남발하는 공정경제로 어떻게 혁신성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 3대 원칙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만 궁극적인 목표인 '포용국가'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김 실장은 말했지만 자유시장경제를 의미하는 경제학적 개념인 포용성장을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달성하겠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는 고용·실업률 악화, 기업 투자 부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며 현실 인식의 문제를 드러냈다. 그는 "경제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여러 제반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위기냐 아니냐 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제가 튼튼하다 어떻다 라는 논쟁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자신의 역할은 대통령과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돕는 것으로 더는 '투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 경제부총리를 뒷받침하겠다"며 "투톱 같은 말이 안 나오게 엄중히 대처하고 긴밀히 협력해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나의 팀으로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인사발표 당일인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 맥주집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나눴던 대화가 이날 오후 보도되면서 그가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를 인식하고 있는지도 드러났다. 홍 부총리 후보자는 최근의 각종 지표 부진을 경기침체 또는 경제위기로 진단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다.

홍 부총리 후보자는 "경기(한국경제)가 위기, 침체라고 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김 실장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 인식을 드러냈고 과도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참사를 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단언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와 관련해서 하방위험성, 하방국면, 침체 위기 등 여러 얘기가 있을 수 있고, 고용과 설비투자 등이 지표 측면에서 부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지표를 자세히 보면 성장률과 견고한 지표도 보인다"며 "최근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에 있지만 그걸 가지고 경기가 위기, 침체라고 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16.4%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지표 부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고용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냐는 단언적으로 말할 수 는 없고 부분적으로 영향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 후보자는 또 "아마도 올해 어려움이 내년에 금방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에도 상당부분 힘들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각인하고 가능한 희망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며 "경제 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과제에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면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으로 이어져서 잘 사는 국가가 아니고 함께 잘 사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과 홍 부총리 후보자의 이런 발언들은 최근의 경제상황을 '경기둔화'로 공식 판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물론이고 경기부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기재부의 상황 인식과도 거리가 있다. KDI가 최근 경제상황을 '경기둔화'로 공식 판정한 것에 이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하는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DI는 지난 8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었으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는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도 지난 9일 발표한 '그린북(11월 경제동향)'에서 "9월 산업활동동향이 전반적으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부진하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 8일(현지시각) 투자자들에게 보낸 세계 거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잠재성장률 추정치(2.7~2.8%)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등 각종 대외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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