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 대피...현재 사망자 25명-실종자 110명에 달해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주(州) 재난 역사상 전례없는 대형화재가 동시에 발생했다. 미국 언론들은 대피한 주민만 30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10일(현지시간) 오후까지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망자는 25명, 실종자는 1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신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산불, 사투 벌이는 소방대원
캘리포니아 산불, 사투 벌이는 소방대원

CNN은 11일 "지난 8일부터 발생한 3개의 대형 화재로 179500 acres(약 726㎢)에 달하는 지역이 불길에 휩싸였지만, 강풍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726㎢는 약 2억2000만평에 달하는 크기로, 서울(605㎢)보다도 넓은 면적이다.

뷰트 카운티에서 발생한 ‘캠프파이어’로 424.9㎢에 달하는 지역이 불에 휩싸였으며, LA 북서쪽에서 잇달아 발화한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도 301㎢에 달하는 지역이 불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피해가 미국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됐던 지난해 ‘나파·소노마’ 지역의 피해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나파,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화재로 건물 5636채가 전소됐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역사상 최악의 화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 산불로 사라진 소도시 ‘파라다이스’

‘캠프 파이어(Camp Fire)’라 이름 붙은 대형 화재는 지난 8일 발생했다. 캠프파이어로 불에 탄 면적은 424.9㎢로 서울시 면적(605㎢)의 3분의 2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소한 미국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 마을의 집터
전소한 미국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 마을의 집터

AP통신은 "파라다이스 마을에는 불길에 휩싸여 전소한 차량과 앙상한 주택 뼈대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290㎞ 떨어진 뷰트 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에 탔다. 주민 2만 6~7천여 명이 모두 대피했다. 지난 8일 캠프파이어가 발화한 직후 불길이 마을 전역을 휘감았고 프로판가스통이 터지면서 불기둥이 치솟고 전봇대가 쓰러졌다. 도망쳐 나온 주민들은 현지 방송에서 화재 현장에 대해 "아마겟돈 같은 전쟁터였다"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묘사했다. 대피로가 산길 하나뿐이어서 차가 가로막히자 뛰어서 대피한 가족도 상당수다.

코리 호네아 뷰트 카운티 경찰국장은 "주민 23명이 파라다이스 마을과 주변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시를 포함, 버트 카운티 주민 5만2000명이 대피명령을 받고 길로 나섰다.
 

캘리포니아 산불로 전소한 차량들
캘리포니아 산불로 전소한 차량들

경찰은 현장에 DNA 감식팀을 보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자 110명 중 다수는 연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뷰트 카운티 경찰국에는 수백 통의 실종자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파라다이스에서 40년간 살았다는 주민은 "파라다이스는 끝났다. 우리에겐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은 "불이 너무 빨리 퍼지고 있다. 도로에도 불이 번져 탈출로를 막고 있다"고 미 언론에 전했다.

● ‘말리부’ 덮친 산불, 레이디 가가, 킴 카다시안도 ‘대피 중’

파라다이스에서 약 800㎞ 남쪽 지점인 LA카운티와 말리부 카운티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LA 북서쪽에서 잇달아 발화한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는 북 캘리포니아의 ‘캠프파이어’ 산불보다 규모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위협하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소방당국은 LA카운티의 말리부, 인근 벤추라 카운티 주민 20만명 이상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유명인의 별장이 몰려있는 해안도시 말리부에서도 1만2000명의 주민들이 대피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부의 초호화 맨션이 불에 타기도 했다. 유명 방송인 케이틀린 제너의 집도 불에 탔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 배우 올랜도 블룸, 방송인 킴 카다시안 패밀리 등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불을 피해 대피길에 올랐다. 이들은 SNS를 통해 "집을 떠나고 있다. 기도해달라", "소중한 소장품을 집에 두고 왔지만 아직 위험한 것 같지는 않다"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이 거센 울시파이어의 현재 진화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일 총기 난사로 12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사우전드 오크스에서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일 강력한 속도로 확산하는 산불 ‘힐 파이어(Hill FIre)’가 일어났다. 말리부 서북부 50㎞ 지점에 위치한 소도시 사우전드 오크스에 발생한 ‘힐 파이어’는 6시간 만에 40㎢의 면적을 불태웠다. 클라우디아 빌데 라 페냐 사우전드오크스 시의원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잔혹하고 지옥같은 3일"이라고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