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10㎏ 상자 2만개에 담아 11-12일 이틀에 걸쳐 운반...대규모 대북 반출
문대통령,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
원희룡 “김정은 위원장, 한라산 백록담 헬기 착륙 방안 검토”
홍준표, 北 귤배송에 "상자에 귤만 있다 믿는 국민 몇이나 되겠나"

청와대는 11일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라며 북한 측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제주 감귤 200t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남측 물자의 대규모 대북 반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양 가는 제주산 감귤 (사진=연합뉴스) 공군 C-130 수송기가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산 감귤 50t을 싣고 있다.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라며 제주산 감귤 200t을 11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북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평양 가는 제주산 감귤 (사진=연합뉴스) 공군 C-130 수송기가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산 감귤 50t을 싣고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라며 제주산 감귤 200t을 11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북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 아침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이 수송기를 함께 타고 평양으로 가 선물을 북측에 인도한다. 귤은 10㎏ 상자 2만개에 담아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운반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2010년 천안함 피격 사태 이후 남측의 물자가 이처럼 대규모로 북한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2010년 초까지 12년간 진행된 제주도의 북한 감귤 보내기 운동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멈췄다.

정부는 이번 귤 지원에 대해 5·24조치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 망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5·24조치가 남북교역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귤 지원은 대가가 오간 것이 아닌 데다 북측이 송이버섯을 선물한 데 따른 답례의 성격이기 때문에 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상 금수 품목에 농산물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안보리 제재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한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김 대변인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천 차관과 서 비서관의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남북이 합의한 대로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견인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 환송하는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평양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환송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 환송하는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평양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환송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선물로 '제주 귤'을 선택한 것 역시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산행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답방하면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아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도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며 제주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의 외조부인 고경택이 제주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4년에는 김 위원장 외가의 가족묘지가 제주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김정은이 한라산을 방문할 경우를 대비한다며 한라산 정상을 찾았다.
 

10일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시 한라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10일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시 한라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등반한 후 “한라산은 보존 차원에서 백두산처럼 시설을 만들지 못해서 걸어서 올라오기 쉽지 않은 상태”라며 “(김 위원장을 태운) 헬기 착륙 방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헬기 착륙 가능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며 “백록담 분화구 안에 착륙하면 백두산 천지 물과 한라산 분화구 물을 합수하고 헬기가 다시 올라올 수 있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에 귤을 200톤을 보낸 것과 관련해 의구심 어린 눈길도 제기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이미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수억달러를 북에 송금한 전력도 있으며, 최근엔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석탄을 몰래 거래하는 사건도 있었다"며 "이러다가 한국이 미국이나 유엔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 살얼음을 딛는 듯한 요즘"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선 무장 해제를 하고 군대를 무력화시키고 일방적으로 항복 선언을 하는 것을 평화 프레임이라고 국민들을 현혹 하고 있습니다만 평화를 싫어 하는 국민들이 어디 있겠냐”며 “평화로 가는 방법상의 문제가 틀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홍 전 대표가 '귤 상자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비꼰 것과 관련해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꼼수"라며 즉각 반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 너무 나갔다 확신한다. 차라리 귤을 보내는 것을 노골적으로 반대하지 이런 얄팍한 의혹을 제기하면 국민을 현혹 시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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