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간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북한과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난 다음 날일 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진행 상황에 매우 기쁘고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고 했다. 이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비핵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한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한 것”이라며 또한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급할 것 없다’는 발언을 통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을 압박할 의도라는 진단이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VOA에 “북한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없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으며 이 때문에 미국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힌다면 북핵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전술’로 분석했다. 북한과 문제가 잘 풀리고 있지 않음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핑계를 대기 위해 자신은 시간 압박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며 ‘회피 전술’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북핵 협상이 지금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경우 미국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야겠다고 느낄 수 있다”며 “이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분명한 위협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얼마나 기다릴 준비가 됐는지, 또한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간선거를 치른 미 행정부가 이제 다시 북한을 압박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파트너 국가들이 김정은에게 제재 완화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하도록 부추겼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그런 행동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 수준에 안도하고 있지만 실제 위험은 북한이 다시 실험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도발 움직임을 막기 위한 수단은 제재를 통한 압박”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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