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대표 "現정부의 가짜뉴스 캠페인 보면, 스스로 가짜뉴스로 집권했단 사실 아는 듯"
이석우-정규재-이인철, '文정부 가짜뉴스 대책' 진단
이석우 대표 "文은 '지금처럼 언론이 자유 누린 시기 없었다'지만...실제로는 어떤가"
'탈북기자 배제-과거 종편패널 퇴출' 등 現정권의 '언론 자유 억압' 사례 나열
"가짜뉴스대책 적극 찬성하는데, 중요한건 객관성과 형평성...前정권 사례들 직시해야"
정규재 대표 "유튜브 규제는 시대착오적...오히려 기존미디어 규제 풀어야하는데 거꾸로"
"일부 저질 사례 핑계로 보수(유튜브) 때려잡아, 자신들만의 가짜뉴스 본격화하려는 것"
이인철 변호사 "미디어규제와 콘텐츠 규제는 별개의 영역"
"슬그머니 미디어법 개정해 콘텐츠 규제하는 것은...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 용어는 규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프레임”

미디어연대(공동대표 이석우·조맹기·황우섭)가 9일 <문재인정부 가짜뉴스 근절대책의 문제점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제7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들은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권 및 집권여당이 강조하는 가짜뉴스 대책에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치적 의도성이 엿보인다고 평가했으며, 시대에 역행하는 인식들도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9일 <문재인정부 가짜뉴스 근절대책의 문제점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제7차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인철 변호사,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이석우 미디어연대 대표, 김용호 부경대 교수


이날 토론회에선 김용호 부경대 교수가 토론회 사회를 맡고 이완수 동서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기조발제를,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겸 주필과 이인철 변호사가 각각 발제를 맡아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완수 교수는 ‘가짜뉴스(fake news)란 무엇인가: 가짜뉴스 개념과 범위에 대한 다차원적 논의’를 주제로 다뤘다. 다만 이완수 교수는 이날 갑작스런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참석이 어려워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가 대신 발제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언론계와 정치권 등이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면서 개념에 대한 혼란을 빚는 와중에서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개념 및 가짜뉴스의 범위까지 살폈다. 특히 이 교수는 가짜뉴스를 법률적, 저널리즘적, 기술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가짜뉴스의 개념과 범위를 조명하고, 이를 토대로 가짜뉴스에 대한 적절한 개념 접근을 시도했다. 

이완수 교수 “한국언론 고질적 정파성에 따른 사회 불신이 가짜뉴스 태동”

이 교수는 ▲가짜뉴스의 개념적 타당성의 문제 ▲가짜뉴스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의 문제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주체의 문제 ▲가짜뉴스에 대한 표현권의 문제 ▲정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이 심한 한국 사회의 특수한 환경 관점의 문제 ▲가짜뉴스에 대한 해석의 문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의 문제 등 다각적 측면에서 가짜뉴스의 개념을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 정파성에 따른 사회적 불신이 가짜뉴스 태동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존 언론의 뉴스보다 가짜뉴스를 더 믿거나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언론의 보도는 무조건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것은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 가짜뉴스 규제론과 관련해 “거짓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상황에서 가짜뉴스를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는 표현의 자유권이라는 헌법정신의 적법성을 떠나 정보의 무제한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일방적 규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정부의 규제를 어디까지로,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의 가짜뉴스에 대해 처벌의 수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가짜뉴스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운동과 교육은 어떻게 프로그래밍 할 것인지를 정하는 작업이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불가피하게 불참석한 이완수 교수 대신 참석한 이석우 미디어연대 대표 또한 문재인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와 배치되는 사례들을 나열하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폭스뉴스가 문 대통령을 인터뷰할 당시, '지금 한국 내에 언론과 탈북민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며 "이 질문은 한국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이며, 그런 정황이 없으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 질문에 ‘한국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가 구가되는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어떤가"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 사례로는 현 정부 들어서 벌어진 ▲공영방송 사장-이사-경영진 강제퇴출 ▲남북정상회담 취재 당시 특정 언론사의 탈북 출신 기자 배제 ▲대북관계 보도 관련 방심위의 권고지침 ▲과거 대표적 종편 패널들의 퇴출 ▲한국 언론 자유에 대해 우려하는 국제 반응 등을 나열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가짜뉴스 대책과 개선책을 절대 찬성하지만 중요한건 객관적이고 형평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현 정권과 이전 정권, 모두 가짜뉴스 대상으로 조사하는게 맞다. 양쪽을 모두 대상으로 개선책을 내놓으라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도 이전 정권에서 있었던 가짜뉴스들이 그 양이나 악의적인 성질이 더 크지 않나 이런 점들을 직시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규재 대표 “가짜뉴스를 만드는 언론인들, 언론이 가짜뉴스에 중독돼”

정규재 펜앤마이크 대표겸 주필은 <그들은 왜 가짜 뉴스를 만드나>란 주제로 발제토론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 정부가 가짜뉴스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는 걸 보면, 정권 담당자 스스로 자신들이 가짜뉴스를 통해 집권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싶다"며 "도둑이 제발저리는 격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날 언론 환경에 대해 “언론이 미디어의 원래 위치(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자가 되고 종합 판매상까지 겸하는 지경이 되고 있다는 것은 도처에서 발견되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그것은 중세의 종교재판 프로세스를 방불하는 것이고 거짓말을 피워내는 공장이며, 정치적 무리를 짓고 야비한 목적을 숨긴 채 퍼뜨리는 음습하고 불온한 신화들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자극적인 정보로 국민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짜뉴스’로 밝혀진 사실들이 많지만, 여전히 국민들 인식 속에 사실 관계가 정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 대표는 ‘정윤회 국정농단’ 보도, ‘우병우 처가 땅, 권력형 불법매각’ 보도, ‘최순실, 태블릿PC로 연설문 수정’ 보도, ‘보수 정부 동안 성장하느라 불평등 심화’ 보도 등을 나열하며 "가짜의 시대"라고 질타했다.

또한 두 달 여간 보도해온 펜앤마이크 기획시리즈 <가짜 뉴스를 만든 언론인들> 연재를 소개하면서 일종의 터부를 깨는 작업이었다며, “지난 2년여의 소위 정치적 급변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증오심에 사로잡혀 가짜뉴스를 만들어 냈고 쏟아냈다”며 “가짜에는 단순한 과장보도 외에 지어낸 이야기와 악의적 왜곡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한겨레 1면톱 “대기업돈 288억 걷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센터장” 기사를 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친일파 문창극’ 만들어낸 KBS ▲광우병 왜곡보도 ▲거대한 거짓을 쌓은 탄핵 보도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문창극 보도와 관련해 "‘예수가 누구든지 죄 없는 자는 돌로 쳐라’라고 말한 것을 마치 ‘예수가 저 여자를 쳐라’라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수가 말한 것은 누구든지 죄 없는자가 있다면 이라는 조건절이 있을 뿐더러, 사실은 저 여자를 돌로 치지 말라는 주장이었는데 전후 맥락을 모두 삭제해 왜곡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문창극 후보가 당시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있으면 게으른 모습을 보였지만 만주에 가니까 열심히 살더라. 왜냐하면 당시 조선 말기 착취제도로 빼앗길 것이 두려워 일을 안한다. 근데 만주에 가면 빼앗는 사람이 없으니 열심히 한다'라고 발언을 했는데 '한국인들은 게으르고 일안한다'라는 내용만 인용해서 민족 비하발언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대표적인 악질적 보도인데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가짜뉴스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려는 게 본질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각 분야에 걸쳐 심각한 조직적 부패에 직면해 있다. 공영방송은 그 본질적 기능으로부터 이탈했고 민간 언론은 서서히 자기 권력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그 종합적 결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퇴행이며, 좌경화며, 인민주의적 정치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가짜 뉴스에 중독되어 있다”며 “정치는 거짓말의 성찬이며 거짓말을 경쟁하고 있다. 언론이 그것을 정화하기는커녕 그 경쟁에 같이 뛰어들고 있다. 물론 반시장 경제를 부추기고 반기업정서를 확신시키는 상업주의적 훼절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인철 변호사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 용어는 규제를 위한 프레임 증명”

이인철 변호사는 <가짜뉴스 프레임 비판 - 가짜뉴스 대응 입법안과 정부의 대책안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의 10월 8일자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이라는 문건을 토대로 “입법안이나 정부문건은 기본적으로 규제의 관점을 취하고 있는데, 대상이 되는 가짜뉴스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다”며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정보 통제와 커뮤니케이션 규제의 근거 마련을 위한 프레임으로서 고안된 것이라고 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의 10월 8일자 대책문건은 가짜뉴스를 허위조작정보라고 부르면서 이를 악의적 의도의 허위 정보라고 정의한다. 이는 기존의 허위사실이라는 용어와 동일한데, 기존제도에 의해서 충분히 다루어지는 영역의 것”이라며 “허위조작정보가 기존의 법령으로는 다룰 수 없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아니하면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문건은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라는 용어가 규제를 위한 프레임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법안 즉,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가짜뉴스 여부에 다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안들은 각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의 발단이 정부 비판의 유튜브방송이었다면 정부 비판의 이유인 정부의 신뢰 회복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며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을 정보 통제를 통해서 가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할 일은 문건을 만들어 대책을 논할 것이 아니라 신뢰의 회복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디어법 개정 시도와 관련해서는 "사실 미디어규제라는 것과 내용 규제는 서로 별개의 영역"이라며 "법제 자체가 구분돼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부서 구분돼있는 상황에서 슬그머니 미디어법을 바꾸는 형식을 통해서 콘텐츠 자체를 규제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에도 기존 미디어 규제법 안에 새로운 미디어를 넣으려는 노력은 많이 있었는데 그 자체가 콘텐츠를 규제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여러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하는데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 규제에 넣겠다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미디어연대·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펜앤드마이크 후원으로 진행됐다. 펜앤드마이크를 통해 유튜브로 방송돼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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