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당장은 생산차질 없어...지나친 해석은 삼가달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가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플루오린화수소산(이하 HF, HydroFluoric acid)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양사는 당장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HF는 플루오린화수소를 물에 녹인 수용액으로 국내에서는 '불산'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으로 수출되는 HF 물량 일부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 물량은 스텔라, 모리타 등 일본의 HF 생산업체 중 한 곳에서 생산된 것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일본에서 HF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으로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HF 수출을 제한할 경우에는 반도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8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PenN)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HF 수출을 막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진 게 없고 당장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기에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HF를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있고 수출 물량을 사전에 승인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제조용 HF를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에 수출되는 HF 물량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될 HF 물량의 수출을 왜 승인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용 HF는 높은 순도가 필요해 일본의 스텔라, 모리타 등 일부 소수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으로 생산하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생산하고 있는 HF가 국내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일본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HF를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HF는 최근 원재료 광물인 플루오린화칼슘(CaF2)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전 세계 플로오린화칼슘 생산량의 50%를 책임지는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생산량을 줄이면서 HF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한 후 급랭하고 있는 한·일 외교관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미국 뉴스통신사인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한국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지원한 한국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와 이번 HF 수출 제한이 연결되는 것을 극력 꺼리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가 수출 승인을 막은 HF 생산업체가 신청 서류상의 미비와 같은 행정상의 문제나 이전 수출 건에서 사후 문제가 발견돼 수출이 제한됐을 수도 있고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지나친 해석은 삼가달라"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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