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회담 연기 전날까지도 "회담 동력 지속" 장밋빛 기대감 내비쳐
트럼프 "급할 것 없다"지만 전직 대북외교관들 "교착 길어질 것"
WSJ "北, 회담 취소로 미국 놀래켰다"
갈루치 前특사 “한반도에서 작년보다 더 심한 긴장 촉발될 수 있다”
남은 것은 文정권의 공허한 ‘평화’ 낙관론 뿐

사진=연합뉴스

미북 고위급회담이 개최 예정일 하루 전인 7일 전격 연기되면서 핵신고와 제재완화를 둘러싼 미북 간 갈등이 본격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난 7일(현지시간)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핵협상을) 서두를 것 없다"고 했다. 또한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의 '대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기 전에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고위급 회담 연기 하루 전에도 ‘새로운 미북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며 대북 제재완화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불과 하루 만에 빗나갔다.

●北核 협상 트럼프 대통령 “급할 것 없다”지만…전직 외교당국자들 “진전이 없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을 “내년 언젠가, 내년 초쯤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북한과의 진행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며 “우리는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급할 것 없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를 언급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가동 중”이라며 “제재를 없애주고 싶지만 그들(북한)도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I'd love to take the sanctions off, buy they have to be responsive, too)”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은) 양방향 도로”라며 “어떤 경우에도 급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미북 고위급회담 연기에 대해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는 뜻”이라며 “교착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만남을 통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은 미국과 회담을 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모든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과정이나 제재완화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북대화가 한동안 답보상태에 놓일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중단된 상황이 유지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한반도에서 지난해보다 더 심한 긴장이 촉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것은 “미북 양측이 중요한 시각차 때문에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협상 전술을 펴고 있다는 정황 역시 제기돼, 협상이 쉽사리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회담을 취소함으로써 미국을 놀래켰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조기 제재완화 같은 조치를 얻어내고자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전까지 경제적 보상이 없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요구에 대한 북한의 불만 메시지로도 해석된다”고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고위급회담의 연기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정상회담 전’ 협상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미국의 입장은 선 제재완화, 후 비핵화 쪽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기로 결심했으며,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고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북 실무급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까지 연기되고, 북한이 ‘병진노선’으로의 복귀를 언급한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게다가 미국은 북한에 성급한 양보를 하지 않고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의 교착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고위급 회담이 미국 측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문이 없는 만큼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 당국자를 만나기 전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했었을 것”이라며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진전을 이뤘고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때는 이미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따라서 이번 회담이 연기된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일 수 있다”고 했다.

● 靑은 고위급회담 연기 직전까지 '장밋빛 기대감' 내비쳐

반면 청와대와 외교부는 7일 미북 고위급 회담이 돌연 연기되자 ‘회담 동력이 유지되고 있으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위급 회담 연기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제가 말씀드렸던 흐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기됐다고 해서 회담이 무산되거나 회담 동력이 상실되는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것으로 알려진 핵 리스트 제출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 회담 연기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날만 해도 김 대변인은 미 국무부가 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4개의 기둥’을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제재완화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4대 합의사항 중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이번 뉴욕 회담에서 본격 협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북회담의 연기로 그의 예상은 불과 하루 만에 빗나갔다.

김 대변인은 회담 연기와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7일 미 국무부의 ‘회담 연기’ 발표가 임박해서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을 통해 그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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