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나라 근간 흔들리는 데 참담"
"적폐청산 명부 檢수사, 보수궤멸 공작·盧 죽음 정치보복"
"靑 공직자들 수사, 날 목표로 한게 분명…직접 물으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 나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 관련 입장을 퇴임 후로는 처음으로 직접 발표했다.(사진=YTN 뉴스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 나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 관련 입장을 퇴임 후로는 처음으로 직접 발표했다.(사진=YTN 뉴스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17일 문재인 정부 검찰의 이른바 '적폐 수사'를 겨냥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으라"고 직접 포문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역사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계기로 적폐 수사는 비리 수사가 아닌 정치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그는 자신의 퇴임 후 5년 동안을 회고하면서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짚는가 하면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중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면서 "국민 총 단합"을 강조하고,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우리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치보복성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는 건 국민 단합을 저해한다는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퇴임 후 정국 현안 관련 공식석상에서 입장을 발표한 첫 사례다. 전날(16일) 밤과 이날 새벽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등 최측근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으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당초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현 정부의 적폐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남기는 등 낮은 수위의 대응에 그쳤으나 최측근 구속에 이르자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당초 오후 4시30분에 실시한다고 공지했다가, 오후 5시로 미룬 뒤 30분을 한차례 더 미루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회견에 나서기에 앞서서는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고 서울 모처에서 측근들과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음은 이 전 대통령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

국민 여러분. 매우 송구스럽고 참담스런 심경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나라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서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수행에 임했습니다.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으므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역사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낍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공직자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 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게 오늘의 제 입장입니다.

끝으로, 평창올림픽을 어렵게 유치를 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총단합해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우리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는 좋은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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