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고위급회담 무기연기-김정은, 핵리스트 제출 '거부'...난기류 확산
美北 고위급회담 무기연기-김정은, 핵리스트 제출 '거부'...난기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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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완화로 北비핵화 견인' 文의 對北정책 파산으로 가나?
美국무부 "美北고위급 회담 연기"...공식 발표 후 불과 2일만에 취소
김정은 “核리스트 주면 美의 공격 타깃 된다”...정의용 靑안보실장, 국감 답변에서 밝혀

미북 관계가 또다시 난기류에 빠지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미국에 핵리스트를 주면 미국의 공격 타깃이 된다"며 사실상 핵리스트 제출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다음날로 예정된 미북(美北) 고위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7일 발표했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와 대북(對北)제재 해제를 둘러싼 미북 간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파산을 맞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대북제재 완화로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고 설득해왔기 때문이다. 

美국무부 “폼페이오-김영철, 8일 北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미북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7일 발표했다. 앞서 5일 국무부가 성명을 통해 고위급 회담의 장소와 시간을 공식 발표한지 불과 이틀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다”며 “추후 일정은 서로의 일정이 허락될 때 다시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과 7일 뉴욕행 비행편 탑승을 위해 미리 경유지인 베이징에 들어와야 했지만 예약을 취소하고 끝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은 북측의 요청으로 연기된 이번 고위급 회담의 일정을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그 보상에 관해 미국과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회담 연기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核리스트 주면 美의 공격 타깃 된다”...사실상 핵리스트 제출 거부

김정은은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리스트 제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신뢰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무기, 운반 수단의 리스트를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공격 목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한 얘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도 핵 리스트 신고를 매우 중요한 (비핵화) 단계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신고) 절차들은 당사자 간 확실한 신뢰 조치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종전선언에 관해선 “가급적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도록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형식에 대해서도 상당히 오픈돼 있다”고 했다.

●美北, 고위급 회담 前 비핵화-제재해제 순서 두고 갈등 심화 

최근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제재 해제 순서를 두고 대립해 왔다.

미국은 핵리스트 제출과 비핵화 검증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즉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위해 보유한 핵물질의 양과 종류, 핵시설의 위치와 규모, 핵탄두의 숫자 등이 포함된 핵리스트를 먼저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미국이 직접 핵검증을 철저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결같이 이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 다음 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신뢰하되 검증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의 핵무기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때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검증과 제재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강조했다. 즉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며 대북제재 완화는 그 후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오는 8일로 예정된 미북 고위급회담이 다가오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을 이란 핵보다 더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검증의 필요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비핵화를 검증하고 이를 눈으로 직접 볼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나 자신 또는 미 행정부가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북핵 프로그램 제거를 검증할 수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최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검증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밀접히 연계돼 있다”며 “검증은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방북 기간 제기됐던 문제로 향후 이와 관련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변화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도 비핵화가 이뤄지기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신뢰하지만 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가 아니라며 비핵화 전에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미국 의회 조사국은 최근 발간한 '북한 외교 10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과 3번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여전히 핵 시설과 핵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 의회 조사국은 "북한은 영변 외에 존재하는 핵시설과 보유하고 있는 핵 물질의 양과 핵탄두에 대한 정부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비핵화 시간표와 건증 과정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도 공언했지만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했다"고 비판했다.  

미 군당국도 북한을 여전히 위협으로 보고 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미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위협으로 규정했다. 매티스 장관은 시급성 측면에서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명백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北 "다시 병진 노선 부활시킬 수도 있다" 반발

미국의 강경 태도에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계속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병진’이라는 말이 부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먼저 중대한 선의의 조치에 나섰지만 미국이 이에 화답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이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文대통령의 '先제재 완화' 중재안은 파산 직전 

앞서 청와대는 뉴욕에서 열리는 미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부 보도자료에 나온 ‘4개의 기둥(four pillars)’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개의 기둥’이란 싱가포르 회담 합의 사항인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송환을 뜻한다.

김 대변인은 “지금까지는 순서가 뒤에서부터 이뤄져 왔는데 고위급 회담에선 1, 2번 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상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제재 면제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향한 기대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순방에서 대북제재 완화로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중재안을 들고 직접 설득에 나섰지만 유럽 각국 정상들로부터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게다가 전 세계로부터 '북한의 수석 대변인' '김정은의 에이전트(agent)' 등의 오명만 얻어, 대북정책 또한 파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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