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학생인권옹호관은 무소불위 권력자...찍히면 죽는다"
[인터뷰]“학생인권옹호관은 무소불위 권력자...찍히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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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 누명 쓰고 자살한 상서중 송경진 교사 부인 강하정 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호소했지만 모두 외면"
"남편 권유로 민주당 가입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는데...배신감 느낀다"
"학생인권조례 후유증 누가 책임지나"
고 송경진 교사와 부인 강하정 씨의 단란하던 한 때
고 송경진 교사와 부인 강하정 씨의 행복했던 한 때

시작은 여학생 입에서 얼떨결에 튀어나온 ‘거짓말’이었다.

2017년 4월 18일. 전북 상서중 2학년이었던 A양은 “담임 선생님이 짝꿍 B의 허벅지를 만지고 나한테는 폭언을 해서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집에 돌아왔다”며 거짓말을 했다. 딸의 말에 놀란 A양의 부모는 B양의 집에 연락을 했다. 다음날 학부모들은 교장선생님을 만나 “아이들을 만지고 폭언을 했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에게 먼저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장은 인성인권부장을 맡고 있던 체육선생을 불러 두 학생에게 경위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체육선생은 2학년 여학생들을 휴게실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학선생이 너희 신체에 손을 댄 일이 있으면 다 적으라’고 했대요. 상황설명은 다 빼고 선생님의 ‘손’이 ‘몸’에 닿은 일에 대해서만 쓰라고요. 아이들은 ‘선생님이 어깨를 만지고 볼을 꼬집었다’ ‘코를 잡았다’ ‘팔을 잡았다’ ‘허벅지를 주물렀다’ ‘기분이 나빴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서중 송경진 교사의 부인 강하정 씨는 PenN과의 인터뷰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체육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반영된  '학교폭력대응매뉴얼' 에 따라 부안교육청(교육지원청)과 부안경찰서에 송 교사를 성추행 혐의로 즉시 신고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 시·도 교육감이 제정한 조례다. 2010105일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최초 제정한 이후 2011년 장휘국 광주 교육감, 2012년 곽노현 서울 교육감, 2013년 김승환 전북 교육감이 뒤를 이었다. 최근 교사와 학부모들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와 학생을 강자약자의 대결구도로 인식하도록 교육하며인권'과자율'이라는 달콤한 말로 학생과 가정 학교, 사회와 국가를 망가뜨린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감과 학교의 장이 학교 내 폭력, 성폭력 등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긴급구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장은 송 교사에게 “잠잠해지면 다시 학교에 나오라”며 귀가조치를 내렸다.

●"경찰이 내사종결한 사건, 학생인권옹호관은 직권조사 고집"

이틀 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여학생들이 “선생님이 나쁜 뜻으로 한 게 아니다” “경찰을 불러야 할 줄 몰랐다” “허벅지를 만진 게 아니라 무릎을 친 것이다”며 이전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작년 4월 21일 전북경찰청은 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교사와 학생의 신체 접촉 수준이 경미하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송 교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사와 학생 간 오해가 있었고 학생들에게 보복심리가 있었다”며 전북교육청에 즉시 이 같은 조사결과를 알렸다. “당시 출근정지 상태였던 남편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더 이상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경찰이 조치한 것”이라고 강 씨는 설명했다. 송 교사는 곧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약 4개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그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이 내사종결 결정을 내렸지만 남편은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부안교육지원청이 24일 남편에게 직위해제를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전북교육청 소속 모 학생인권옹호관이 체육교사가 작성한 사건경위만을 근거로 격리조치를 권고했다고 합니다.”

24일 상서중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탄원서에서 “이미 이 일은 사건도 되지 않는 일로 판명이 났고, 경찰에서도 수사를 종결했으며, 현재 학생들은 선생님 없이 수업을 하는 피해를 받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송경진 선생님은 억울한 출근정지를 당하여 학교에 나오지도 못하고 계실뿐더러 소문에 따르면 타 학교로 전보 조치한다고 하니 우리 학부모 등은 교육청의 처사가 심히 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송경진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주실 것과 부당한 조치에 대해 보전을 해주실 것’을 전북 김승환 교육감에게 호소했다.

중학교 3학년 김모 학생은 탄원서에서 “처음 설문지 쓸 때 ‘어깨를 토닥여서 기분이 안 좋다’고 썼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교육감님, 우리 수학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에요. 수학선생님을 우리에게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3학년 정모 학생은 탄원서에서 “수업을 잘 들으라고 어깨를 토닥이고 팔을 두드리신 것 같은데 진술서에 ‘기분이 나빴다’고 썼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학교에 (선생님을) 빨리 보내주세요. 교육감님, 부탁드려요”라고 했다.

특히 부모에게 ‘수학선생님이 짝꿍의 허벅지를 만졌다’고 거짓말을 했던 A양과 B양은 29일 송 교사에게 직접 카톡을 보내 “저희들 모두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용서를 빌었다. B양은 “체육쌤이 교무실로 2학년 여학생들 데리고 가서 모두 적으라하셔서 하셔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도,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하신 것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다”며 “저희를 위해 항상 신경 써주시고 잘해주시는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죄송하다. 교육감님께 탄원서도 썼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했다.

그러나 전북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요지부동이었다. 학생인권센터는 ‘우리는 경찰과 다르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조사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의 지휘 아래 있는 학생인권센터는 학생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검토한 후 그 결과를 교육감에게 직접 권고할 수 있다. 학생인권옹호관의 권고조치는 일종의 ‘명령’에 해당한다. 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와 교직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이행하고 조치 결과를 즉시 학생인권옹호관과 교육감에게 보고해야만하기 때문이다.

“학생인권교육센터 주무관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에 응하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주무관과 구제팀장이 동석한 밀실에서 3시간 동안 취조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남편이 미리 써간 ‘학생들과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으나 교육적 목적이었으며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읽고 난 뒤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학생들이 무고했다는 얘기냐, 그러면 학생들이 처벌받는다’며 남편을 혼랍스럽게 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남편은 양복이 다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강 씨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직접 학생인권교육센터를 찾아갔다. “애기아빠가 누명을 썼는데 살려달라” “제발 각하신청을 받아달라”고 ‘애걸복걸’했다. 「학생인권조례」 제49조는 법원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밖에 법령에 따른 권리구제절차나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학생인권옹호관은 청구를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 씨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탄원서도 내고 경찰에서 내사 종결한 사건이기 때문에 각하요건이 두 개나 충족되어 각하해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학생인권센터 주무관과 구제팀장은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을 운운하며 구제신청을 받았어도 직권으로 돌릴 수가 있다면서 이틀 후 다시 조사 받으러 나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학생인권옹호관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라며 “찍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징그러운 벌레가 된 것 같아"...부인이 잠든 동안 스스로 목숨 끊어

“직위해제 기간인 3개월하고 하루가 더 지난 뒤 부안교육지원청에서 남편을 호출했습니다. 직위해제 기간이 끝났으니 상의할 게 있다면서요. 남편은 ‘느낌이 안 좋다’며 매우 불안해했습니다. 면담을 마치고 난 남편은 제게 부안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학생도 선생도 학부모도 만나지 말라. 다른 중학교로 전보조치 할테니 그곳에 가서 징계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냐’며 남편이 항의했지만 그들은 온갖 말로 남편을 겁박하며 전보조치에 동의하는 서류에 사인할 것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강 씨는 “마지막으로 부안교육지원청에 불려나간 뒤 남편은 ‘내가 무슨 징그러운 벌레가 된 느낌’이라며 곡기를 끊고 넋이 나갔다”고 회상했다.

송 교사는 결국 8월 5일 홀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찾은 뒤 자택 차고 대들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그를 처음 발견한 것은 사람은 아내 강씨였고 목을 맨 줄을 가위로 자른 사람은 그의 외동딸이었다.

강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번 일로 인간이 얼마나 부패하고 더러울 수 있는지 알았다. 대한민국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남편의 죽음 후 그녀는 16kg이나 살이 빠졌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외동딸은 무서울 정도로 냉랭해졌다. 대인기피증을 보이고 집안에만 있으려고 한다. 밤에는 악몽을 꾸는 듯 소리를 지른다.

“학생인권옹호관은 우리 가정을 박살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요? 못된 인간들이 못된 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죠.” 강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환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은 한통속입니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하소연했지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남편은 민주당을 지지했고 저를 민주당 당원에 가입시킬 정도였는데...또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까지 했는데...배신감을 느낍니다.”

시작은 철부지 여학생의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30년간 존경받는 교사로 살았던 한 남자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몰고 간 것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학생인권조례」와 조례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학생인권옹호관이었다고 강 씨는 치를 떨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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