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前대통령 겨냥하며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 약어 강조
"서강대에 대단히 유명한 여성 있다. 귀하신 분이다" 조롱
많은 학생 보는 인터넷 강의사이트 EBSi에서 '저질 폭언'
수험생 위한 약어들, 성장한 뒤에도 기억에 남는 경우 적지 않아
EBSi, 수험생 가치관 형성에 심대한 영향미치는데..."부적절하다" 비판

공영방송 EBS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교육사이트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권모 강사가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방송강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사실상 욕설을 섞은 조롱섞인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EBS의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EBSi’는 고교생부터 수험생들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거쳐가는 공신력있고 접근도가 높은 사이트인데다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강좌 사이트여서 이번 저질 방송강의는 EBS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EBSi 강의화면 캡처

펜앤드마이크가 6일 독자 제보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한양대학교 사학과 석사 출신인 권모 강사는 오는 11월 15일 치러질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 파이널 체크포인트] 300분의 기적’의 ‘(3강)11~12세기 동아시아사’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해당 강의는 지난 9월 17일 사이트에 탑재됐다.

권 강사는 11세기 중국 북송 시절 때 있었던 동아시아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수험생들이 순서대로 쉽게 기억하게 한다는 취지로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이라는 약자를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강대는 여학생들이 좀 적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물론 서강대에 대단히 유명한 여성은 있다. 바로 그 분이 서강 출신. 귀하신 분이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화면에 띄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전연이(저년이)’로 비칭하며 희화화한 것이다. 이어 11세기 북송 시절 사건을 순서대로 그대로 배열할 줄 알아야 한다며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을 거듭 강조했다.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은 ‘서희와 강동6주, 전연의 맹(1004년), 리 왕조 건국(1009년), 귀주 대첩(1019), 서하 건국(1032), 왕안석의 신법과 당쟁의 발생(11세기 후반)’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온 약어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공영방송의 인터넷 강사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페이스북의 인기페이지 ‘의사양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방송을 통해서 고의적으로 ‘저년’이라고 비난하며 비웃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수험생들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의 인터넷 강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맥락도 없이 조롱섞인 이미지를 쉽게 전파하는 행태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한창 시험공부에 집중한 수험생들이 특정 사건에 대해 외우기 쉽게 만들어진 약어들은 성장한 뒤에도 기억에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권 강사의 발언은 매우 악의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가 올린 글은 게재 후 2시간여 만에 500여개의 '공감'을 얻으면서 페이스북 이용자들 사이에 문제의 강의 내용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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