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서는 '이승복' 사실보도 확정판결했는데...교육감은 “사실관계도 맞지않아” 부정
지역선 “북한과 화해무드 조성되고 있다해도 역사 부인해선 안돼” 철거 반대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울산 지역 내 일부 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는 이승복 동상을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철거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울산 태화초등학교에 있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시대에 맞지 않다"며 일부 학교에 남아 있는 이승복 동상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2018.11.6)

6일 울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노 교육감은 최근 열린 시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지난주 초등학교를 방문해보니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며 “시대에 맞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빠른 시일 내로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동상 철거를 지시했다. 노 교육감은 1990년대 후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 지부장을 지냈으며, 이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민생특별위원회 위원장, 노동인권센터 대표 등을 거쳤으며, 2018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이다.

이승복은 1968년 12월 발생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공비들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해 가족과 함께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당시 언론의 보도로 세상에 전파됐으며 올해는 이승복 사망 50년이 되는 해다.

이 일화는 공산당을 비판하는 소재로 자주 거론됐으며, 이승복은 반공에 대한 상징적인 인물로 1970~1980년대 전국 초등학교 운동장에 동상이 많이 세워졌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들어 일부 특정진영에서 ‘이승복 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당 내용이 교과서에서도 사라지고, 전국에서 많은 이승복 동상이 철거됐다.

현재 울산지역에는 강남초교와 복산초교, 태화초교 등 10개 안팎의 초등학교에 이승복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이승복 동상이 있는 울산지역 초등학교 측은 “교육청에서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철거 공문을 보내오면, 기증자와 교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금까지 남은 동상들은 개인이 기증한 것들이어서 철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노 교육감이 최근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이승복 동상 철거를 권했지만, "기증자 동의를 받아야 해서 없애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역사적 일화를 인위적으로 없앨 필요가 있냐’며 철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강호 이승복 평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북한과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고 해도, 과거 반공의 역사를 부인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이승복 동상은 계속 존치돼야 한다”며 “교단에서도 과거 남북 간 대립으로 인한 피해와 실상도 알려주고, 지금은 남북 간 평화·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대법원에서도 이승복이 북한군에게 살해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다만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실제로 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역사교육의 소재로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승복이 북한 무장공비에게 살해됐다는 당시 보도에 대해 사실로 결론을 내렸다. 앞서 김모 씨는 ‘오보(誤報) 전시회’(1998년 가을)를 통해 조선일보가 1968년 12월 11일자 ‘공산당이 싫어요’ 보도에 대해 ‘거짓 보도‧허구’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조선일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2009년 2월 “김 씨는 조선일보에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에 앞서 2006년 11월 형사재판 최종심에서 “이승복 기사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해 작성한 사실보도”라며 김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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