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로스 HRW 사무총장 “文, 북한에 순진하고 근시안적 접근”
"인권변호사이면서도 북한인권무시..."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文정부의 北인권 무시는 역사적 실책”
수잔 솔티 "文정권 조직적 北인권 방해는 이전 좌파정권보다 더 노골적·광범위"

전 세계 인권단체 수장(首長)들이 문재인 정부의 북한인권 침묵에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순진하고 근시안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문 정부가 ‘평화’라는 미명하에 지상 최악의 반(反)인권범죄자인 김정은 전체주의 독재자를 위해 홍보요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순진하고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I think president Moon is naive and short-sighted to pretend)”며 북한인권 침묵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 3대 인권단체의 하나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휴먼 라이츠 워치의 수장이 이례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서울에서 북한관리들의 성폭력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그는 “남북대화에 인권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이고 인권을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 논의를 거부하고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이번 보고서 등 북한인권과 관련한 휴먼라이츠 워치의 면담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한 것은 인권이 그가 추구하는 의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그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레바논의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 인권 사안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로스 총장은 “문 대통령은 많은 방식에서 스스로 김정은을 위한 홍보요원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그것은 문 대통령의 직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제기하는 즉각적인 전쟁의 위험은 이제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남북대화에 인권을 포함하는 더 정교하고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정권의 가혹한 압제가 없고 주민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교육, 보건, 주택 등 복지비용이 핵무기 개발로 전용되도록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권존중은 곧 비핵화 해결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또한 로스 총장은 “북한에 대한 여성 성폭행 문제 개선 요구가 비핵화 논의를 손상시킨다는 한국정부의 접근은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여성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이러한 일차원적 접근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청와대가 면담을 거부한 사실을 거론하며 불편함을 나타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청와대는) 북한여성에 대한 강간과 성폭력에 관해 너무 바빠서 (우리단체와) 논의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청와대는 궁색한 변명에는 시간이 충분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국정부는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이 부합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은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현재와 같은 남북 간, 미북 간,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와 접촉 및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전하도록 유도·지원하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 및 증진하는 실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여성의 인권에 관해서는 “남북 간, 북한과 국제사회 간 접촉과 교류를 통해 북한당국과 주민들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개선하고 변화시킴으로써 북한여성들의 실질적인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했다.

VOA는 “그러나 청와대는 휴먼라이츠워치가 촉구한 대로 남북대화에서 구체적으로 여성인권을 제기할지와 북한관리들의 성폭행 만연 실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인권 단체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증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여름 한국의 한 대학에서 인권 강의를 했던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앞서 VOA에 남북관계 개선은 지지하지만 인권개선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적은 국제역사에 없었다고 말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구국재단(Save Korea Foundation)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올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태는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정권의 입장을 두둔하는 심각한 주권 망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철도 현대화 등 남북경협에는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에 대한 고려가 전혀 담겨있지 않다”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최소한 핵문제와 함께 인권문제가 의제화돼야 한다”고 했다.

수잔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권의 조직적인 북한인권활동 방해는 이전의 좌파정권보다 더 노골적이고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솔티 대표는 “문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등의 조직을 거의 해체시키는 등 북한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대북정보유입 등 북한인권활동들을 실제로 공권력을 사용해 막으며, 북한인권활동을 ‘범죄화(criminalize)’한다”고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통제·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 정부는 ‘평화’라는 미명하에 지상 최악의 반(反)인권범죄자인 김정은 전체주의 독재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도 최근 서울을 방문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한국 언론들을 통해 서울시청 외벽에 북한 독재자의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는 것을 봤다”며 “시민들의 세금으로 독재자의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에 놀랐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는 시청 건물과 지하철, 박물관 등 주요 공공시설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는 대형 현수막과 두 정상의 사진을 몇 달 동안 게재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지 불과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와 함께 한국을 찾았던 그래드스타인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북정보 유입 활동까지 검열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VOA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주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역사적 실책”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은 경제적 번영과 민주화를 누리면서 이웃의 북한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외부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인권개선을 위한 지원도 하지 않는 것은 비극이라고 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남북관계를 먼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발전시켜 북한주민들의 민생이 개선되면 인권문제도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VOA는 익명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문제를 제기해 대화가 결렬되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삼간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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