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치국 회의 발표서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
지도부 회의결과서 '시진핑 정책' 사라지고 "자본시장 개혁을 더욱 강화" 문구 들어가

중국이 경제 위기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경제정책의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31일 열린 정치국 회의 결과 발표에서 중국 경제가 문제없다는 그동안의 입장과는 달리, 어려운 국면에 놓인 점을 인정했다.

중국은 최근 올해 3분기에 대한 국가통계국의 발표에서 산업 생산의 감소, 소매 매출 둔화, 투자 감소, 증가하는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좋지 않은 징조들이 나타나는 상황이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고위관료들 일제히 '경제 안정적', '발전 추세는 변함없다"는 입장만을 드러내왔다.

이번 발표는 중국 지도부에서 그동안 중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피해왔지만,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나아가 시진핑 경제정책의 핵심을 이루는 '금융위험 통제', '빈곤 퇴치', '환경 개선' 등 3대 정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3대 정책은 2015년 12월 시 주석이 당 지도부 회의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8번의 지도부 회의에서 모두 등장했지만, 이번 정치국 회의 결과 발표에서는 이례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대신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고 일부 기업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 "자본시장 개혁을 더욱 강화하고 시장에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등의 새로운 문구가 들어갔다.

이에 대해 노무라증권의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마침내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평가했으며, SC은행의 딩솽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친성장 정책'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회기반시설 투자, 세금 감면, 통화정책 완화, 신용 확대 등이 신속하게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 6.6%보다 낮은 6.5%에 그치면서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30% 가량 하락해 3400조원이 증발했다.

또한 최근 중국 국유기업 전체의 부채 규모는 한화로 약 1경9300조원에 달하며, 올해 민간 기업들의 디폴트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의 부채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의 무역 갈등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래키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만족할 만한 합의를 얻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일부 관세를 철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러려면 아주 만족스러운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건 내 말이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다른 나라들과 다른 모든 무역 문제들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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