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외교장관 회의서 韓 홀로 "남북회담, 관계회복 첫걸음" 자평…UN제재 편승 반복
美와 공동의장국 캐나다 "김정은, 핵으로 번영 못 가져와" 英 "北 세계 분단공작 막아야"
韓日장관 회담 위안부문제 평행선, 아베 평창行 불투명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관계국 외교장관 회담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 실효성을 높이자"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로부터 빠져나가려는 해상 밀수 대책에 대한 연대 강화도 호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개최한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 회담에는 양국과, 6·25 전쟁에 참여한 영국 등 연합군 참가 16개국, 일본·한국까지 20개국이 참석해 대북제재의 엄격한 이행과 압력 강화로 뜻을 모았다. 당초 21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결석했다.

회담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로 향한 결정적인 절차를 밟을 때까지,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는 조치를 지속한다"고 역설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지명하면서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거듭 호소하기도 했다.

미-북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상의 목적이 완전하고 증명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중국의 일명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의 적법한 방위ㆍ군사 훈련이 북한의 불법적 행동과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안보리가 북한에 밀수 규제를 가하고 있는 석유정제품 등을 해상으로 북한선박에 옮겨 싣는 밀수 수법을 비판했다. 핵·미사일 개발을 억지하기 위해서도 "제재를 업신여기는 이런 비합법적인 옮겨 싣기는 종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틸러슨 장관은 핵 위협이 세계적인 해결 과제라는 인식을 표명하면서 한반도 주변을 오가는 민항기에 있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위협이 된다"고 판넬을 사용해가면서까지 지적했다고 한다. 그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참가국들이 대북 제재 압력 강화로 (의견을) 일치했다"고 분명히 했다.

한·미·일과 캐나다, 영국 등 20개국 외교장관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장관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을 신뢰할만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사진은 이날 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부터)의 연설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등이 듣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미·일과 캐나다, 영국 등 20개국 외교장관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장관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을 신뢰할만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사진은 이날 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부터)의 연설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등이 듣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회담에서는 고노 다로 외무상도 "지금은 압력을 완화할 때도, 북한에 보답을 할 때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올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에 관해서는 "북한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며 대북 압력이 느슨해질 우려를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결속을 호소함으로써 미국과 발을 맞췄다.

특히 고노 외무상은 "북한의 '미소 외교'에 눈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라며 한반도의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을 촉구했다. 일본 언론 등은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측이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데 대해 "이러한 '미소 전술'에는 남북관계를 국제사회의 대북 포위망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북회담이 문재인 정부 역점과제인 만큼 "남북 관계의 회복으로 향하는 중요한 첫 발걸음"이라면서 "긴장완화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환경 만들기에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했다.

다만 "북한이 당장 무기개발 계획을 포기할 의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북 대화는 비핵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진행돼야 하며 최근의 대화를 진전시켜 이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강 장관은 "북한이 현재의 (핵·미사일 개발 등 도발을 지속하는) 길을 계속 가는 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의 정책을 바꾸게 하기 위해 연대하자고 주장했다.

공동의장국인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에 우리가 대항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외교적 해법을 만들 수 있다. 한반도를 안전하고 비핵화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드 장관은 한반도 불안을 해소 방안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불가역적인 포기를 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대량살상무기가 이렇게 확산되는 건 북한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 친구, 우방으로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북한의 현재 가장 큰 위협은 리더십이다. 그(김정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핵무기는 번영을 갖고 올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세계가 분단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에 의한 동맹국 분단 공작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관계국 외교장관 회담 참석국은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콜롬비아, 그리스,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태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인도, 일본 등 20개국이다. 회담 종료 후에는 한미일, 미일 등 틀에서 각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날 조찬을 겸한 1대1 한일 장관 회담을 통역 없이 45분간 가졌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도, 이행하지도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 입장 발표(지난 9일)가 있은 뒤 첫 양국 장관급 회담이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2015년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고노 외무상은 "한국 측에서 더 이상의 조치를 요구하는 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각국 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이밖에 고노 외무상은 일제 식민지시대 조선인 징용공상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우려는 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고, 강 장관은 평창올림픽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노 외무상은 "지금 국회 일정 등을 미루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다만 양측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의사나 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조치를 지속한다는 방침에는 뜻을 모았으며, 일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에 관해 조기 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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