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A-'에서 'BBB+'로 신용등급 낮춰..무디스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악화된 수익성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해외판매 부진...미국·중국 공장 가동률 심각

 

현대자동차가 심상치 않다. 주가에 이어 신용등급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낮춘데 이어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현대차의 신용등급이 낮아진 것은 20년만에 처음이다.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강등

무디스는 1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지면 대체로 일정기간 이후에 신용등급 자체도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달 31일 S&P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 데 이은 것이다. 현대차의 S&P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관련 기록이 있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무디스는 "현대차의 등급 전망 조정은 주요 시장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지속적인 비용 압박으로 수익성이 향후 1∼2년간 취약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증가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디스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간의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 내 대부분의 자회사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는 3사 간 상호 연관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며 "현대차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경우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도 "악화된 수익성이 향후 12~24개월 안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환율과 무역 분쟁 등 거시 변동성 확대, 품질 관련 비용 발생, 환경 규제 강화, 노사 갈등 등이 여전히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신용등급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외환 위기 당시 B등급에서 8차례에 걸쳐 한 등급씩 올라 2015년부터는 A- 등급을 유지해왔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채권 발행 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한다.

한 단계 하향 조정된 BBB+ 등급은 여전히 폴크스바겐과 같은 등급이고, 포드·GM 등은 더 낮은 등급(BBB-)이긴 하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어두워 하향 조정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해외 판매 부진...미국·중국 공장 가동률 심각

현대차는 1일 지난달 해외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한 34만1872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해외 판매의 3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양대 시장에서 공장 가동률이 기대치 이하이다. 국내 판매는 6만6288대로 작년 10월보다 25% 늘었다. 그러나 작년엔 추석이 10월에 끼어 있어 조업 일수가 올해보다 5일 적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빅5'를 유지하며 생산시설을 904만대 규모까지 늘렸다. 그러나 판매량은 2015년 812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725만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시장인 미·중 공장 가동률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8개 공장을 두고 254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난해 114만대 판매에 그쳐 가동률이 45% 수준이다. 140만대 생산 능력을 놀린 셈이다. 올해도 공장 가동률이 50%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중국 현지 업체들이 더 싸고 기술력도 비슷한 수준의 차를 내놓으면서 현대차 순위는 2016년 5위권에서 올해 9위로 밀려 있다. 2016년 100%가 넘었던 미국 공장 가동률은 올 상반기 80%까지 떨어졌다. 역시 SUV 등 대형 레저 차량 중심 시장인 미국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고,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차 업체들이 현대차를 밀어내고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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