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 칼럼] 상속세의 저주
[황승연 칼럼] 상속세의 저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더 올리려는 법안 국회 계류 중
많은 회사들이 상속세 때문에 사라지고 있어
상속재산이 회사 주식일 때 이는 돈이 아닌 미래 가치의 상속
주식의 상속은 소득 아니다...미실현 소득에 과세할 수 있는가?
상속세 내고 상속받은 회사의 자산을 社主가 사용할 때 또 세금 내는 것은 이중과세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反자본주의, 反시장경제 정책...회사와 사회 망하게 할 것
황승연 객원 칼럼니스트
황승연 객원 칼럼니스트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잉여산물로 재산을 만들어 축적하려는 탐욕과 이를 자손에게 물려주려는 본성을 갖고 있다. 이는 인간 사회가 문명을 발생시키고 발전시켜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인간의 본성을 제도로서 바꾸어보려는 ‘치명적 자만’에서 비롯된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이 자만심은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재산증식 본성을 제도로서 통제하려는 시도가 계속 되어왔다. 상속세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상속세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고 지금은 더 강화될 움직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은 2017년, 현재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최고 50%의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을 60%로 상향하는 상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세율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들 중 기업을 상속받는 대주주들이 많다. 그런데 상속법에는 최대주주 할증 제도가 있어서 기업의 대주주 상속인들은 50%의 상속세에 할증 30%를 더하여 65%를 납부해야한다. 만약 새로운 법이 통과될 경우, 60%의 상속세에 할증제도가 적용되면 최고세율은 78%가 된다. 이 정도 되면 기업에 대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상속세를 올리는 것이 부의 대물림, 소득 양극화를 막고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한 경제민주화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정의로워 지고 서민들의 삶은 나아질까?

기업을 상속 받는다는 것은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주식을 상속 받는 것이고, 그것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상속받는 것이다. 회사의 가치는 상장회사의 경우 증권시장에서 정해지지만, 많은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는 평가가 쉽지 않다. 상장회사의 주가에 미래 가치가 반영되는 것과 같이 비상장회사 주식의 평가에도 미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주식 평가방법이 만들어져 있어서, 최근 1-3년 동안 이익이 났다면 회사의 주가는 높게 평가된다. 이렇게 계산된 추정 주가의 총액이 그 회사의 자산은 아니어서, 이익이 줄어들면 회사의 가치도 바로 줄어든다. 이렇게 평가되는 상속재산을 임의로 줄여서 상속세를 적게 내려면 이익을 내지 않으면 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서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이익을 내지 않아야 하는 비합리와 모순이 존재한다면 시장이 왜곡되고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회사의 주식에 대하여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받은 재산은 자산이 아닌 기업의 가치인데, 상속자는 6개월 이내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해야한다. 회사의 가치를 물려받고 납부는 우선 현금과 부동산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의 창업주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상속이 발생하면, 회사의 세대교체 과정 중에서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순자산보다 상속세 납부액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상속인들은 국가에 빚을 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 우량 중소, 중견기업들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생전에 매각해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회사를 매각하기를 원한다 해서 팔릴 수 있는 우량 회사들은 그리 많지 않고, 회사를 사고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상속세가 두려운 많은 회사들은 폐업으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상속받은 회사의 자산을 상속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 회사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면 적절하고 합법적인 과정을 거치고 그에 따른 소득세를 낸 다음에 가능하다. 회사에서 배당이나 급여를 받거나 혹은 회사의 주식을 팔아서 소득이 발생할 때, 즉 실질적인 소득이 발생할 때 세금을 부과하면 되는데, 상속세를 납부하고 상속 받았지만 사용할 수는 없는, 즉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과세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는 이중과세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미실현 소득에 대하여 과세한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논리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상속세가 없거나, 주식을 매각하여 실재 소득이 발생할 때 과세하거나 혹은 세율이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현격하게 낮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를 증오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논의도 되지 못하고 있다.

상속재산이 기업이 아닐 경우에도 이중과세의 문제가 존재한다. 상속인이 상속받는 재산은 그의 부모가 소득세 등의 세금을 내고 모은 재산일 것이다. 그 재산을 생전에 다 쓰지 않고 절약하고 모아서 자식에게 물려주었을 때, 이에 대해 세금을 또 부과한다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고 상속세가 존재하는 나라들도 세율이 높지 않다.

OECD 36개 국가 중에서 캐나다, 스웨덴, 호주, 오스트리아 등 15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30% 미만이고, 전체 OECD국가들의 평균 상속세는 15%이다. 비교적 높은 상속세율을 갖고 있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일본 등의 국가들은 가업 상속 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큰 폭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은 비영리 재단에 기부할 경우 상속세가 없어서 재단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상속세가 없다. 선진 대부분의 나라들이 상속세가 없거나 적은 이유는, 후손들이 상속받은 기업을 계속 운영하여 법인세를 내고,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그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내게 함으로써 국가 세수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가 폐업하여 실업이 발생하면 국가에서 실업자들에게 실업수당과 재취업 교육비 등의 사회보장비용에 대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고, 국가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기업이 존속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익이라 보는 것이다. 회사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후손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고 대를 이어 책임 있게 가업을 이어 나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사회적으로 선으로 본다. 상속자가 회사의 자산을 사적인 사용을 위해 개인에게 이전할 때 이에 대한 소득세나 배당세를 납부하게 되므로 그 국가들에서 상속세 면제에 대하여 사회적인 거부감이 적다.

우리나라에도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가업상속제도가 있지만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이 혜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2011년부터 5년간은 연 평균 62건, 2016년에는 76건에 불과하였다. 그 액수도 3,200억 원에 그친 반면에 독일은 연 평균 1만7천여 건이나 되는 기업이 가업상속제도 혜택을 받는데 액수로도 연간 55조원에 달한다. 이것이 독일이 강소기업의 천국이 된 이유이다. 가업의 승계를 통한 기업의 존속은 핵심기술과 기업 조직과 경영노하우 그리고 일자리를 물려줌으로써 미래의 후손들에게 먹고 살 거리와 안정된 미래를 물려주는 것이지 단지 돈을 물려준다거나 부를 이전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성공한 기업을 상속하는 순간 쪼개어서 재산의 반 이상을 국가가 회수하여 복지 예산으로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제도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과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속제도에 의하면 기업들은 그 규모를 불문하고 상속이 발생할 때 주인이 없어지거나 국유화가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전환사채 저가발행 등 여러 가지 생존의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면 국가는 또 다시 새로운 법망을 만들어서 이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기업가들의 큰 업무 중의 하나는 상속세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이 시간을 연구개발과 시장개척에 사용한다면 사회적으로 훨씬 큰 기여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기업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시간에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을 궁리만 하다 보니, 기업가정신은 사라지고 무기력에 빠져 있거나, 무기력에서 벗어나려고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기업가가 되겠다는 청년들은 찾기 힘들고, 많은 청년들에게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이 되고 있다. 기업인들이 저지르는 불법, 편법, 탈법 등의 대부분의 범법행위들은 이 상속세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현재 5대 재벌들 중에서 4개 재벌 총수가 구속된 전력이 있다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 과도한 상속세 제도와 연관되어 있다. 이제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 중견기업들까지 기업을 처분하고 해외로 떠나고 있다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고세율에 해당하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는 사람들은 연간 1천명 내외이다. 이 숫자는 많지 않지만 기업이 1천개라 할 때는 그 숫자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들의 상속재산을 세금으로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보다, 이들이 회사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기업을 계속 경영하고 국내에서 재투자하여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때 서민들은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고 사회는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될 것이다. 가장 훌륭한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너 기업주가 사라지고 국가 소유가 된 기업들 중에 살아남은 기업들이 얼마나 되나? 정부에서 경영자를 임명한 회사들의 국제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 졌나? 우리나라는 지금, 성공한 크고 작은 모든 회사들을 상속이 발생하면서 대주주가 교체되게 하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상속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제도 하에서 우리나라에서 장수기업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기업을 상속한다는 것은 기업의 존속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를 불로소득, 부의 대물림, 부의 양극화, 소득 불균형 등으로 이해를 하고, 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유지하고 또 이를 더 높인다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미래는 없다. 후손들의 일자리도 없다. 상속세 제도는 우리 사회를 균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붕괴시키는 저주가 되고 있다.

황승연 객원 칼럼니스트(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