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부모·교사 "학교를 난장판 만들자는 거냐...교권침해·학습분위기 저하 우려"
서울시교육청, 2019년까지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생활규칙 제·개정 하도록 권고
‘학생인권조례, 법적 강제성 없으며 학교장 및 학운위 권한 침해’ 전문가 지적도...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중고생이 임신·출산, 이성교제, 화장, 휴대폰 소지 등 일탈행위를 하더라도 징계를 내리지 못하도록 2019년까지 학생생활규칙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상당수 교사와 학부모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親)전교조 좌파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수장(首長)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서울 소재 중·고등학교에 <2018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관련 연수 및 컨설팅 운영 계획(안)>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2일 펜앤드마이크(PenN) 취재 결과 확인됐다.

펜앤드마이크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공문에서 학교가 ‘임신·출산·연애’를 이유로 학생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학칙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인권친화적 학교생활’을 만든다는 명목이다. 현재 일선 학교에선 학생이 이성교제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퇴학 처분을 하거나, 학교에서 신체 접촉을 할 경우 징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학칙을 가진 곳이 많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두발길이·염색·파마·화장’ ‘휴대폰 소지’ 등의 이유로 학생을 처벌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심지어 ‘흡연삼진아웃’ 등 학생의 일탈 행위에 대해 ‘전학 또는 퇴학’과 같은 징계를 내리지 못하도록 했다. 학칙을 제·개정할 때는 학생의 의견을 50%이상 반영하는 것을 권장한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학생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참석 및 발언권을 보장 ▲학생회 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자격(성적 및 징계 등) 제한 삭제 ▲소지품 검사를 서울시학생인권조례(13조 2항)에 따라 실시 ▲징계 결과 공고 금지 ▲징계에 회부된 장애학생과 다문화학생에 대한 특별지원절차 수립 등을 권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생활규칙 제·개정의 근거로 2012년에 제정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등을 들었다. 학생인권조례는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 시·도 교육감이 제정한 조례다. 2010105일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최초로 제정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는 명목으로 학생의 임신과 출산 및 동성애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라는 명목으로 체벌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사생활 보장의 권리라는 명목으로 소지품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라는 명목으로 학교 내 집회의 자유를 가질 권리를 보장한다. 학생인권옹호관의 지휘 아래 있는 학생인권센터는 학생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검토한 후 그 결과를 교육감에게 직접 권고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이근행 장학사는 1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인권친화적인 내용으로 학교생활규칙을 제·개정하라는 취지”라며 “학생의 인권을 적극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강제성은 없으며 어디까지 권고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분들께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교생활규칙이 인권 친화적으로 바뀌도록 계속해서 관찰하고 (교육청에) 건의해오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북부교육지원청 이지연 장학사는 “학생생활규정을 학생인권조례에 준해서 학생 인권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만들도록 예시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중학생이 불의의 사고로 임신, 출산할 경우 (학교가)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임신 출산한 학생들도 학습권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생활규칙에 처벌규정이 있다고 (일탈행위가) 예방이 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생활규칙 제·개정 계획이 있는 학교를 위해 오는 9일 교사 대상 연수를 실시하고 12월까지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당수 교사와 학부모, 교육단체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소재 모 중학교 A교사는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 학생들이 과도하게 학교 내 정치에 관여하도록 만들고 학생들이 수업에 몰두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생활규칙을 제·개정하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권침해와 학습 분위기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생활규칙 제·개정에 학생의 의견을 50% 이상 반영하도록 권장한 것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나쁜인권조례폐지네트워크 이신희 공동대표는 한 마디로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무섭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학교는 지식의 배움터이기 배우기 전에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배우고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는 곳이 아니냐권리와 자유 이전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은 채 학생 인권을 빌미로 네 멋대로 해’ ‘니 맘대로 해도 돼라고 가르치는 것은 학교가 무섭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에선 학교생활규칙 제·개정은 학교장 고유의 권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제8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 또는 설립자는 법령의 범위에서 학교 규칙(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 또한 학칙의 기재 사항과 제개정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유와인권연구소 박성제 변호사는 “학칙의 제·개정은 학교장 고유의 권한이며 학운위에서 이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생활규칙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도록 서울시교육청에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 보내는 것은 학교장 및 학운위의 권한을 침해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판사들은 학생인권조례에 강제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강제성도 없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교생활규칙을 제·개정하라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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