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시정연설..."공정한 기회' 강조하면서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언급 회피
"2%대 저성장 고착 가능성 높다"...누구 책임이 가장 큰가?
2019 예산, 총 470조 5천억원...올해보다 9.7% 늘어
'포용성장' 말했지만 국제기구의 포용성장과 내용 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1일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내년에도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올해보다 9.7% 늘린 총지출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시정연설을 통해 "지난 1년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 사람중심으로 경제기조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은 곳곳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국민 공감 받기 어려운 예산안 시정연설 내용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을 비롯해 많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논란' 등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경제가 이룩한 외형적인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며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올 상반기 소득 하위 3,4,5분위의 소득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오히려 서민층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그는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고 분담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작년에 3%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다시 2% 대로 되돌아 갔다"며 "여러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 호황 속에서도 한국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세계은행, IMF, OECD 등 많은 국제기구들이 '포용성장'을 말한다"며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도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기구들이 말하는 '포용성장'은 그 골자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필요한 부문에서의 선별적(targeted)복지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과는 그 방향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질 때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다"며 '포용국가'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적 사회, 포용적 성장, 포용적 번영, 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철학이 될 때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편성 예산안은 전형적 팽창예산

정부가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  2019년도 예산안의 내용을 보면 총지출은 470조 5천억원으로 규모로 올해보다 9.7% 늘었다. 2009년도 예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안이다.

총지출을 12개 분야로 나눠 살펴보면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이 올해 대비 12.1%(17조6000억원) 증가한 162조2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5%로 사상 최대치다. 이중 일자리 예산은 23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2% 증액됐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로드맵에 따른 공무원 3만6000명 충원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4000명 창출 등에 쓰인다.

분야별 예산 중 전년대비 증가율이 가장 큰 분야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다. 올해대비 14.3%(2조3000억원) 늘어난 18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혁신성장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자동차, 에너지신산업 등 8대 선도 분야에 3조5900원, 데이터, AI(인공지능), 수소경제 등 3대 전략투자 분야에 1조1600억원을 투입하고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늘어난 결과다.

교육 예산도 올해보다 10.5%(6조7000억원) 늘어난 70조 9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5조7000억원으로 올해대비 12.5%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 예산으로는 올해보다 10.1% 늘어난 7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국방 예산도 올해보다 8.2% 증가한 4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4000억원으로 3.7% 증액됐다. R&D 예산이 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환경과 농림·수산·식품 예산으로는 각각 올해보다 3.6%, 1.1% 증가한 7조1000억원, 19조9000억원이 배정됐다. 공공질서·안전과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각각 20조원과 77조9000억원으로 4.9%와 12.9%씩 늘어났다. 일반·지방행정 예산 중 지방교부세로는 올해대비 14.8% 늘어난 52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외교·통일 예산도 7.5% 늘어난 5조1000억원으로 편성됐다.

12개 예산항목 중 유일하게 올해보다 예산이 삭감된 분야는 SOC(사회간접자본) 분야다. SOC예산은 올해(19조원)보다 2.3%(5000억원) 줄어든 18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작년 정부 제출안(17조7000억원)보다는 3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SOC예산이 1조3000억원 가량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도 증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화·체육 시설 등 편의 시설을 확충하는 복지 사업의 일종인 ‘생활 SOC’ 예산으로 올해보다 2조9000억원 늘어난 8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SOC 예산은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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