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인사이드
▲ ‘유치원 영어 금지’ 백지화...“설익은 정책” “불안하다” “부끄럽다”
북한 예술단 '140명' 파견...우려 對 희망

● ‘유치원 영어 금지’ 백지화...“설익은 정책” “불안하다” “부끄럽다”

주요 언론사들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관련 정부의 정책 혼선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부의 ‘설익은 정책’ 혼선을 지적했다.

금일 보도에서는 “현장 얘기를 도외시해 생긴 일이다”라는 지적이 부각됐다. 교육부의 입장 변화는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와 영어 사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며, 이러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혼란만 부추겼다고 비판한다.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태가 지난해 벌어진 수능 절대평가 혼선 때와도 똑같다고 지적했으며, 충분한 여론 수렴을 요청한다는 표현도 자주 언급됐다. 소통을 중시한다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지적이다.

한편 동아일보에서는 교육계에서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가 선거를 의식해 1년 미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고 지적한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 때문에 미뤘을 뿐, 의견 수렴 후에도 교육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겨레는 “정부가 큰 틀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의견과 “오락가락 행보로 학부모의 혼란을 키웠다”는 의견을 조명했다. 또한 주요5개 언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정책국장의 “큰 틀에서는 교육부가 옳은 결정을 했다고 본다”며 향후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길 바란다는 발언을 인용한다.

▲조선일보 사설 <유아 영어교육 금지도 백지화, ‘갈팡질팡 정책’ 몇 번째인지>
국가 교육정책이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 유아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 교육부는 지난 3주일 동안 5일에 한 번 골로 입장을 바꿨다. 교육 백년대계를 얘기하는 게 부끄럽다.
외국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정부는 밀어붙이기만... 덜컥 발표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우려가 쏟아지자 다급해진 여당이 브레이크를 걸었고 교육부는 황망히 백기를 드는 꼴이 됐다’고 조소했다.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교육부 정책이 ‘불쑥 정책’ 아니면 ‘슬그머니 정책’이란 비아냥이 나온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앙일보 <손대는 교육정책마다 분란... 여권도 ‘김상곤 피로감’>이라는 보도를 통해서는 대안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발표했다고 지적한다. 한 여당 의원은 “이런 일이 더 있으면 장관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빈번하다. 여당 의원조차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문제와 직접 연관된 학부모들의 들끓는 목소리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직접적인 민심 혹은 나아가 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2면 보도에서 “정부, 수능 개편안 이어 또 뒤집힌 ‘교육정책’”이라고 소제목을 달았다. “방향은 바람직한 평가 얻었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돼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설을 통해서도 <김상곤 교육부가 불안하다>고 평했다. 또한 “설익은 정책 추진으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교육분야 지지율이 35%로 가장 낮았던 점을 지적하며, 정책의 원칙없는 갈지자 행보가 거듭되면 교육개혁은 물건너간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 북한 예술단 '140명' 파견...우려 對 희망

남북이 16일 평창올림픽에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파견에 합의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북한 선수 10명에 악단140명…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 홍보 선전장'으로 만들 것을 우려한다.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는 '편승 정도가 아니라 주인 자리에 올라탈 태세'라며 '상대가 만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일보 또한 ‘김정은의 ’노래폭탄‘… 올림픽 잔칫상 뒤흔든다’는 칼럼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동아일보도 예술단 파견을 남북 화해를 모색하면서 평창을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갖은 이유로 ’북한 참가‘ 트집 잡는 야당과 보수언론> <한반도기 반대는 무책임한 냉전적 선동이다>라는 사설을 게재하며 보수 세력의 무책임함 선동을 자중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런 트집잡는 행동은 한반도 평화를 깨려는 불순한 시도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겨레신문은 "공동입장, 단일팀, 예술단 참가 등에서 확정도 안 된 세부안을 놓고 사사건건 시빗거리 찾느라 혈안이 된 듯한 속 좁은 자세가 보기 딱하다"며 "남북 만남에서 불편함이 생기는 이유는 전 정권 9년간 갈등만 키워왔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조금의 불편함이나 양보 없이, 어떻게 만남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개최국답게 너그럽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고 북한에 대한 너그럽고 성숙한 태도를 요구했다.

■ 시시비비(是是非非)

● 이대근 경향 논설위원 “비핵화, 북한이 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비핵화,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17일 북한은 옛날부터 비핵화를 최대 성과로 보고 있고 칼럼에서의 표현을 빌린다면 ‘북한은 핵을 사랑한다’며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를 함부로 주장하지말라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또한 이대근 논설 주간은 ‘우리가 먼저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연기해야된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비핵화, 함부로 말하지 마라’ 中>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리선권 북측 대표가 버럭 했다는 소식에 22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회담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담을 마치고 공개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리선권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불쑥 목청을 높여 남측을 비판했다. 김수용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 있었던 것처럼 리선권에게도 그게 있었다. 바로 비핵화다.

남북대화가 시작되자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은 한목소리로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는 소용없는 일이라며 비핵화부터 하라고 몰아붙였다. 비핵화가 북한에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비핵화는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한 북한 헌법, 경제·핵 병진을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한 당규약, 핵보유를 최대 성과라고 한 7차 당대회 결의를 폐기하는 일이다. 할아버지·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김정은의 역사적 대업이 사기였다고 고백하는 일이다. 60년 만에 이룬 염원을 저버리고, 체제 안전을 포기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북한이 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정은이 지난해 8월 당중앙위원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북한은 이렇게 전했다. “우리의 핵무기가 우리 인민의 피어린 투쟁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며… 조선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위력한 억제력으로, 인류에게 참혹한 재앙을 들씌우려는 폭제의 핵구름을 몰아내고 인민들이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자주적인 행복한 삶을 누려갈 수 있게 하는 정의의 보검이라는 데 대하여 엄숙히 천명하시였다.” 핵이 가져올 미래를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한 나라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묻지마 비핵화? 지금이라도 깨끗이 포기하는 게 좋다.

이대근 논설주간의 논리에 비춰보면, 강도가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치하는 경찰에게 ‘그렇게 하면 강도가 기분이 안 좋아진다’며 ‘그냥 돌아가라’고 말 할 건지 의문이다.

강도는 총을 사랑하기 때문에, 옛날부터 총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강도는 말을 잘 안 듣기 때문에, 이를 지적하는 경찰에게 나무랄 것인가.

이러한 주장은 철저히 북한 입장에서만 근거한다. ‘북한의 핵심 전략노선을 흔들면 북한과 대화가 되겠느냐’는 논리이다. 일견 ‘핵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는 한미 동맹의 노선을 부정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정세에 무감각하거나 안보 문제에 대해 심각한 불감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경향신문은 이러한 입장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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