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웅 칼럼] 중요한 기초사실을 검증-확인 않는 한국의 보도매체
[이민웅 칼럼] 중요한 기초사실을 검증-확인 않는 한국의 보도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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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前 ‘광화문 LED 모조 촛불 시위’ 인원 대규모 부풀리기는 한국언론의 치욕
사회의 소금과 목탁이어야 할 언론이 제 역할 못하면 나라가 온전할 수 없다
펜앤드마이크 페이지뷰 급증은 믿을 수 있는 정보에 목마른 시민이 많다는 증거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사흘 전인 10월 29일은 2016년 이른바 ‘광화문 LED 모조 촛불 시위’가 처음 시작된 날이다. 벌써 2년이 지났다. 지금 나라 형편이 그 때보다 나아졌는가? 단연코 아니다. 나라의 경제와 안보와 민주주의가 아주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당시 한국의 보도 매체는 광화문 시위에 참가한 인원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과 확인도 없이 시위 주최 측이 불러주는 대로 하수인처럼 받아 적어 대서특필했다. ‘가짜 뉴스’의 전형이다. 중요한 기초(基礎) 사실(‘왜’와 ‘어떻게’를 제외한 4何)의 검증과 확인은 언론의 으뜸가는 임무인 진실 보도를 성취하는 필수 과정 중의 하나다. 이런 점에서 한국 보도 매체의 광화문 시위 참가 인원 보도는 그 허접한 최순실의 국정 농단보다 더 저질스럽다. 참으로 치욕스럽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광화문 탄핵 시위 주최 측은 시위를 시작한 첫 2~3주간은 참가 인원을 경찰 추산보다 5~6배 부풀려 발표했다. 그 이후에는 대개 10배 이상 부풀렸고, 2017년에 들어와서는 허세를 더 부려 20~30배씩 부풀려 발표했다. 예컨대 2017년 1월 7일 민노총의 탄핵 시위 때 경찰은 참가 인원을 2만 4천명으로 추산했으나, 시위 주최 측은 6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기레기 보도 매체’는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근거 없는 인원수로 제목을 뽑고 기사를 썼다. 반면에 경찰 추산은 작게 취급하거나 아예 무시했다.

‘LED 모조 촛불 시위’에 대한 외국 언론의 보도를 당시 필자가 직접 인터넷으로 확인해 본 바, 한국의 사정을 잘 아는 일본의 주요 언론은 예외 없이 한국 경찰이 추산한 인원수를 근거로 제목과 소제목을 뽑고 기사를 썼다. ‘거칠고 더러운’ 트럼프의 입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미국의 주요 언론은 대체로 경찰과 시위 주최 측 주장을 동시에 보도하는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사실 광화문 시위에 참가한 군중의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기준도 각각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찰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산 근거를 갖고 있었다. 미국, 일본, 이태리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태리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근사치 추정 방식’을 응용해 추산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옷의 두께를 고려하여 1평당 8~9명, 여름철에는 9~10명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1평은 사방 1.815 미터(3.3㎡)이다. 간단히 말하면 다다미 2장이 1평이다. 사실 다다미 2장 위에 장정 8~9명이 설 수 있다는 경찰 추산도 만일의 압사 사고를 고려하면 너무 많이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추산이 시위 주체 측의 근거 없는 주장보다는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50만, 100만, 200만, 나중에는 연인원 1,500만 돌파. 이렇게 부풀려진 시위 인파에 대한 과장 왜곡 허위 보도는 더 많은 시민을 시위 현장으로 불러내는 유인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시위의 질적 성격까지 변화시켰다. 마르크스의 변증법 가운데 ‘量質 변환의 법칙(rule of transformation of quantity to quality)’이 참말로 잘 맞아 들어간 사례가 아닌가 한다.

광화문 시위를 '상습적 반정부 시위'에서 다수의 선량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국민 저항 운동'으로 시위의 질적 성격을 바뀌게 한 것이다. 시위 주최 측 간부 중에는 분명히 ‘量質 변환의 법칙’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시위 참가 인원을 크게 부풀려 발표하도록 한 전략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노총에 부화뇌동한 ‘기레기 매체’의 ‘가짜 뉴스’가 큰 역할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위 주최 측은 놀랍게도 이전과 달리 시위를 철저하게 평화적으로 진행한 것도 선량한 시민이 안심하고 시위에 참가토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저녁 먹고 아이들 손을 잡고 그냥 ‘사람 구경’ 나왔다는 시민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절대적이고 유일한 현실 인식은 가능하지 않다. 시위 주최 측과 문재인 측, 문재인 지지 보도 매체는 ‘LED 모조 촛불 시위’를 '촛불 혁명' 또는 ‘시민 혁명’이라고 주장한 것도 그들 나름의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광화문 시위를 당시의 야당(더불어민주당), 민노총, ‘기레기 보도 매체’가 합작하여 만든 ‘다수의 폭정(tyranny of majority)’이 대표적으로 사단(事端)을 일으킨 ‘권력 찬탈’의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평소의 반정부 시위보다 훨씬 많은 군중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한국 보도 매체의 과장 왜곡 허위 조작 선동 보도에 따른 대중 조작의 결과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보도 매체의 대중 조작은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와 관련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좌파 모험주의자 차베스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사회주의 독재 체제 구축을 위한 그의 ‘입법 쿠데타(legislative coup)’를 결과적으로 지지했던 어리석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지금 겪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눈여겨봐야 한다.

한 때 미국 남부에서 악명이 높았고, 요즘은 흑인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까지 인종 차별 운동을 벌이는 KKK단의 위협 수법을 연상케 하는 방법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자주 목격된다. 문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가짜 뉴스로 몰아 처벌 위협하기, 걸핏하면 동원하는 ‘군중 시위' '스토킹(stalking) 시위', 그리고 '문자 폭탄' '댓글 폭탄'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양식 있는 시민들을 겁박한다.

지금 나라가 엉망진창이다. 경제, 안보, 민주주의, 외교, 교육, 노조의 고용 세습, 태양광 밀실 결정, 나라의 기강 등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소금과 목탁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데 나라가 어찌 온전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자유, 진실, 시장, 국가정체성을 모토로 한 ‘펜앤드마이크’의 페이지뷰가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진실한 정보에 목마른 시민이 많다는 증거다. 하루 빨리 여타 보도 매체도 ‘언론’으로 거듭나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초 사실을 검증 확인하고 그것을 토대로 진실을 추구해 나가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언론의 으뜸가는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민웅 객원 칼럼니스트(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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