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日기업, 韓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원씩 배상하라”...日"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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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관계 또 악재...日 외무성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조치 취할 것”
대법원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日 기업들 상대로 ‘강제징용’ 관련 줄소송 이어질 듯
고노 다로 외무상,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 조치해 "국제사회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항의
고노 외상, 이수훈 대사에게 악수도 청하지 않고 이 대사 모두발언도 비공개

대법원이 이춘식 씨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외무성은 즉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7명의 다수의견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의 핵심쟁점인 ‘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척적으로 부인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배상책임을 부인한 일본 판결이 국내에선 효력이 없으며, 신일철주금이 구 일본제철의 손해배상채무를 승계받았다”며 결과적으로 신일철주금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반면.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만이 포기된 것이 아니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이씨와 고(故) 여운택씨‧김규수씨‧신천수씨 등 4명은 지난 1997년 일본 법원에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패소한 이후 지난 2005년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신일본제철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이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대한민국의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사건은 재심리한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원고들은 지난 2005년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시점을 기준으로 13년 8개월만에 승소 판결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과 관련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에 2건, 서울고법에 1건 등 법원에 계류중인 총 14건의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NHK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외무상은 이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즉시 유감을 표현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담화문에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는 판결”이라며 “한국이 즉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국제 재판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 의연한 대응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일 양국은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체결한 한일기본조약과 관련 협정의 기초 위에서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쌓아왔다"며 "그 핵심인 한일 청구권협정은 일본이 한국에 무상 3억달러·유상 2억달러의 자금협력을 약속한 것과 함께 양 국가와 그 국민의 재산과 권리, 이익과 관련한 모든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고 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고노 외상은 이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청구권 문제를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끝낸 일한 청구권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일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과 국민에 어떤 불이익도 생기지 않도록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고노 외상은 또 "국교 정상화 이래 (한일)양국이 쌓아온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이라며 "법치가 관철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보통 일본 외상이 타국 대사와 만날 때는 악수를 하는데 이날 고노 외상은 악수를 청하지 않고 이 대사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대사와 고노 외상의 모두 발언이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일본 외무성은 계획을 바꿔 고노 외상의 발언 후 기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했고 이 대사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주일 한국대사가 일본 정부로부터 초치된 것은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당시 신각수 대사가 일본 외무성에 호출받은 뒤 6년만에 처음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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