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이도훈 임종석 등 정부핵심인사들 잇달아 만나...30일엔 조명균 장관과 면담
비핵화·평화체제 방안 및 남북철도연결 제재예외·개성공단 등 논의한 듯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에서 70년간 이어진 전쟁과 적대를 끝낸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방문한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여 협의했다. 이 본부장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협의한 지 불과 일주일만의 만남이었다.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조율해 나가자’는 강 장관의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앞으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과정에서 양국 간 빈틈없는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본부장에게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70년 간 이어진 전쟁과 적대를 끝낸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그 같은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의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건 대표는 이 같은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FFVD는 도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며 “한미 양국 대통령들은 이 목표가 달성가능하다는 데 절대적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내가 취임한 뒤로 협의과정에서 한국을 방문한 것이 벌써 4~5번이고, 우리와 한국 팀이 만난 것은 벌써 12번이라고 들었다”며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북한과 실무협의가 가급적 빠르게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도훈 본부장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대단히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 만큼 우리가 최대한 많이 만나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신과 북한측 대표가 가능한 빨리 만나 지금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들은 이 본부장의 지난 21~23일 방미 협의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미 공조강화 방안, 미북 후속협상 동향,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정착의 구체적 추진 방안, 남북관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후속협의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날 비건 대표는 상세한 지명 등이 적힌 북한 중심의 한반도 지도를 소지한 모습이 포착돼 구체적인 대북 사찰과 검증 절차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례적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만났다. 청와대는 이 만남이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협상 수석대표는 청와대 방문 시 통상 안보실장을 만나는데, 청와대 2인자인 임 비서실장을 만난 것을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면담 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2차 미북정상회담 진행 사안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복수의 외교 및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철도연결 공동조사 등 남북협력 사업에 대북제재 예외적용,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현장 방문 등에 대해 우리측과 ‘온도 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총괄하는 임 실장에게 남북관계와 비핵화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국 수뇌부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나 남북 경제협력 사안에 대한 미국의 제재 예외 인정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조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 북한 양묘장 현대화 등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 15일 고위급회담에서 이달 하순 경의선 철도에 대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이 여전히 제재 예외 인정 문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비건 대표는 조 장관과 미북 고위급회담 및 실무협상 추진 상황을 공유한 뒤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미국 방문 계획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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