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법원장이 검찰 과잉수사-법원 영장남발에 직격탄 날려 주목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 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법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권력도 끝 있음을 기억하라 일침

현직 법원장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판사는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장 발부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부의 영장발부 남발을 정면 비판해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인석(61·사법연수원 16기·사진) 울산지법원장은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압수수색의 홍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법원장은 글에서 문재인 정권 들어 시작된 검찰의 양승태 사법부 수사와 영장발부 남발을 두고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 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법원”이라며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 데만 몰두하였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20만 4,263건이라며 “1998년의 청구는 1만5,463건이니 2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는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다”며 “통계만 보고 남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곳곳에서 압수수색의 남용, 남발에 대해 볼 멘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 법원장은 이어 주거, 스마트폰, 통장계좌 등 사생활 영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에서 법원은 검찰에 영장을 발부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장삼이사(張三李四)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이제 그걸 기준으로 삼읍시다. 우리의 주거, 우리의 PC와 스마트폰, 우리의 계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삼이사의 주거, PC, 스마트폰, 계좌도 함부로 털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사생활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조직범죄, 마약사범, 보이스 피싱 등 반사회적 범죄와 선량한 시민은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며 "그것이 제대로 보호되어야 민주국가이고 선진국이다"라고 했다.

최 법원장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검찰의 지나친 압수수색 광기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압수수색영장발부에 인색하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여! 메멘토 모리! 당신의 주거와 PC, 스마트폰, 그리고 계좌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라며 글을 마쳤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숙어로 과거 로마제국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던 문장이다. 권력을 휘두를 때는 자신이 나중에 권력을 잃었을 때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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