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 없이 셀프비준, 본말전도돼 '원인 무효'"
"北 경제지원할 땐 국가로 인정하고, 합의서 비준 '국회패싱' 명분 찾으려 말바꿔"
"헌법 66조 2항 규정한 대통령의 헌정질서 수호책무 다하라" 비판 고조
국회 종합국감서도 질타…조명균 통일장관 "판문점선언 부속이지만 별개이기도" 궤변
한국당, 30일 의총 열고 조명균 해임건의안 논의 후 발의 예정

지난 10월24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등은 '23일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비준동의안이 계류 중인 4.27 판문점선언의 후속 합의서이자 국가 안전보장·재정부담 논란 대상임에도 문재인 정권이 셀프 비준한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가 29일 관보 게재를 통한 공포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같은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인은 '자유한국당 외 112명'이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오늘 평양선언을 관보에 게재 및 공포했으며, 군사합의서 또한 이번주 중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평양선언은 공포되는 순간 그 즉시 법적효력이 발생하며, 군사합의서의 경우 이미 지난 26일 남북장성급회담을 통해 효력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에 "한국당은 오늘 헌재에 대통령이 위헌·위법하게 비준 재가한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지난 23일 헌법과 법률상 국회의 비준동의 권한을 명백하게 침해해 두 합의서를 비준 재가를 한 바 있다"며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선행 선언인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두 합의서의 대통령 비준 재가는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돼 원인 무효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해상완충구역 설정, 정찰·감시 중단 내용을 담은 남북 군사합의서는 국가 안위에 관련된 사항이어서 '안전보장에 대한 조약'에 해당하므로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청와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두 합의서 비준 문제에선 북한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간 조약의 비준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비준 재가해도 문제없다고 항변하고 있는데 참으로 자의적이고 편리한 위헌적 해석"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경제적 지원 문제가 걸릴 때는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남북 관계 합의서 비준 절차에서 '국회 패싱' 명분을 찾을 때만은 북한을 '국가가 아니'라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한을 계속 국가라고 규정하고 남북관계 합의 문서는 국가간 조약과 같은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 평양방문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남쪽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 재가를 스스로 철회하고, 정부 운영과 남북관계 문제에 '거추장스럽더라도' 헌법 66조 2항에 규정된 대통령의 헌정질서 수호책무를 다해주기 바란다.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침략주체인 북한 정권과 상호주의를 빌미로 한 군(軍) 대비태세 자진 해체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60조 1항을 매개로 한 '조약 해당여부' 논쟁을 떠나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합의하고 온 남북합의서 내용부터가 66조 2항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에서도 '셀프 비준'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쏟아졌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헌법 60조 1항을 보면 국회가 (비준 동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법적 효력을 부여하려면 헌법이 규정하는 안전보장 선언으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며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선언에 불과하며, 법적 효력은 부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판문점 선언은 원론적인 큰 틀이고, 구체적 내용은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에 있으므로 더 구체화된 내용을 비준 동의를 하는 게 맞다"며 "(판문점 선언은 비준 동의를 요청하고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는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것은) 법도 안 만들어졌는데 시행령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원유철 의원도 "모법(母法)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 선언을 비준 동의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부속합의서를 ‘셀프 비준’한 것은 문제"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판문점선언의 부속합의서의 성격도 있지만 서로 별개의 합의서"라고 '궤변'으로 응대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도 군사합의서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비준과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특별한 의견 제시나 발언을 했느냐"고 묻자 정경두 장관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주영 의원은 "남북군사합의서가 문제가 많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한마디도 안 하고 지나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한국당 남북군사합의 검증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군사합의는 정부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방을 포기하는 굴욕적인 불평등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북한과 일방적으로 합의하고 일방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도저히 대한민국 정부가 한 일이라고 볼 수 없는 국방 포기"라며 "명백한 위헌이요, 반 의회 독재 폭거"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오는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논의해 발의할 예정이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근 탈북민 기자를 남북 고위급 회담 취재단에서 배제하는 등 북한 정부에 대한 과도한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조 장관에 대해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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