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균형있는 보도', '국민의 방송' 자처하는 방송사들의 시선 드러나
MBC, ‘촛불집회’만 단신보도...‘文정권 퇴진집회’는 언급조차 없어
JTBC, 〈‘적폐청산, 뿌리 뽑아야’ 다시 든 촛불…친박단체도 집회〉
KBS 〈‘촛불집회’ 2년, 다시 광화문으로…“박근혜 석방” 맞불집회도"〉
각 방송사 보도분량, 대부분 '촛불집회' 내용 75%...'文정권 퇴진집회'는 25%
'촛불' 2주년이어서 의미 부여했다면...'文정권 퇴진집회' 2주년은 과연?

“촛불집회 2주년,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다”

지난 27일 지상파3사(KBS‧MBC‧SBS)와 보도전문채널 YTN, 종편 JTBC 등은 일제히 촛불2주년 집회를 보도하며 소위 ‘촛불 정신’을 부각했다. 반면 같은날 열리고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한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연합집회’에 대해서는 ‘맞불집회’나 ‘친박집회’라고 의미를 격하시키거나 구색맞추기로 보도했으며, 촛불집회 보도시간에 비해 무척 짧은 시간만 다뤄졌다. 특히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면서 ‘국민의 방송’을 자처했던 MBC와 같은 경우에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만 단신으로 다뤘을뿐, ‘문재인 정권 퇴진 집회’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상당수 많은 국민이 참여했음에도 언론이 이정도로 외면하는 실태가 괴이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진보연대라는 이름을 지닌 좌파단체 등이 주축이 된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조직위원회’는 지난 27일 오후 5시 30분경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2주년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스스로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다"며 촛불과 국민의 이름을 강조하며 더 강도 높은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자회사 전환이 아닌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대회에는 경찰 추산 3천명이 모였다. ‘한국진보연대’ 등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광화문광장에서 경찰 추산 400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를 열었다. 이들도 ▲재벌체제 전면 개혁 ▲노동권 강화 ▲서울 집값 문제해결 ▲한반도 평화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호 사장체제의 MBC는 <촛불집회 2주년 집회 "적폐세력 청산해야">라는 제목의 18초 분량의 단신을 통해 이른바 ‘적폐세력 청산’의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보냈다. 반면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한 ‘문재인 정권 퇴진 집회’에서 나온 국민의 목소리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의 방송’을 회복하겠다던 MBC에서 정의(定意)하는 ‘국민’의 의미를 은연중 계속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균형있는 보도’를 내세운 종편 JTBC는 <"적폐청산, 뿌리 뽑아야" 다시 든 촛불…친박단체도 집회>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자신들의 균형감을 드러냈다. JTBC의 해당 보도는 앵커멘트를 제외하고 1분 27초 가량 진행됐다. 이중 1분 4초(전체 영상의 75%)는 ‘촛불집회 2주년’ 행사를 보여줬으며, 22초간(전체 영상의 25%)은 ‘보수단체들의 집회’에 대해 조명했다. 16초부터 36초까지 20초가량은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수많은 인원이 나온 장면을 보여주며 ‘촛불’의 세가 ‘국민’을 대변할 정도였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한편, 이를 통해 2년 후 벌어진 촛불의 의미를 보다 격상시키고 극적으로 보여줬다. 이어 36초부터 1분 20초까지는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의 집회 발언이나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 합창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째서인지 이날 행사를 주최한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조직위원회’의 핵심인 민노총에 대한 언급은 배제됐다.
 

JTBC뉴스룸 화면 캡처

반면, JTBC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서울역 앞에서는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며 “대한애국당 등 친박단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대통령! 박근혜!’라고 외치는 구호를 앞세워 노출시켰다.

이날 JTBC의 보도는 대한문에서 벌어진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연합집회’와 서울역에서 벌어진 대한애국당의 집회에 대해 구분하지 않고 보도했을 뿐더러,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평가를 ‘박근혜 팬덤’으로 국한시키고 고립시키는 보도행태였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팬이기 때문에 시위에 참여했기보다는, 탄핵정국 당시 무분별한 비난으로 탄핵까지 이르게 된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야하고, 그에 대한 절차 중 하나로 ‘박근혜 석방’을 강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대한애국당 당원은 “수많은 왜곡보도를 접하고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나왔다.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광팬이다’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탄핵 전까지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고, 탄핵을 주도한 사람들이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닌 국민들을 이용해서 촛불을 들게 하고 그 힘을 이용해서 죄없는 대통령을 탄핵시킨 과정이 잘못됐다고 느낀 것”이라며 오늘날 국정 실태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집회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KBS 뉴스화면 캡처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도 메인뉴스인 ‘9시 뉴스’에서 <‘촛불집회’ 2년, 다시 광화문으로…“박근혜 석방” 맞불집회도>라는 제목의 보도를 실었다. 역시 보도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민노총 등 좌파단체들이 주도한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집회’였다. KBS는 앵커멘트를 제외한 1분 46초간의 영상 중 1분 21초는 ‘촛불 2주년 집회’를 전했고, 25초간 ‘박근혜 퇴진 불복’ 집회를 전했다.

KBS는 이날 ‘청년 참가자’, ‘장애인 참가자’ 등의 인터뷰를 상세히 내보내며 ‘적폐청산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한다’는 집회 의의를 전했다. 반면 KBS는 ‘문재인 정권 퇴진 집회’에 대해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라고 전하며 “역시 2년 전 그 때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게 잘못됐다는 겁니다”라고 설명하며 몽니를 부리는 모습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이후 ‘박근혜 석방’ 집회 참가자가 “이 정부는 권력 찬탈 세력이고...”라고 말하는 인터뷰 내용을 실은 다음 바로 기자가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 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광장에는 촛불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시민들의 염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라며 소위 촛불집회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며 끝맺는다.

이외에도 보도전문채널 YTN 또한 보도 건수나 보도 제목, 방송분량 등에서 '촛불 집회'에 중점을 뒀다.
 

YTN 뉴스 갈무리
YTN 뉴스 갈무리

한편 방송사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27일에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문재인여적죄고발국민운동본부(문여적), 비상국민회의, 대한민국국군예비역총연합 설립추진위원회(국군총연합), 이선본,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국대위), 고교연합자유대한연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약 1400개 자유우파 단체들이 모여 문재인 정권의 국가해체 시도와 경제파탄, 영토포기, 군(軍)무장해제, 법치파괴, 언론탄압, 한미동맹 파괴 시도 등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대한문 앞 광장부터 세종대로와 1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는 서울특별시의회 직전까지 이어졌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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