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정치인의 취재원 추궁은 위협으로, 적어도 부담으로 작용”
"취재원을 자백하라는 압박은 독재국가나 전체주의에서나 있을법한 자유에 대한 폭력”
"집권당에선 요즘 시대와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후진국 정치행태 번지고 있어"
"기자는 취재원을 생명처럼 지킬 것"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45·성남 분당갑)이 여러 경로를 통해 특정 기자의 ‘정보 입수 경로’, 즉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전 편집국장)는 지난 25일 일면식도 없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병관 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문의받았다. 김병관 의원측은 전영기 칼럼니스트가 지난 15일 작성한 칼럼과 관련해 “외교부도 선관위도 전문 보고서를 유출하지 않았다는데 어디서 입수했는지 물어봐도 되느냐”며 질문했다고 한다. 전 칼럼니스트는 당시 ‘왜 소스를 물어보느냐’고 항의했더니 “궁금해서 여쭤보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칼럼에 적었다.

앞서 전영기 칼럼니스트는 행안위 국감 전날인 15일 ‘한국의 콩고 민주주의 위협 사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가 보낸 대외비 외교 전문’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해 김용희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콩고민주공화국에 특정 한국 업체의 전자투개표기를 소개한 사실을 강도높게 질타한 바 있다.

칼럼에 따르면, 2017년 12월 5일 콩고의 한국 대사관저에 모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EU 대표들은 김용희 전 사무총장에 대해 “전자투개표기는 선거 결과 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사기 기계(cheating machine)로 전락할 것”(벨기에 대사), “한국인이 사무총장인 선거협의회가 콩고 선관위 측에 국제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한국 업체를 선정하도록 알선한 것은 부적절하다. 콩고 선관위의 부정축재 수단 아니냐”(영국 대사)는 합리적인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한다. 김용희 총장과 콩고 주재 권기창 대사는 미국으로부터 “전자투개표기는 최악의 선택이며 한국의 위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최후통섭청 발언을 듣기도 했다.

이후 2018년 2월, 감독기관인 중앙성관위는 선거협의회를 감사해 김용희 총장을 배임, 입찰방해,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다. 전 칼럼니스트는 김용희 총장의 행보에 대해 “김용희 총장의 행태와 선거협의회의 현실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거리가 멀다. 이런 조직이라면 매년 80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며 “문을 닫는 게 낫다. 김용희의 배후엔 어떤 세력이 있는 걸까”라며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칼럼이 나간 직후 김병관 의원이 논란에 가세했다. 김병관 의원은 지난 16일에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선관위·인혁처 등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게 “최근 전영기 논설위원과 만난 자리가 있냐”, “전영기 논설위원에게 외교전문을 넘겼느냐”며 특정 기자의 취재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추궁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가 중앙선관위의 전임 총장(김대년)과 전전임 총장(김용희)의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질의하는 김병관 의원
25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광역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전영기 칼럼니스트는 29일 <기자에게 취재원 밝히라는 폭력>이라는 칼럼을 내보냈다. 전 칼럼니스트는 김 의원측의 잇따른 취재원 추궁에 대해 “얼마나 궁금한지 모르겠으나 김 의원이 소속된 집권당에선 요즘 시대와 국격에 어울리지 않게 ‘스스로 허위조작의 진실 감별사’ ‘가짜뉴스 생산자를 인지해 수사구속’ ‘마음에 들지 않는 사법부 대신 새로운 재판부 설치’ 주장 등 후진국 정치 행태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이런 판에 그 당의 최고위원을 지낸데다 디지털 기업인 출신으로 국회의원 제1의 재산가이자 판교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의 취재원 추궁은 질문당하는 기자한테는 위협으로, 적어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자가 비판적 기사의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이유는 그를 처벌하거나 공격해 비판세력의 확산을 막고 대중에게 두려움을 심어 저항 의지를 짓밟기 위해서”라며 “기자에게 취재원을 자백하라는 압박은 독재국가나 전체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자유에 대한 폭력”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취재원을 생명처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칼럼니스트는 또한 김 의원의 취재원 색출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권력 실세 그룹에서 문제의 김용희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김 의원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총대를 멨나 짐작만 할 따름”이라고 추측했다.

앞서 김병관 의원은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발(發)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자꾸 조각조각들 단편적인 사건 내용들이 흘러나가면서 저는 지금 이렇게 우리 국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고 그래야 될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이런 사건들을 바라보게 되는 문제점들이 있다”고 말하며 논란에 서기도 했다.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관심 가질 사건이 아니다'라며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는 발언이 적절하냐며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지 10여일만에 백만명이 넘는 인원이 청원에 동참하며 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김 의원은 당시 입장문을 내 "(발언 취지는) 경찰의 잘못된 공보행태에 대한 지적이었다"며 "사건 내용들을 흘려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찰 관행은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보지침을 철저하게 지켜줄 것을 당부"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저의 발언이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왜곡되어 보도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 청년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들께도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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