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종료...한국당 지도부 무기력 속에서도 정권폭주 질타한 의원들 눈길
'야당탄압 저지 구심점' '靑 업추비 오남용' 폭로한 심재철 비롯해
서울교통公 고용세습 폭로 유민봉·김용태, 국가公 전선확대한 민경욱
'호남공화국' 人事, 부동산정책 모순, 脫원전-태양광카르텔 맹폭 윤한홍·정용기
안상수 "경찰청 朴정부때 가짜뉴스도 수사하라" 박대출 "유튜브 탄압 입법 저지" 주목
'北석탄 불법수입 업자들 국내 금융기관으로 대가 송금' 규명해 낸 정진석
盧일가 뇌물 공소시효 15년-기무사 쿠데타설 모순 각각 밝힌 주광덕-백승주
'공론화정치 실패' 성토, 캠코더 낙하산·좌편향 역사 보조교재 추적한 전희경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대부분의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29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에서 '야당 2년차'로서 대여(對與) 투쟁의 '감'을 잡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탄핵과 대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로 크게 위축됐던 제1야당 의원들이 분투하는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9월18일~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2기 내각·사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편입되고 여야간 공방 수위도 높아졌지만, 예년처럼 소모적인 정기국회 보이콧을 반복하는 일이 거의 없이 대(對)정부질문과 국감이 수행됐다.

국감 정국 내내 112석의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수사당국 동원 야당탄압 저지' '서울교통공사 등 채용비리 국정조사' 단일대오를 이끌어내는 등 야성(野性)이 발현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10월10일 국감이 시작되기 전부터 야당 의원들은 두각을 나타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한국당 의원(경남 창원 마산회원구·초선)은 지난달 13일 정치분야 대(對)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해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민갑룡 경찰청장, 이은항 국세청차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이 호남출신으로 채워져 있다"고 조목조목 짚은 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호남공화국'"이라며 "사상 유례가 없는 편향 인사, 적폐 인사를 시정하라"고 일갈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강남 집값 잡겠다더니,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한 문재인 정부 고위직은 앉은 자리에서 '억' 소리나게 재산을 불리셨다"고 꼬집기도 했다.

(왼쪽부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호남편중인사, 강남 주택 소유자들이 강남 집값을 올리는 격의 부동산 정책, '코드' 통계청장 교체, '땡문뉴스' 식 공영방송 운영 등을 가감없이 비판해 주목받은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과 윤한홍 의원.(사진=각 국회의원 공식 블로그)

같은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간사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재선)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이제 통계조작(통계청장 조기 교체)도 모자라 (생활밀착형 SOC라는 이름으로) 조작된 (복지) 예산을 내놓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이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을 제대로 돌려놓지 않는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아울러 "특히 공영방송은 '혁명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반대파를 숙청하는데 혈안이 됐다"며 "'땡문뉴스'와 극도의 편파방송으로 공영방송 메인뉴스 시청률은 1%대(MBC 뉴스데스크 지칭)이고 다른 공영방송도 한 자릿수 대로 떨어졌다"고 언론계의 '황폐화'를 고발했다.

이후 국감 과정에서 윤한홍·정용기 의원은 586 좌파 운동권 출신들이 주도하는 3개 협동조합이 서울시·전국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사업자격 특혜는 물론 지방·중앙정부 지원예산을 절반 가까이 독식했다는 의혹을 폭로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또 과방위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두고 "'판도라' 영화 한편 보고 국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멀쩡한 원전을 중지시켜 막대한 국민적 피해(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1조원 이상)를 초래하도록 결정한 사람들은 민형사상, 역사적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윤 의원의 경우 국감 전부터 한국전력 자회사 한국남동발전이 불법 반입된 북한산 석탄의 실체를 모르고 발전에 사용했을 리 없다는 의혹에 집중한 바 있으며, 최근 국감 과정에선 인사혁신처 제출 자료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를 거쳤거나 현재 재직중인 42명의 장관 정책보좌관 중 90% 이상(38명)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이거나 좌파성향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폭로해 주목받았다. 

지난 9월21일 여의도 국회 심재철 의원 사무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당 지도부가 전례없이 기획재정부 고발 나흘 만에 벌어진 검찰의 '정기국회 회기 중 의원실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21일 여의도 국회 심재철 의원(왼쪽에서 세번째) 사무실 앞에서 전례없이 기획재정부 고발 나흘 만에 벌어진 검찰의 '정기국회 회기 중 의원실 압수수색'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당 지도부까지 합세해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한국당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을·5선)은 국감 돌입 전부터 정치권의 이목을 한군데로 집중시켰다. 

심재철 의원은 국회 기재위원으로서 발급받은 ID를 통해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 국가재정정보시스템(디브레인)에서 상당량의 정부 예산자료를 다운로드했는데, 기재부가 이를 '비인가정보 유출'이라며 전례없이 기재위원을 검찰에 고발한 지 나흘 만(9월21일)에 여의도 국회 의원실 압수수색이 벌어지며 야당 탄압 논란이 촉발됐다.

당일 한국당은 지도부와 의원·보좌진·당직자들이 압수수색 현장으로 달려가 검찰에 항의하는 등 단일 대오로 뭉쳤다. 정기국회 회기 중 의원실 압수수색은 극히 이례적인 사태였고,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주택공사 택지 개발정보 유출 의혹을 한국당이 고발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 대응과 맞물려 파문이 더욱 커졌다.

한국당은 엿새 뒤(9월27일)엔 심 의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알리지 않고 허가했던 문희상 국회의장 집무실을 집단 항의 방문해 사과에 가까운 유감 표명을 받아냈고, 이튿날(9월28일)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직접 찾아가 규탄 기자회견 및 항의 면담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왼쪽)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설전을 벌였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지난 10월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 차원에서 야당 탄압 논란으로 맞불을 놓는 사이 심 의원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어긋나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업무추진비 비정상시간대·휴일 총 2억4594만원 부당사용 의혹 ▲청와대 참모진 회의참석수당 총 2억5000만원 부당수령 의혹 등 예산 오·남용을 폭로했다.

심 의원은 또 기재부와의 공방을 통해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정활동 예산 사찰 확신 발언 ▲최근 10년 내 타 의원실의 재정분석시스템 비인가 구역 접속 사례 발견 등으로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심야 술집 사용 내역 중 '식사 후 뒷풀이' 사례를 여러 건 규명하는 한편 감사원장으로부터는 올해 청와대 업무추진비 감사가 "부실했다"는 시인을 받아내는 성과도 올렸다.

심 의원은 이달 11일에는 관세청이 8월10일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 수사 중간발표를 할 당시에도 2개 수입업체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25일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한 기재위 국감에선 "(최초) 수사를 제대로 했다고 자부하느냐"고 추궁했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2건의 추가 수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보고하겠다며 "(최초 수사보다) 지금은 아무래도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김영문 청장은 당일 심 의원 등 야당 기재위원들로부터 '북한산 석탄을 위장 반입한 수입업자들이 관세청 발표대로 수수료로 석탄을 받은 게 아니라, 수입 대가로 수십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에야 "제3자에게 대금을 보낸 것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왼쪽부터) 지난 10월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영문 관세청장(오른쪽)으로부터 '북한산 석탄 불법수입 대금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된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또 이튿날(26일)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정진석 한국당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4선)이 '북한산 석탄 수입 대금이 우리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된 사실이 있느냐'고 물은 뒤에야 "(지난해 4월과 10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뒤늦게 밝혔다. 대금을 받은 주체가 북한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더 확인해야 한다"고만 했다.

미국과 대(對)북핵 제재 방침에 따라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발동하면 해당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가 마비되는 등 국민경제의 심각한 피해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 대처는 미온적이고, 야당 의원들의 노력으로 위기 대응의 실마리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를 통계자료에 입각해 짚어냈다.(사진=연합뉴스)

국감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 '소득주도성장 난타전'을 벌이는 데 한몫 한 의원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재정경제부(기재부 전신) 차관을 지낸 기재위 소속 김광림 한국당 의원(경북 안동시·3선)은 10월2일 경제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현 정부의 '일자리 성과 격차'를 조목조목 들어 비판했다. 

그는 "전임 정부에서는 매해 36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2016년에는 민간에서 23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는데, 올해에는 민간 일자리가 오히려 17만개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민간일자리 감소분에 대해선 "최저임금에 큰 영향을 받는 3개 업종에서 무려 32만개가 줄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정부를 선포하고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었는데도 고용통계가 그야말로 참사 수준"이라며 "고용 사정이 이런데도 최저임금 영향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답변에 나선 이낙연 총리는 현 정부의 주된 대응 방식인 소위 '이명박근혜 정부 탓'을 쉽사리 꺼내지 못한 채 수세에 몰렸다. 

이 총리가 "그 모든 것이 최저임금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경제가 저임금과 노동자 혹사에 의해 불균형 성장, 소득 불평등 확대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항변하자, 김광림 의원은 "(통계상으로) 이전 정부에서 꾸준히 개선돼 오던 소득 양극화가 10년 만에 최대 격차로 늘어났는데, 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이 총리는 "우리로서도 참으로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김 의원은 국감 기간에는 기재부에 "소득주도를 했더니 소득이 도주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 교과서 어디에도 단 1줄도 언급되지 않는, 청와대 직원 몇명의 머릿속에만 있는 주장", "새정부 2년 만에 전임 정부 4년치와 맞먹는 재정확대를 해도 성장은 역주행한다", "잘못된 선거공약을 바로잡지 않는 것은 '청와대정부'의 책임" 등 신랄한 비판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철회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 집권세력이 야당이던 전임·전전임 정부 시절 퍼뜨린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정부가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에 '한방 먹인' 야당 의원들이 나타나 존재감을 피력했다. 

재선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3선)은 10월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이중잣대' 의혹을 받는 정부의 가짜뉴스 단속 방침의 허점을 찔렀다.

안상수 의원은 당시 '대통령이 무속신앙에 빠졌다', '세월호 7시간 굿판설', '정유라가 대통령의 딸이다' 등 2016년 10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까지 보도된 수십건의 가짜뉴스를 거론한 뒤 "불과 1년 반 전 얘기인데 이것도 조사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사해서 가짜뉴스 사례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촉구했다.

"같은 법리에 따라 검토해보겠다"는 민갑룡 청장에게 안 의원은 "직접 판단하기 힘들면 이걸 고발할 테니 조사해서 가짜뉴스 사례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고 거듭 압박하기도 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울산 남구갑·재선)도 이때 "광우병 파동 때와 세월호 때, 천안함 사건 때도 가짜뉴스가 많았는데 경찰은 뭘 했느냐"며 "(이제 와서) 정권 입맛에 맞는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경찰의 '가짜뉴스 코드 수사' 행태를 질타했다.

현 정부여당의 방송장악과 정부비판적 유튜브 탄압에 대한 우려를 앞장서서 제기해 온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과방위에서는 박대출 한국당 의원(경남 진주시갑·재선)이 "허위조작정보는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충분한데 무엇이 두려워 국가기관 7개가 달려드느냐(10월8일 汎정부 가짜뉴스 대책 발표 직전 연기 사건)"고 일갈했다.

박대출 의원은 10월18일자 '펜앤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하면서 가짜뉴스에 대해 여러 가지 짚은 부분이 있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올해 상반기 한차례 가짜뉴스 대책을 준비했다가 철회하면서 "우리(정부)가 '진실이냐 아니냐'를 이야기하는 게 위험한 행동이다", "더 이상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발언한 것을 재확인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10월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총리실·총리비서실 국감에서 여당 의원(제윤경 민주당 의원)조차 "가짜뉴스,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대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얘기일 수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기준이 정부 듣기에 불편한 정도에 따라 보도될지 말지 판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 점을 들어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에 '위험한 접근'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단계에서 '정부비판적 유튜브'를 표적 삼은 여당의 입법 시도가 있으면 적극 저지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왼쪽부터)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비리 의혹을 이슈화하는데 기여한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 김용태 의원.(사진=연합뉴스)

국감이 중반에 접어들던 10월16일부터는 '드루킹 등 민주당원 1억회 포털 댓글조작' 사건 이후 약 반년 만에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3당 공조를 이끌어 낸 이슈가 터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유민봉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은 '박원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前 서울메트로)의 올해 3월1일자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적어도 108명이 기존 정규직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민봉 의원은 앞서 지난해 9월 국감에서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채용비리 제보를 받아 의혹을 제기했었고, 올해 국감까지 1년 가까이 감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 이슈는 일개 의원에 국감에 그치지 않고, 당 차원의 의제로 격상됐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서울 양천구을·3선)이 바통을 넘겨 받아 수차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안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문재인, 박원순, 민노총의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는 과감한 공세 구호도 그의 작품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직자 친인척 관계 현황 전수조사 미비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를 계기로 한 안전용역 직영화에 어긋나는 절반 가까운 무자격자 채용 ▲민노총 및 산하 교통공사 노조의 조사 방해 및 정규직 전환 자격검증 무력화 압력 ▲공사 임원진에 대한 노조원 폭력 행사 등을 폭로하며 국회 국정조사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교통공사 측은 '민노총의 방해로 재직자 친인척 관계 현황 전수조사율이 11.2%에 그쳤다'는 한국당의 지적에 '조사율(응답률)은 99.8%이며 1만7084명 중 11.2%인 1912명이 친인척 관계'라는 해명을 내놨으나, 국감을 통해 총 139개 중 137개 부서의 자발적 응답만을 종합한 허술한 변명이었음이 드러났다. 공사 측이 자체 조사했다는 재직자 99.8%를 제외한 0.2%(39명)보다 훨씬 많은 수의 직원들이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국당 측에 제보한 것도 이에 일조했다.

의혹 제기 일주일 만인 10월22일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민평당과 함께 '국회 과반'인 총 153명의 의원이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업체 등에도 고용세습·채용비리 정황이 있음을 포착해 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한국국토정보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업체 등에도 고용세습·채용비리 정황이 있음을 포착해 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와 맞물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의 전선(戰線)을 넓히는 데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한국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초선)이 기여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내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다수 협력업체 등에 대한 임원·노조원 고용세습 의혹을 추가 폭로하면서 국가공기업도 채용비리에서 예외가 아니었음을 환기시킨 것이다.

이밖에도 각 상임위 국감에서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생태원, 한전KPS에 대한 임직원 친인척 정규직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3당의 국조 요구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민경욱 의원은 앞서 국감 초입에는 청와대 지시를 토대로 한 기재부의 공공기관 단기일자리 채용 압박 정황을 직접 폭로해 '반(反)시장적' '주먹구구 식' 정부 일자리 정책 백태를 짚어내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당은 10월12일 '가짜일자리대책특위'를 구성해 활동에 나섰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공세 이후 한국당이 재수사 촉구로 맞불을 놓았던 '박연차 게이트-노무현 일가 640만달러 뇌물수수 사건' 중 2008년 2월 발생한 노건호·연철호 500만달러 수수 사건 부분의 공소시효가 올해 2월 만료된 것이 아니라 2023년 2월까지 남아있었음을 법무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확인했다.(사진=연합뉴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공세 이후 한국당이 재수사 촉구로 맞불을 놓았던 '박연차 게이트-노무현 일가 640만달러 뇌물수수 사건' 중 2008년 2월 발생한 노건호·연철호 500만달러 수수 사건 부분의 공소시효가 올해 2월 만료된 것이 아니라 2023년 2월까지 남아있었음을 법무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확인했다.(사진=연합뉴스)

검사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주광덕 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 역시 올해 국감에서 '뜻밖의 성과'를 낸 인물로 거론된다. 

당 차원에서 올해 2월21일부로 공소시효가 모두 만료됐다고 판단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달러 뇌물수수 사건' 중, 노 전 대통령 장남 노건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0만달러를 수수한 건(범죄일시 2008년 2월)의 공소시효가 5년 더 남아 있었음을 규명해낸 것이다.

10월12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 주광덕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현재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아직 남아 있는 게 '노건호·연철호 500만달러 수수' 부분으로 돼 있다"며 '2023년이 공소시효 완성 시기'임을 확인받았다.

주 의원은 이를 토대로 19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감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의지를 보이겠다'는 답변을 받아냈고, 25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감에선 문무일 검찰총장으로부터 "최근 고발인 수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수사 가능성을 공개 확인받기에 이르렀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은 지난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 등 7개 기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영란 전 대학입시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게 "공론화위원회는 복잡성과 전문성, 책임성, 지속성 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공론화 정치'의 한계를 추궁했다.(사진=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이어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에서도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공론화 정치 실패'를 짚은 인물도 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은 10월11일 국감에서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공개 설전을 벌여 이목을 끌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당초 교육부가 내려야 할 대입개편안 결정을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또 '부정청탁금지법의 상징' 김영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공론화위에 떠넘겼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올해 8월3일 공론화위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45% 이상 확대' 1안과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2안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며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안은 없다"는 입장과 함께 국가교육회의에 도로 결정을 떠넘겼다. 

국가교육회의 역시 같은달 7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에서 교육부에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정하지 않되 현행보다 확대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구체성이 떨어지는 권고를 내놨다. 열흘 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수능 또는 학생부 중 한 전형으로 30% 이상 뽑을 것'을 골자로 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현 중학교 3학년생부터 적용)을 발표했다. 공론화위 선택지 1안·2안 모두와 거리가 먼 결론이 난 셈.

이를 토대로 전희경 의원은 "공론화위는 복잡성과 전문성·책임성·지속성 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합의가 어렵다고 해서 위원회에 넘기는 것은 부적합하고 생각한다"며 김 전 대법관을 몰아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공론화에 적합한 주제가 무엇인지에 관해선 조금 더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공론화라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계속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공론화 정치를 옹호했다.

전 의원은 공론화 과정 자체에도 위법성이 있었다고 추궁했다. 그는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해서 '정당지지도'를 물었는데 정치적 중립위반이라고 의심받을 만한 내용"이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받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는데 이 역시도 선거 여론조사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현행법을 위반하고, 정치적 중립위반이라고 의심받을 만한 내용이었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전 대법관은 "지난번 원자력 공론화 조사 때도 '가상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국회에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항변했고, 전 의원은 "현실체계 내에서 해야하는 것"이라며 "밥값 하나도 철저하라고 하신 분의 답변으로는 보기 어렵다", "편법을 쓰고,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건 김영란법으로 대표되는 분의 답변으론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 의원은 교육부 산하·유관기관의 장(長)을 비롯한 임원급 임명직들 사이에서 일명 캠·코·더(선거캠프·좌파코드·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가 적어도 5명 중 1명 이상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전 의원이 교육부 산하·유관기관 임원급 임명진 인사 현황과 이력서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10일을 기준으로 총 231명의 임명직 임원 가운데 47명(20.3%)이 캠코더 인사에 해당됐다.

자료사진=전희경 의원실 제공

전 의원이 10월12일 교육부 산하·유관기관 국감에서 이같이 지적하자,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서울 중랑구갑·재선)는 "이명박정부 때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라는 게 있었다"고 맞불을 놨다.

그러나 지난 2008년 3월16일 '한겨레' 신문의 <이명박 정부, 호남출신 인사 15년만에 '최저'> 보도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장·차관급 정무직 인사에서 "영남 출신 비율은 37%(34명)로 김영삼 정부(37%), 노무현 정부(35%) 때와 같거나 비슷했"으며 "고려대 출신(13.5%)은 역대 정부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달 28일 당시 청와대는 "89명의 장·차관급 인사 가운데 소망교회 교인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전 의원은 역사교과서 문제도 꾸준히 파고들었다. 10월19일 전 의원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 등 각 시·도 교육청이 관내 중·고교에 대거 배포한 중학교용 <주제로 보는 역사> 고등학교용 <주제로 보는 한국사> 보조교재가 77% 이상 좌편향된 필진에 의해 집필됐다. 

내용 면에서도 북한 정권의 6.25 남침전쟁의 원인-과정-결과 설명이 단 1.5줄 분량에 그치거나, 1948년 대한민국 건국 관련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삭제됐으며, 독립운동사(史)에서 임시정부 내 좌익정당인 '조선 민족혁명당' 활동이 과대 서술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국군기무사령부 해체 빌미로 제기했던 '기무사의 촛불집회 진압용·박근혜 정부 친위쿠데타 문건 작성 의혹'의 허점을 짚어낸 '국방부 차관 출신'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국방위 자유한국당 간사 백승주 의원(경북 구미시갑·초선)은 10월10일 국방부 국감에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촛불집회 진압용' '친위 쿠데타 실행 문건'으로 프레임을 씌웠던 옛 국군기무사령부(現 국군안보지원사령부)의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 문건 2건이 이미 정부업무 처리 전산화 시스템 '온나라 시스템'에 등재됐었다는 사실을 폭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기무사는 문 대통령 당선일인 지난해 5월10일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생산(건의)'과 계엄 관련 '대비 계획 세부 자료 생산(건의)' 문건을 온나라 시스템에 올렸다. 두 문건을 '비밀문서(2급)로 생산(등록)해야 한다'는 제안서였다. 한국당은 이를 토대로 '애초 친위 쿠데타를 위한 문건이었다면 정부 공식문건으로 등재됐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백승주 의원은 15일 국감 자료를 통해서는 '남북관계를 고려하라'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지시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전력화를 위한 장거리지대공 미사일(L-SAM)의 시험발사가 수차례 연기된 정황을 밝히고, '북한 눈치보기'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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