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다음 달 초 공개할 ‘국가안보전략지침(안보전략)’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발간했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국정계획)’에 사용했던 ‘완전한 북핵폐기’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대체할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전략 자산 등 핵우산도 없애야 한다는 북한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안보전략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5주년 주기로 작성된다. 안보정책 관련 최상위 기획 문서로 외교·안보 분야의 ‘헌법’으로 불린다.

청와대는 이 중 일부를 공개본 형태로 11월 초에 2만 부 발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가 작년 7월 작성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선 국방부와 외교부 모두 ‘북핵 대응 능력 강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발간한 ‘안보전략’에는 ‘확고한 북핵 불용(不溶)’이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발간될 ‘안보전략’에는 ‘북핵 폐기’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사용된 것이다.

이전 개정에는 지난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에서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개정이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략무기 전개를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측 입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남·북·미를 포함한 관련국들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북핵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 자산 등 ‘핵우산’ 제거까지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제재’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작년 ‘국정계획’에는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한 북한 비핵화 견인”을 명시했지만 제재 완화 필요성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전제로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이 같은 ‘북한 눈치보기’ 때문에 북한인권 개선 노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 상황에서 북한인권을 정면에서 다루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만 해도 북한인권문제를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언급했다. 또한 “북한인권재단의 조기 출범, 국제사회와의 공조, 남북대화 때 인권문제 의제화를 통해 북한당국에 인권친화적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외신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은 국제적 압박보다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것이 실질적 개선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근거한 북한인권재단도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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