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홍찬식 칼럼]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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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반대’ 입 막으려 임명 2시간 반 뒤 ‘고교 무상교육’ 발표
‘땡문 뉴스’ 등 융단 폭격과 ‘가짜 뉴스’ 공세로 혹세무민
문 대통령, 생각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 국정의 대전환 나서야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 장면 1

111년 만의 최대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를 지시했다. 곧 이어 실제 할인되는 요금이 가구당 월평균 1만원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찔끔 할인’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문제만큼은 문 대통령의 선의를 믿었다.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설마 ‘1만원 인하’로 생색을 내려는 것은 아니었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은혜 교육부총리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내놓은 ‘고교 무상교육 내년 시행’ 발표는 그런 선의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했다. 이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은연중에,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연간 2조원 가까운 예산 확보나 법 개정 등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정책을 유 부총리는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2시간 30분 뒤 취임사를 통해 불쑥 발표한 것이다. 자질 미달의 교육부총리 임명과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교육정책의 실패를 돈으로 입막음하겠다는 뜻이다. 수업료만 깎아주면 학부모들이 모든 걸 용서해줄 것으로 아는 모양이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이렇게 막 나올까.

같은 좌파 공동체의 서울시교육감은 곁에서 추임새를 넣는다.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현금 20만원을 매달 수당으로 주겠다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무상급식에 대해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를 팔기 위한 미끼 상품이라고. 이들에게 유권자는 얼마든지 돈으로 포섭 가능한 낚시의 대상으로 보이는 듯하다.

#장면 2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켜고 네이버 앱을 연다. 전날 뉴스가 궁금해서다. 네이버 첫 화면에 뉴스 제목들이 나타난다. 그 중에는 ‘문 대통령’으로 시작되는 것이 단골 아이템이다. 이른바 ‘땡문 뉴스’다. 30여년 전인 5공 시절에나 있었던 것인데 아직 세상이 바뀌지 않았는지 혼란스럽다.

오전에 집을 나와 노선버스를 탄다. 다음 정류장을 안내하는 차내 방송이 나오는데 그 안에 뜬금없이 서울시 홍보 멘트가 끼어 있다.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반복적인 각인 효과를 노리는 권력의 갑질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섰던 지난 6월 지방선거 전에는 더 노골적인 멘트로 나왔다.

버스 운전기사는 라디오로 교통방송을 틀어놓고 있다. 김어준이 나온다. 교통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설립된 방송에 주진우를 비롯해 주로 좌파 인사들이 출연해 뭐라고 계속 떠들어댄다. 그냥 조용히 이동하고 싶다. 그러나 운전기사 마음이니 라디오를 꺼달라고 할 수도 없고 꼼짝 없이 들으며 목적지로 가야 한다.

저녁 시간 집에 들어가 TV 리모콘으로 EBS를 켠다. 그마나 볼 게 있다. 하지만 여기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문 대통령 소리가 부쩍 자주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국회의원의 분석 자료를 보니 EBS 뉴스에서 ‘문 대통령’ 키워드가 이전 정권보다 4배 늘었다고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헌법에 나와 있다. 교육방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정도면 ‘융단 폭격’ 수준이다. 좌파 홍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매체를 찾아내고 동원하고 있다. 차량 이동자들이 차 안에서 많이 듣는 교통방송이나, 동네 버스들의 안내 방송이 이들 눈에 뜨이지 않을 리 없다. EBS를 왜 빼놓겠는가. 집요하고 철저하다. 정부와 좌파 공동체는 이렇게 한쪽 방향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면서 국민들을 관리하면 자기편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아니 이미 자기편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장면 3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가짜 뉴스’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불길한 일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 등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들인데 한마디로 ‘가짜 뉴스’ 딱지를 붙여 버린다. 또 유튜브 등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를 혼내겠다고 야단이다. 자기들만 옳고 다른 사람들의 말은 모두 틀리다는 말기(末期)적인 현실인식이다.

정권이 언론 탓을 한다는 것은 경제 등 국정 운영이 자기들 마음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정권 입에서 언론 탓이 자주 나오게 되면 그것은 정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정권의 빠른 침몰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 불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의 이미지가 강하다. 소통의 시대를 열겠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현실은 불통의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청와대 안팎에서 끼리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들까지 찾아가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노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돈으로 때우려는 여론 구걸과 국민을 관리 대상으로 여기는 선전선동, 불통의 리더십으로는 일부는 몰라도 전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집권 1년 6개월을 맞은 지금부터라도 그간의 실패를 바로잡는 국정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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