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거부 안받아들여졌나" 재판부에 수차례 되묻기도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 재판을 받고 있는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16일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며 "내가 잘못한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본인 재판에서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은 드레스덴 연설문, 대통령 말씀자료, 해외 순방 일정표 등 기밀문서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됐고, 정 전 비서관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이날 재판에서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청와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보낸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느냐'고 묻자 "'최씨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지만 '최씨에게 문건을 보내주라'는 명시적 지시는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창기에 실무진이 작성한 말씀자료를 직접 고치는 등 굉장히 신경을 많이썼다"며 "저에게도 '좀 더 많이 보완해서 올리라'고 말씀했고, (그 과정에서) 최씨의 의견도 들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냥 제가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조금 과했던 것 같고 실수를 했다"고 했다.

그는 '최씨에게 문건을 보낸 것을 대통령이 알았느냐'는 변호인의 물음에도 "제가 모든 자료를 최씨에게 보낸 것은 아니기에 제가 어떤 걸 보냈는지 대통령은 알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각종 인사에 대해 먼저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하거나, 최씨에게 자료를 보낸 뒤 별도의 사후 보고도 하라는 지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증인신문을 시작하기 전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나와 "지난번에 증언 거부를 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느냐. 왜 오늘 또다시 나오게 된 것이냐"며 재판부에 수차례 되묻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선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이 재판을 받으시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증언을 거부했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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