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개인·회사·선박 추가...이달 4일 이어 21일만에 추가 제재
싱가포르 기업인 탄위벵, 무역회사 위총 주식회사 등 6건 제재명단 추가
올해 제재대상은 벌써 117건으로 증가
므누신 재무장관 “미국은 FFVD까지 제재 계속 이행·집행할 것”

미국 정부가 대북(對北)제재 위반 혐의로 싱가포르 회사와 선박, 개인 등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싱가포르 국적자를 지명 수배했다. 미국의 금융망을 이용해 북한과 수백 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한 혐의다. 북한과 관련한 미 재무부의 독자 제재는 올해 들어 9번째며,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는 6번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적자 탄위벵과 그가 주주로 있는 무역회사 ‘위총 주식회사’와 ‘WT 마린 주식회사’ 2곳, 선박 2척을 특별 지정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인 탄위벵을 지명수배했다(VOA).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인 탄위벵을 지명수배했다(VOA).

해외자산통제실은 “탄위벵이 2011년부터 지난 몇 년간 또 다른 인물과 함께 북한과 수백만 달러어치의 상품 계약을 맺어왔다”며 “이를 위해 대금지불 대상을 모호하게 만들고 관련 조사를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거래를 분산하는 방식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탄위벵 등이 금융 제재 위반 사실을 인지했다”며 “계좌이체가 거절됐을 당시 현찰을 북한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에 현찰을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인 탄위벵을 지명수배했다. 지명수배 전단지에는 탄위벵의 생년월일과 신체적 특징,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등의 정보가 담겼다.

이날 제재된 또 다른 회사는 위총 주식회사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WT 마린 주식회사다.

해외자산통제실은 “WT 마린 주식회사가 북한정권의 불법 경제 활동에 연루되거나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 JW주얼호와 나이멕스 스타호를 운영했다”며 “탄위벵이 위총과 WT 마린 주식회사에서 활동한 것은 북한의 금융 조력자들이 자주 여러 회사를 설립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회사들은 주소, 전화번호, 직원들이 동일하다”며 “유사한 사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탄위벵과 그의 공모자들이 북한을 대신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한 돈세탁을 위해 계획적으로 행동했다”며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 전 세계 기업들은 이런 유형의 모략에 높은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정부는 이러한 기만적인 관행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북한 비핵화에 깊이 전념하고 있고, 재무부도 그 때까지 제재를 계속 이행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앞서 지난 4일 몽골주재 북한 대사관 소속 리성은 경제·상무 참사와 터키 국적자 등이 무기와 사치품을 거래한 혐의 등으로 특별지정 제재대상에 지정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 쪽으로 돌아선 뒤 오히려 더 많은 독자적 대북제재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제재가 늘었는데 주로 북한의 해상 활동을 겨냥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횟수는 모두 9차례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집중했던 지난해에 단행된 8차례의 제재 횟수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제재 대상도 개인과 기관 등 117건에 달한다. 지난해는 총 124건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은 올해 1월 한 차례, 2월 두 차례 추가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3월부터 7월까지는 한동안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6차례로 횟수가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북한의 해상활동을 겨냥한 제재가 많았으며, 해외 기업과 국적자들이 대거 제재에 오른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6월 북한과 거래한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한 이래 미국은 올해 러시아 은행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북한과 불법 금융거래를 한 아프리카 라트비아 은행, 파나마 선적, 싱가포르 무역회사 등 국적도 다양해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6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에 대해선 단호하다"며 "미국은 북한과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