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인-김세의, '백남기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1심서 벌금 700만원 유죄 선고
윤서인-김세의, '백남기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1심서 벌금 700만원 유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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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최미복 판사, "언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지위...슬픔에 처한 피해자 고통 가중"
김세의 前기자 "특정인 비방 의도가 아닌 현 세태에 대한 비판...의도와 달리 받아들여 안타깝기도"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구분없이 기사작성되자 정정 요청...항소의지도 밝혀
'법적 판단'에 대한 일관성 지적 나와..."방향성 정해놓고, 애매한 부분에 대해 논리적으로 꿰맞추는 것 같다"
SNS 등에서는 "말도 안 되는 판결" "기존 법관론이 허물어질정도"

고(故) 백남기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만화가 윤서인 작가(44)와 김세의 전 MBC 기자(42)가 1심 재판에서 벌금 700만원의 유죄를 선고 받았다.
 

'백남기 유족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김세의·윤서인씨
'백남기 유족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김세의·윤서인씨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26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서인 작가와 김세의 전 기자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백씨 유족은 경찰의 직사살수 등 공권력 과잉진압 문제로 공적 논쟁에 들어선 사람"이라며 "유족의 사생활은 사회적 관심이 된 공적 문제와는 관계없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고 백남기씨 유족에 대해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끄는 제한적 공적 인물"이라며 "공적 인물의 사생활을 언급해 인물을 비난하는 건 인격권을 침해하고 공적 논쟁을 위축하는 결과에 이를 뿐 공적 논쟁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전 기자 등의 행위는 공권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애통해하는 유족을 의심하고 희화화한 것으로, 인격을 허물어트릴 정도"라며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이 각자의 정보통신망에 올린 만평과 글귀가 ‘공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검찰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최 판사는 "김씨는 언론인으로서, 윤씨는 만화 작가로서 언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지위에 있으면서 슬픔에 처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했다"며 "범죄 전력이 없고 표현 방식, 내용 등 여러 사항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윤 작가와 김 전 기자는 2016년 10월, 백씨가 위독한 상황인데도 차녀인 백민주화씨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휴가를 즐겼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딸 백씨는 시댁 행사 참석을 위해 발리에 간 것으로 파악됐다.

윤 작가는 선고 직후 별다른 말없이 법원을 떠났다. 김 전 기자는 기자들에게 "지금 강용석 변호사가 예상치 못하게 구속돼 혹시 우리까지 구속되면 가로세로 연구소는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이었다"라며 "2심에서는 좀 더 우리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윤 작가는 지난 9월 11일 결심공판에서 열린 최후진술에서 "(유족들을)개인적으로 모르고 비난할 의도가 없었다"며 "시사만화가로서 그 정도의 만평은 할 수 있는 것이 자유 대한민국의 기본적 권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기자도 구형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SNS에 올린 글은 사실 적시가 아닌)일종의 감상·감정이었다"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적시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선고 이후 윤서인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힘들다”고 토로한 뒤 26일 오후 10시에 유튜브를 통해 심경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김세의 전 기자는 "특정인을 비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현 세태에 대한 비판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추후 2심을 통해 저희들의 무고함과 결백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의도와 달리 상처받은 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판결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라고 기사가 퍼지지만, 이번 판결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항소 의지를 밝혔다.

앞서 백남기 씨는 2016년 9월 25일 오후 2시경 숨졌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지 317일째 되는 날이다. 이후 백남기씨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와 부검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백남기씨의 딸인 백민주화씨의 발리 여행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일었다.

윤 작가와 김 전 기자는 백남기씨가 숨진 이후 백민주화씨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SNS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윤 작가는 10월 4일 풍자 만평을 올렸으며, 김 전 기자도 전날인 10월 3일에 페이스북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 아버지가 급성신부전으로 위독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투석치료를 하지 못했다. 바로 가족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 딸은 ‘어차피 아버지의 사망일시만 바뀔 뿐이라고’라고 말했다. 결국 아버지는 급성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시킨 셈”이라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 발리로 놀러갔다는 점”이라며 “모르고 간 것도 아니고 사망시기가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말이다”라고 적었다.
 


백민주화씨의 언니 백도라지 씨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2016년 10월 6일 "제 동생인 백민주화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이 돌아 망설이다가 말씀 드린다”면서“발리에 살고 있는 시댁 형님의 아기의 세례식을 맞아 가족들 모두가 간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피고인들이 마치 의도적으로 모든 치료를 거부하여 백남기씨를 안락사시키고, 아버지의 병세에는 관심도 없이 발리에서 휴양하는 비상식적인 딸인 것처럼 묘사하여 피해자를 비방했다'는 취지로 기소한 바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 처벌할 수 있다.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김세의 전 기자의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을 적용해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기소됐으며, 윤서인 작가의 경우 처음에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됐다가 이후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돼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판결에 대해 '법적 판단의 일관성이 없다'며 적지 않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오늘날 사법부측은 일단 좌편향 언론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여론과 프레임에 따라 어느정도 방향성을 정해놓고,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꿰맞추는 경향이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때, 좌편향 만평이나 글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과 현 사법부의 기준이 명확하냐는 것이다. 또한 SNS는 다양한 사회적 시각을 표현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데, 이를 사법부가 정한 도덕적 기준에서 벗어난다고 사실 적시에 근거한 평가마저 법적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PenN) 대표 겸 주필은 이날 'PenN 뉴스'에서 “있을 수 없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당시 유족이 범국민적 논란의 한 가운데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어떤 목적의식인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부친의 죽음에 관해서 공적인 행동을 스스로 노출시켰다. 그것에 대한 비평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비방을 목적으로라는 표현을 썼지만 비방이란 용어만큼 불분명한 용어는 없다”며 ‘비방’이라는 표현이 불명확한 기준을 지닌 용어라고 지적했다.

SNS에서도 비판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면 국가에서 형벌을 내리겠다고 하는 이번 판결은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사법부가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라고 했지만 기존 법관론이 허물어질 정도"라고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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