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박근혜 대통령, 길라임 가명으로 차움의원 이용' 허위보도로 '프레임 조작'
실제로는 박 대통령이 아닌 차움 간호사가 편의상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JTBC 보도 당일 실시간 검색어 1위 오르는 등 '박근혜 때리기' 영향 미쳐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등 기성 제도권 언론들도 '가짜뉴스' 편승해 비아냥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재정 대변인 등 팩트도 확인 않고 '박근혜 비난' 가세

JTBC 보도 캡쳐
JTBC 보도 캡처

JTBC는 지난 2016년 11월 15일 <박 대통령 가명 '길라임'…차움 VIP 시설 이용도>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 여주인공의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차움 의원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박병현 기자가 '취재(?)'한 문제의 보도가 나간 날은 JTBC가 이른바 '태블릿 PC 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한껏 증폭시킨 뒤 약 2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해당 보도에서 JTBC는 신원을 밝히지도 않은 이른바 ‘전(前) 차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운동을 하면 언제 와서 몇 시간하고, 어떤 운동 어떻게 했는지 기록을 하잖아요. (박 대통령이) 본명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 했나 봐요. 뭐로 할까 그러다가 '길라임'으로 했던 것 같아요”라는 인터뷰를 내보냈다.

2011년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가 질병 진료보다는 환자의 건강검진, 운동처방 등을 중점으로 하는 건강 센터인 '차움' 방문을 숨기기 위해 2010년 방영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길라임’이란 이름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이었다. JTBC는 해당 관계자 발언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 없이 마치 박 전 대통령이 드라마 여주인공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직접 쓰며 병원을 드나든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JTBC 기자 박병현의 ‘박 대통령의 가명 ‘길라임’‘이라는 단 3분여 짜리 ’가짜뉴스‘ 한 편은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한 순간에 ’길라임‘으로 만들었고,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신분 노출을 꺼려 가명을 사용해 '차움의원'을 드나들었다는 이 보도는 명백한 허위보도였다.

‘박 대통령의 가명 ‘길라임’‘ 보도 이틀 후인 17일 JTBC와 같은 계열 신문사인 중앙일보에는 당시 이동모 차움 원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동모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일했던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대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에게 혹시라도 누가 될까 봐 차움 직원이 '길라임'으로 썼다고 한다”며 “박근혜 후보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실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바꿨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도 '길라임'은 병원 간호사가 만든 가명이라고 설명했다. 보름 후인 2016년 12월 1일 김상만 대통령 자문의도 채널A를 통해 “'길라임'이라는 예명을 쓴 건 박 대통령 자신이 아니라 차움 의원의 임의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4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 6차 공판에서 "길라임 명의는 차움에서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차움의원 간호사 진술 내용을 공개하며 박 전 대통령이 차움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으로 진료가 이뤄진 배경을 공개했다.

JTBC <박 대통령 가명 '길라임'…차움 VIP 시설 이용도(2016.11.15)>

A씨/전 차움 관계자: 운동을 하면 언제 와서 몇 시간하고, 어떤 운동 어떻게 했는지 기록을 하잖아요. 본명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 했나 봐요. 뭐로 할까 그러다가 '길라임'으로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JTBC의 보도는 가뜩이나 이른바 '태블릿 PC 보도' 이후 '무능한 대통령' 낙인이 찍혔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을 증폭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길라임 보도' 직후 ‘길라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SNS에서는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면 최순실이랑 몸이 바뀌어서 연설문을 최순실이 써준 거구나’, ‘길라임이 언제부터 혼이 비정상이었나’ 등 가짜뉴스를 이용한 반응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제가가 등장하기도 했다.

보도 다음날인 16일과 17일 중앙일보 인터넷판에서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여주인공 길라임이 팔뚝에 새긴 문신과 미르재단 로고가 비슷하다는 댓글을 소개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길라임의 공통점이 많다는 기사를 비롯해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풀이해보니 ‘하야(下野)’를 뜻한다는 기사까지 보도되면서 ‘가짜뉴스’로 만들어진 이른바 ‘찌라시’성 소문들을 거침없이 소개했다. 아울러 중앙일보는 16일 <'길라임' 가명 박 대통령, 과거 "현빈 좋아해" 발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JTBC의 보도 이후 같은 계열사인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 기성 제도권 언론에서도 당시 JTBC의 보도와 이른바 ‘찌라시’성 소문들을 인용해 '길라임 대통령', '근라임(박근혜+길라임)' 등의 비아냥되는 기사와 칼럼이 잇달아 게재됐다. 한겨레신문은 19일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의 <대역배우의 삶, 길라임과 박대통령>이란 글로 “박근혜가 당시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이름을 가명으로 썼다는 사실은 누가 그 이름을 골랐는지와는 무관하게 기묘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며 “길라임과 박근혜는 객관적으로는 전혀 연결점이 없어 보이지만 주관적 서사의 관점을 따라가면 일치하는 점이 많다”고 비꼬았다.

최근 이른바 ‘가짜뉴스’의 단속을 입에 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도 가관이었다. 민주당은 당시 해당 보도에 대한 팩트 확인도 없이 JTBC의 ‘가짜뉴스’에 편승해 ‘길라임’ 가명 사용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을 가했다.

JTBC 보도 다음날인 16일 박경미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길라임’ 대통령님, 검찰조사 못 받겠다고 버티는 게 최선입니까?>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시크릿가든’ 청와대와 길라임 대통령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이재정 당시 민주당 대변인도 해당 가짜뉴스를 인용하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어이없는 조소를 보냈던 것은 일국의 대통령이 가명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데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을 썼다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민을 화나게만 하기에는 미안했나보다"라고 논평을 냈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박 대통령 엄정수사 촉구 번개촛불 행사'에 참석해 "대통령이 그렇게 드라마에 심취한 나머지 우주의 기운도 역시 길라임처럼 받으셨구나. 그래서 가명도 길라임을 쓰셨구나"라고 비꼬았다.

다음날인 17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익표 당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청와대를 ‘3S가든’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하고 있다”며 “첫 번째 S는 짝퉁 길라임씨가 사는, 흔히 근라임씨라고 하는 ‘시크릿가든’의 S. 두 번째 S는 무속과 각종 사이비 종교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샤먼가든’의 S. 그리고 이를 총괄하고 있는 ‘순실이가든’ 의 S. 그래서 3S가든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조롱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당시 JTBC의 ‘박 대통령의 가명 ‘길라임’'보도로 인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에 빠져 산다는 이야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25일 당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현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 ‘저녁에 관저에서 TV 드라마만 본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당시 대통령은 “저녁에 TV드라마나 보신다는 말과 워크홀릭이라는 말이 있는데 둘 중에 무엇이 진실이냐”는 정 주필의 질문에 “드라마를 많이 볼 시간은 없고,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여러가지 일 들을 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밀린 서류들이 하루만 지나도 쌓이고 그러는데 (서류를 다) 봐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시간 날 때마다 저녁때도 쭉 (서류를) 보고 또 뭐 필요하면 주말에도 보고, 그러고 그게 보고 끝나는 것보다 그걸 갖고 물어보기도 하고 수석실이나 장관이나 여기 알아보기도 하고 결정을 내려야 되는 것도 있고 빨리 내려야 되는 것도 있고 계속 생각하면서 협의해 가야 되는 것도 있고 그런게 대통령 일 중 한 부분을 분명히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펜앤드마이크(PenN)는 문제의 '길라임 보도'와 관련해 현재 JTBC 사회3부에 근무하는 박병현 기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JTBC 측에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당 기자가 근무하는 부서와의 연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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