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납세자권리 컨퍼런스'에서 스웨덴 국세청 관계자 밝혀
"국민들이 법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 권력기관이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달려"
"세무조사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아"
"납세자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
"세금이 함부로 낭비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 신뢰 확보에 큰 영향"

스웨덴 국세청의 개혁을 주도한 인물을 초청해 스웨덴 개혁의 성공 사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스웨덴 국세청이 어떻게 납세자들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한국 국세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김선택)과 김정우 국회의원 공동 주관, 스웨덴 국제납세자권리연구소의 주최로 24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2018 국제납세자권리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안더스 스트리드 스웨덴 국세청 전략기획담당관은 "그 어떤 나라도 국세청 직원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나 스웨덴은 오랜 기간 동안 납세자들과의 신뢰를 구축해 국세청 개혁에 성공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이뤄낸 것이 아닌 20년 간의 개혁 끝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국세청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는 개혁을 시작한 2000년 50%대에서 2017년에는 70% 이상으로 상승했다. "기회가 된다면 세금 신고에서 소득을 숨길 것인가?"라는 설문조사에는 2000년 최대 30%에 달했던 비율이 2016년에는 5%대로 떨어졌다.

국세청 전략기획총괄을 담당한 레나르트 위트베이는 스웨덴의 성공 사례를 두고 "국민들이 법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 권력기관이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절차가 핵심"이라며 "대부분의 납세자들은 국세청이 올바른 결정을 하는지 알수가 없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근거해 공정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납세자는 과정의 공정함과 투명함이 보장되고 자신의 말이 경청되고 존중받는다고 인지하면 그 결과도 수용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 "두려워하는 국세청에서 사랑받는 국세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긴 매우 힘든 일이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이 개혁에 성공해 납세자들의 신뢰를 얻은 반면 한국은 2017년 납세자연맹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세청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라는 질문에 13.6%가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43.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납부한 세금과 비교해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수준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엔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답변이 21.2%, "대체로 낮은 수준"이라는 답변이 48.7%에 달했다. "대체로 높은 수준"과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답변은 둘이 합해 3.8%에 불과했다. "각종 세금을 납부할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엔 57%가 어쩔 수 없이 낸다", 28%가 "빼앗기는 기분이다"라고 답변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이같은 납세자들의 인식을 두고 한국 국세청 신뢰가 낮은 이유에 대해 ▲세무조사가 정치적으로 이용 ▲세무조사가 개인적인 분쟁해결에 이용 ▲로비에 의해 세금액이 달라짐 ▲성실납세해도 세무공무원의 인사고과를 위해 또 세금을 내야 하는 점 ▲함정식 사후 세금추징 ▲국세청이 확실한 유권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점 ▲국세청의 거만하고 강압적인 태도 등을 꼽았다.

스웨덴의 국세청과 한국의 국세청이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정치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이같은 이유에 레나르트 위트베이는 "스웨덴 국세청은 국세청 스스로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그것이 존중받았다"며 "이로 인해 스웨덴 국세청이 정치적으로 중립성,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세청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도록 문화를 조성하거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이점 중 하나는 부패 문제다. 국세청이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단 깨끗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말 부패가 하나도 없었냐"는 질문에 레나르트 위트베이는 "내가 30년 동안 일하면서 부패가 있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한 국세청 직원이 납세자와 바람이 난 경우는 들은 바 있다"고 답했다. 

스웨덴 국세청의 독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는 스웨덴에선 세금 신고를 하루 이틀 정도 늦게 해도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웨덴에선 이같은 경우에 대해 납세자가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보아 자체적으로 가산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안더스 스트리드는 "납부가 하루 이틀 늦는 것에 대한 가산세 부과는 전적으로 국세청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것은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며 정부 권력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납세자들을 돕고 탈세를 포착하는 데에만 집중하지, 다소 늦게 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청중은 "국가 재정의 투명성도 갖추지 않았으면서 납세순응도를 올릴려고 하는 것이 사실 넌센스"라며 한국에서 과연 스웨덴의 성공 모델이 실현이 가능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청중은 "스웨덴은 소득세가 다 공개된다. 한국에서 한 번 이를 따라했었다가 투자 좀 해달라는 전화로 엄청 고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취소가 됐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30년 동안 스웨덴 국세청에서 일해온 직원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결국 장기적이고 꾸준함 그리고 납세자들과의 신뢰 구축이라는 대답이었다. 높은 세율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그것이 공정하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자신들의 세금이 함부로 낭비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 '신뢰'를 확보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다만 그 신뢰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들은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밖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패널들 간에 이견이 없었다.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선결 조건으로 '국세청의 독립성 확보', '국가 재정의 투명성 확보', '교육·문화의 선진화 및 부패 수준' 문제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이날 '2018 국제납세자권리 컨퍼런스'에는 스웨덴 국세청의 개혁을 이끈 안더스 스트리드, 레나르트 위트베이와 좌장을 맡은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남우진 한국조세신용협회장, 김재철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구재이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조세위원,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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