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것에 대해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가 24일 판문점선언의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도 이의 집행적 성격인 두 문건을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것은 ‘반(反)헌법적’ 처사며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한 변수는 ‘북한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를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근거로 특히 남북관계발전법 21조 4항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자구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잘못된 강변”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률은 대통령이 이미 체결ㆍ비준한 남북합의서의 이행에 관하여 단순한 기술적•절차적 사항만을 정하는 남북합의서는 남북회담대표 또는 대북특별사절의 서명만으로 발효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원론격인 판문점선언이 아직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론에 해당되는 문건을 국무회의 심의만으로 비준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군사분야 합의가 단지 ‘기술적•절차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상위 내용인 판문점 선언 등이 국회 동의를 받아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마치 입학 허가도 받지 않고서 수업과 시험을 치른 후 나중에 이에 입학 허가를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남북합의서에 ‘재정’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재정 부담과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안보 및 경제와 관련해 엄청난 재정의 변화가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헌법 제60조 1항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를 들어 그는 “헌법보다 하위에 있는 판문점 선언 및 그 후속 절차인 군사합의서 등은 재정 부담과는 상관없이 말 그대로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이므로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나중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신들이 추진해 온 정책은 바뀌지 못하도록 굳게 못질하는 것이 좌파 정권의 특징이다. 개성공단도 그랬다”며 “그러나 남북관계의 진정한 독립변수는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도록 이루어진다면 남북군사합의와 평양공동선언은 그야말로 후속 집행적•기술적 절차로 수용될 것”이라며 “비핵화는 가만둔 채 엉뚱한 일로 제 나라 야당 앞에서만 용감하다. 되돌릴 수 없게 되어야 하는 것은 비핵화이지 이 정권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헛발질들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다음은 김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이다.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국무회의에서 심의한 후 그대로 대통령 스스로 비준해 버린 일이 생겨났다. ‘판문점선언’의 비준동의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게 아직 동의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와 합의 없이 판문점선언의 집행적 성격인 두 안건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것이다.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도 정책집행을 강행하면서 이것은 단지 집행절차이니 행정부 내부과정으로도 충분하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 그 근거로 남북관계발전법21조 ②항(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비준하기에 앞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항(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및 ④항(대통령이 이미 체결ㆍ비준한 남북합의서의 이행에 관하여 단순한 기술적•절차적 사항만을 정하는 남북합의서는 남북회담대표 또는 대북특별사절의 서명만으로 발효시킬 수 있다)를 들고 있다.

일응 자구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이는 잘못된 강변이다. 첫째, 원론이 아직 비준을 아직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원론이 국회의 동의를 받은 조건 하에서만 추진되어야 할 각론에 해당되는 안건을 국무회의 심의만으로 비준을 완료한 것은 안건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군사분야 합의가 단지 기술적•절차적라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그 상위 내용인 판문점 선언 등이 국회 동의 등의 필요 요건을 거쳐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입학 허가 없이도 수업 및 시험을 치르는 등 학사 절차를 먼저 다 거친 후 나중에 이에 대한 입학 허가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게끔 강요하겠다는 것과 같다.

둘째, 남북합의서는 재정 부담이 있다는 문구가 없음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이는 극히 형식적 해석이다. 실은 안보 및 경제와 관련해 엄청난 재정의 변화가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임은 누구나 안다. 재정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재정 부담과는 무관한 게 결코 아니다.

셋째, 더 근본적인 점은 헌법과의 관련이다. 헌법 제60조 제 ①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보다 하위에 있는 판문점 선언 및 그 후속 절차인 군사합의서 등은 재정 부담과는 상관없이 말 그대로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이므로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신들이 추진해 온 정책은 바뀌지 못하도록 굳게 못질하는 것이 좌파 정권의 특징이다. 개성공단도 그러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진정한 독립변수는 ‘비핵화’이다. 그게 되돌릴 수 없도록 이루어진다면 남북군사합의와 평양공동선언은 그야말로 후속 집행적•기술적 절차로 수용될 것이다. 비핵화는 가만둔 채 엉뚱한 일로 제 나라 야당 앞에서만 용감하다. 되돌릴 수 없게 되어야 하는 것은 비핵화이지 이 정권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헛발질들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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