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사업비용 8600만 원 편성한 뒤 추후 약 100억 원 심의 요청...리모델링 비용 전액 남한 부담
남북협력기금 심의하는 교추협 심사위원 총 18명, 대부분 親與인사
'교추협이 통일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일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리모델링에 100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의 심의 및 의결 권한을 가진 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 구체적인 계획과 예상 비용을 사전에 밝히지 않은 채 공사가 완료된 이후 서면 심의를 통해 추가 비용을 사후정산하는 꼼수를 썼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제298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개최 관련 보고’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서면으로 진행된 남북교추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시설 개·보수’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97억 8000만 원 지원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초기비용 8600만 원을 합하면 연락사무소 리모델링에 총 98억 6600만 원이 소요된 것이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공사는 지난 7월 2일 착공해 9월 말 종료됐다. 기존의 4층짜리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물을 (연면적 4498.58㎡)을 개보수한 것이다.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사와 숙소 등 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직접시설을 개·보수하는 데 79억 5200여만 원, 정수장과 배수장, 폐수·폐기물 처리장 등 지원 시설을 긴급 보수하는 데 16억 6000여만 원이 사용됐다. 그리고 공사 감리비용으로 1억 6800만 원이 들어갔다.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임에도 리모델링 비용은 남측이 전부 부담했다.

문제는 연락사무소 공사가 1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사전에 구체적인 비용 내역과 추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7월 16일 교추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와 관련한 사업관리비 8600만 원을 심의·의결 받았다. 당시 통일부는 나머지 사업비는 추후 검증 등을 통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전체 사업비의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초기 사업비용만 편성해 놓고 이후 97억 8000만원을 심의·의결 요청했는데도 정부 인사와 친여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교추협은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에 따라 1조 원대에 달하는 남북협력기금의 심의·의결 기능을 가진 교추협이 통일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교추협의 남북협력기금 사용에 대한 감시와 통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추협 심사위원은 총 18명으로 위원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유관 부처 인사 12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은 통일부 장관이 추천권을 가진다. 현재 민간위원 중 김병연 서울대 교수를 제외한 4명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몸담고 있거나 친여 성향의 시민 단체 출신이다.

또한 통일부는 올해 들어 일단 비용을 지출한 뒤 사후에 남북협력기금 심의 의결을 요청하는 방식의 기금 지출을 반복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을 지원한 28억 6000만 원과 지난 4월 남측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공연 비용 15억 9000만 원, 지난 7월 이산가족상봉 시설 개보수와 행사 비용 32억 2000만 원도 선 지출, 후 의결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지난 6월 8일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안정적 운영을 위해 관계시설 점검에 착수하고, 필요 한도에서 개보수 실시 후 그 비용은 사후정산하기로 결정했다"며 추가적인 서면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는 건물을 새로 지은 것도 아닌데 리모델링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건물을 전면 개보수하고, 숙소도 전면 개보수했다"며 "남측 노동자가 북측 지역에 올라가 체류하면서 공사를 했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쌌다. 또한 국내와 달리 공사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부대 비용이 불가피하게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개보수 비용 중 노무비와 건물 자체 직접 재로비가 전체 비용의 85% 가량 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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