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군사합의 위헌시비 속 이중잣대 논란 겹쳐
현 정부여당, 주한미군 자체무기 도입조차 헌법60조 들어 "국회비준"요구하더니
헌법전문가들 "NLL 등 영토 걸린 객관적 안보위협 판단 먼저" 지적하는 합의는 '덜컥'
선행합의-후속합의 국회 비준여부 판단도 11년 만 바꾼 법제처 '고무줄' 잣대
현직 법조인 "모법(판문점선언)없는 시행령 대통령령으로 비준한 격...무효거나 구속력 없는 신사협정"
민주당, 사드반대 위해 "군사아닌 외교문제" 견강부회에 '사드 괴담' 유포 불사한 前歷
'탄핵 정변' 이후 국회비준론 띄워…송영길, 실체 불분명한 "美 MD체제 포섭" 주장
宋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까지 주장, 文 대선 예비후보때 적극 동조
'사드반대 여론몰이' 민주당 사드대책委 황교안에 국회 비준동의 요구 거절당하기도

문재인 정권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못한 4.27 판문점선언의 '후속합의' 격인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행정부 독단으로 비준 처리하면서 "헌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남북간 선행-후속 합의를 놓고 11년 만에 뒤바뀐 법제처 해석은 물론,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주한미군이 방어용 요격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를 부지 제공 외 추가비용 요구 없이 도입, 배치하는 데 대해 "국회 비준동의를 받으라"고 '억지'를 썼던 과거가 함께 도마 위에 오른다.

지난 9월19일 남북 정권이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내용에 대한 청와대 브리핑과 국방부 해설자료에는 서해 군사훈련 중단구역을 북방한계선(NLL) 기준 북측 40여km, 남측 40여km로 동등하게 양보한 총 80여km 폭으로 설정했다는 잘못된 설명이 담긴 바 있다. 실제로는 NLL 최북단 기준 북측 50km, 남측 85km로 우리 측이 훨씬 불리한 협상이어서 정부의 '거짓 브리핑' 논란이 확산됐었다. 

앞서 지난달 남북 정권은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상·해상·공중 모두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했다. 

이 합의는 '남북 공동'이란 미명 하에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내달 1일부터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서해상에선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북측 50㎞, 남측 85㎞의 완충수역(적대 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해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이 금지된다.

현행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결과적으로 서해 군사훈련 중단 구역을 NLL을 기준선으로 우리 측이 훨씬 많이 양보하고, MDL 일대 훈련 및 정찰이 마비됐으며,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매개로 북측으로부터 '합의 이행 점검'을 받는 내용까지 있어 이번 남북군사합의서 안전보장(안보) 저해와 주권 제약 면에서 '헌법적 사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한·미 전문가는 "비핵화도 되기 전에 대북 대비 태세를 크게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내용을 접한 뒤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전화로 강한 불만을 표한 계기가 된 사안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군사 합의 단독 비준'은 이같은 비판론이 채 잦아들지도 않았는데 이뤄진 것이다.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과 같은 법무법인 출신 김외숙 처장의 법제처는 군사합의서를 헌법이 아닌 남북간 경제적 '거래' 관련 사항을 명문화한 남북관계발전법 상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비준이 불필요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청와대까지 같은 논리를 반복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학자들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공개된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은 헌법이 국회 비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더 나아가 우리 주권과 관련된 조약으로도 볼 수 있다"며 "국회로서는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낼 만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이 실제로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내용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런 요소가 있다면 국회 비준 동의를 건너뛰는 것은 위헌적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홍익대 장용근 교수는 "NLL에 대한 일각의 (포기) 우려가 사실이라면 '영토의 문제'에도 해당되는데 그런 경우 '당연히'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중 일부는 우리 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불인정하기 때문에 남북군사합의를 국가간 조약을 다루는 비준 대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의 의견을 함께 제시했지만, 남북을 '특수 관계'로 규정한 남북관계발전법 상 대통령의 남북합의서 비준 권한 규정(21조 1항)이 있어 비준 행위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법제처는 판문점선언에 대해 "기존에 채택된 남북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고, "그 이행과 사업 추진에 상당한 규모의 국가재정이 요구되므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 정작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이 계류 중인 상태에서 그 후속합의인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 불필요 판단을 내렸다.

국민 혈세(血稅)를 투입해 '북측 철도·도로 현대화 계획과 각종 개발사업을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평양공동선언이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에 명시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판단도 논란 대상이다.

남북을 국가간이 아닌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경제적 '거래'관련 내용을 명문화한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법제처를 통해 "평양공동선언이 판문점선언 '후속조치 성격'이므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는 근거를 댔다. 판문점선언조차도 정부가 비용을 1년치만 '졸속 추계'해놓고 전체 내용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계류 중인데, 후속합의부터 법적 효력을 갖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당시 법제처가 노무현 정권-김정일 정권의 10.4공동선언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 간의 '선행 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며, 후속 합의(남북 총리회담 합의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선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실에 따르면 법제처는 2007년 10.4 선언 도출 직후엔 "(남북관계발전법 상) 국가나 국민에 대한 재정 부담의 여부, 규모 및 방법을 확정할 수 없고, 입법 사항의 여부도 확정하기 어렵다"며 국회 비준동의 요구를 차단했다. 연합뉴스 '연합시론'은 2007년 10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모든 정파가 일제히 10.4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외치고 나선 상황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면 법제처는 2007년 11월16일 채택된 '남북 총리 회담 합의서'에 대해선 "(10·4 선언의) 후속조치이지만 재정 규모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사업 계획이 확정적"이라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11년 지난 지금 판문점선언을 구체화한 평양선언을 놓고는 "후속 조치"라는 이유로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평양선언의 경우 판문점 선언에는 담겨있지 않던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 등의 정상화가 명기돼 있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문제 등까지 담겨 있다. 판문점선언을 단순히 구체화한 수준을 넘어 국가에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이 추가돼 있는데도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대통령이 비준 절차를 밟았다. 결국 중대한 재정적 부분에 대해 정부가 먼저 자의적 판단을 한 셈이다.

한 현직 법조인은 남북 정권의 두 합의문서 정부 단독 비준에 관해 펜앤드마이크(PenN) 기자에게 "국무회의 의결만 거쳤다면 법적 성격이 대통령령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대통령령이라고 자인했는데 근거법이 없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아 상위법, 모법 없는 시행령에 다름없어 무효"라면서 "무효가 아니라고 하려면 구속력이 전혀 없는 신사협정에 불과하게 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법조인은 남북 군사합의의 경우 비준 논란 이전에 그 내용부터가 '안보 포기' 성격이 있어 헌법 66조 2항에 위배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군사합의 내용이 남북관계발전법 상 국회 비준동의 요건의 또 다른 하나인 '입법 조치'가 요구될 소지가 있다고도 봤다.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은 지난 2015년 사드 배치 가능성이 공론화될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중국은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제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2015년 6월 국회 대정부질문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등 제동을 걸었다.

총선 전후로는 표창원 민주당 당시 비상대책위원이 2016년 2월12일 비대위원회의에서 "강한 전자파때문에 전방 100m 이내는 사람이 다녀서는 안 되고 전방 5.5km까지는 선박이나 항공기급의 물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현재 '가짜뉴스'로 판명난 사드 전자파 괴담의 단초를 제공했다. 

표창원 비대위원은 2016년 4.13 총선에서 당선된 뒤인 8월 손혜원 의원 등과 함께 경북 성주에서 좌파단체들이 개최한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 "강력한 사드 전자파 밑에서 몸이 찢어지는 것 같다"거나 "전자파에 튀겨진다"는 등 대중가요 개사곡을 무대에서 불러 '괴담을 부추겼다'는 논란이 된 인물이다.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뒤로 민주당은 "중국과 러시아 외교당국이 즉각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며 "사드는 군사적 문제이기에 앞서 외교적 문제"라는 논점일탈 식 반대로 일관하기도 했다.

당해 7월,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안철수 당시 의원이 사드 국회 비준 또는 국민투표 주장을 펴기 시작했으나 민주당은 사드 찬반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사드 찬반, 국회비준론을 놓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민주당의 태도를 들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용어까지 회자됐다.

이는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북 원칙론을 견지해 친북·좌파색이 짙은 당내 주류 및 강경파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과반 의석이 무너졌다고는 하나, 역시 과반에 못 미치는 민주당이 사드 국회 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려 확실히 부결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 역시 있었다.

지난 2017년 3월2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심재권(위원장)·설훈·김영호·소병훈·신동근·김현권 의원 6인이 정부서울청사를 찾아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사드 배치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은 2016년 말 시작된 '탄핵 정변' 이후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급격히 추락하자 2017년 1월 "사드 배치는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체제의 정부를 압박하는 성명서(송영길 4선 의원)를 냈다. 당시 송영길 의원은 사드 배치의 의미를 "사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예상하는 육해공군이 아닌 새로운 무기체계이고, 글로벌 MD체제에 포섭되는 군사적 주권제약에 관한 사항"이라고 비약시켰다.

송 의원은 사드 배치를 놓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었고 당내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에 같은해 3월초 '대선 예비후보' 신분이던 문 대통령은 당내 경선후보 토론회(3월3일)나 기자회견(3월12일) 등에서 "(사드) 국회 비준동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거나, "정부가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권한쟁의 심판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입장을 지지한다"고 동조한 바 있다.

같은달 20일에는 민주당에서 사드 반대 여론몰이를 주도한 '사드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심재권(위원장)·설훈·김영호·소병훈·신동근·김현권 의원 6인이 정부서울청사를 찾아가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중국의 경제보복' 등을 이유로 사드 배치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당시 황 권한대행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능력 고도화로 외교·안보 상황이 위중하다"고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한 뒤 "사드 배치는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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