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료진 법원에 소견서 제출 “뇌 혈액 공급 5~10분간 중단돼 뇌 손상”
주치의들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에 의해 치아 변형된 듯"
美측 요청으로 웜비어父, 23일 서울서 윤순구 외교차관보 면담

오토 웜비어의 사인은 고문에 의한 뇌손상’이라는 미국 의료진의 소견서가 나왔다. 이는 웜비어의 사망 원인이 '식중독'이라고 주장한 북한당국의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또한 미 의료진은 웜비어가 북한에 머문 동안 외부로부터 강한 물리력이 가해져 치아가 변형됐다는 의학적 소견도 제출했다.

미국 대학생 오터 웜비어는 지난 2015년 북한을 여행하던 중 호텔 벽에 붙어있던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는 이유로 북한당국에 의해 체제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적법한 사법절차 없이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난 지난해 6월 미국으로 돌아온 지 불과 6일 만에 숨을 거뒀다.

당시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됐고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시네티 대학 메디컬센터의 데니얼 캔터 박사는 이 같은 북한 의료 당국의 주장을 반박하며 웜비어의 사인은 ‘뇌 손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의식불명 상태의 웜비어를 진료했던 캔터 박사는 지난 10일 워싱턴 DC 미 연방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웜비어에겐 보툴리누스균 중독 환자가 일반적으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된 환자들에겐 근육과 근육 접합부 등에 영구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는 근전도검사(EMG)에도 나타나지만 웜비어의 경우 정상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웜비어가 북한에 있을 당시 호흡 부전을 일으킬만한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캔터 박사는 “웜비어의 당시 상태로 볼 때 사인은 저산소성 허혈성으로 인한 뇌 손상으로 진단된다”며 “웜비어의 뇌 혈액 공급은 5분에서 10분간 멈추거나 현저히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손상이 매우 심한 것으로 볼 때 부상 당시 웜비어를 소생시킬만한 의료진이 없었던 것같다고 추정했다.

북한에 억류되기 전 오토 웜비어의 입 부분 사진(위)과 치과 엑스레이 사진(중)을 북한에서 풀려나 사망한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아래)과 비교하면 북한에 억류된 동안 가운데 아랫니가 외력으로 의심되는 원인에 의해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드 윌리엄스 박사가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첨부된 사진들이다(VOA).
북한에 억류되기 전 오토 웜비어의 입 부분 사진(위)과 치과 엑스레이 사진(중)을 북한에서 풀려나 사망한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아래)과 비교하면 북한에 억류된 동안 가운데 아랫니가 외력으로 의심되는 원인에 의해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드 윌리엄스 박사가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첨부된 사진들이다(VOA).

또한 웜비어의 치과 주치의들은 웜비어가 북한에 머물 당시 외부로부터 가해진 강한 물리력에 의해 치아가 손상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4년부터 웜비어를 진료했던 타드 윌리엄스 박사는 지난 10일 워싱턴 DC 미 연방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웜비어의 부검 당시 촬영된 스캔 촬영본을 확인한 결과 24번과 25번 치아가 치조골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며 웜비어의 아랫니 2개의 위치가 크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박사가 첨부한 과거 웜비어의 엑스레이 사진에는 치아들이 정중앙 아래에 위치했었다. 그러나 웜비어의 사망 이후 촬영된 사진에서 이들 치아들은 입 안쪽, 즉 치아가 있어야 할 위치보다 훨씬 뒤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월리엄스 박사는 “웜비어를 마지막으로 진료했던 2015년 5월 27일 이후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의로서의 견해”라며 “또한 해당 사진은 뼈가 손실됐다는 증거를 보여주며 이는 이전까지 젊고 건강한 치아를 가졌던 환자에겐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웜비어의 치과 주치의였던 머레이 도크 박사도 같은 주장이 담긴 소견서를 제출했다.

도크 박사는 “부검 당시 사진을 비교해 본 결과 아래쪽 4개의 중간 치아의 위치가 북한을 여행하기 이전에 비해 혀쪽으로 밀린 채 자리하거나 입 안쪽을 향해 움직였다”며 “이러한 변화는 어떤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 같은 사실은 웜비어가 북한에 머물 당시 폭력이나 고문에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가 23일 서울을 방문해 윤순구 한국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면담은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최근 한 시민단체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측의 이번 면담 요청은 최근 남북 대화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