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혁신과 구조조정없이 정부의 혜택만 늘리다가는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

정부가 15조원을 들여 위기에 처한 자동차 부품업과 조선업 등 중견·중소기업 지원에 나선다. 또 최악의 고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말까지 인턴 등 단기 공공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견·중소기업의 자체적인 혁신과 구조조정없이 정부의 혜택만 늘리다가는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정부의 단기 일자리 창출은 또다시 '보여주기식'이거나 통계상 고용 숫자만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하 일자리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내에 1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중견·중소기업의 시설투자를 지원한다. 이 중 10조원은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에 쓰인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50대 50으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했지만, 정부는 리스크에 대한 분담 비율을 산업은행·기업은행이 80%, 중소·중견기업은 20% 정도만 부담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5조원은 '환경·안전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이 환경·안전 분야에 시설을 투자하는 데 쓰인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들에게 기존보다 연 1%p 가량 낮게 대출해주며, 노후설비·건축물, 생활 SOC 투자 자금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

정부는 또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위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에서 1조원 규모로 우대 보증을 제공한다. 최근 현대기아차 실적 악화 등 자동차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보증에 비해 보증비율을 85%에서 90%로 높이고, 보증료율을 최대 1.0%로 종전(평균 1.3%)보다 0.3%포인트 이상 인하하기로 했다.

조선업은 기자재업체에 대해 3000억원 규모로 보증 제공하고, 중소조선사 대상 선수금환급보증(RG)도 늘린다. 섬유, 의류 산업에 대해서는 노후된 생산설비를 교체하기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공정 자동화 및 고객 맞춤형 제조를 위한 스마트 제조시스템 개발도 지원키로 했다.

감가상각 기간도 절반 수준으로 단축시켜 중견·중소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춘다. 이같은 가속상각은 기존 혁신성장 투자에만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중견·중소기업의 모든 설비투자에 대해 가속상각이 가능하다. 감가상각 기간은 보통 5년 정도다. 가속상각이 허용되면 회계상 이익을 대규모로 줄일 수 있어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연말까지 청년이나 50∼60대 신중년,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도 만든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고용산업위기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총 5만9000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며, 추가 재원 투입없이 기존 예산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의 일경험 축적과 취업역량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을 5300명 증원하고, 정부부처 공공기관 행정업무 지원 인력을 2300명 늘리는 한편,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가입대상을 1만명 확대해 일자리창출을 지원한다. 

또 사고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시설점검을 위해 4000명, 행정정보조사·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8000명을 각각 뽑고, 교통안전시설물 실태조사나 전통시장 환경미화 등 대국민서비스 현장인력을 1만1천명 확충한다. 

어르신이나 실직자, 저소득층 일자리로는 농어촌 생활환경 정비를 위해 7000명을, 고용·산업위기지역 환경정비나 행정정보 실태조사 등 희망근로사업을 위해 1만1000명을 추가로 뽑는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에 일각에선 시장에서 일어나는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을 정부가 온갖 지원정책으로 막아 놓으니, 혁신은 커녕 국가 의존적인 생태계만 조성한다는 비판이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의 민간일자리 창출은 일어나지 않고, 결국 정부가 통계 숫자상 최악을 면하기 위해 정부주도형 단기일자리 확충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야심차게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은 결국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생태계만 조성하며, 시장에서 밀려나는 중견·중소기업들을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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