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의혹 봇물
"妻가 했다"던 다운계약서 시인…'도시부동산개발학과 교수'면서 "부동산 전문가" 지적은 부인
박원순 지지 외곽단체 상임대표 역임…정치중립 위반 '폴리페서' 前歷에 사과도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관련돼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증여세 탈루, 다운계약서 작성, 강남 8학군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친(親)박원순 이력 등 정치편향에 따른 '폴리페서(정치교수)' 논란 역시 불거졌다. 

인사청문회 자체가 야권이 요구한 자료제출 미비로 이날 오전 중 후보자 선서도 진행한 치 못한 채 파행했다가, 오후가 돼서야 시작되기도 했다. 오전 중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위원장은 "후보자 측에서 불리한 자료 요구에 대해서는 미제출은 물론이고 해명 요구하는 문의에도 응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회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국회의원 양심을 걸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료제출 미비로 청문회를 시작도 하기 전에 정회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는 여당 측 반발로 여야 공방이 일기도 했다.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재개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야당 의원들은 조명래 후보자의 위법·탈법 여부를 집중 질의했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대전 동구·재선)은 "차남이 경제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차남의 아들인 2살배기 손자가 정기예금 1880만원을 갖고 있고, 주택청약예금도 매월 6만원씩 납부하고 있다"며 "누가 돈을 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이에 "손자의 저금은 저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도 "(손자에게) 차비로 준 것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장우 의원은 "만 두살짜리에게 차비를 줄 일이 무엇이 있느냐"며 "두살짜리에게 2000만원을 차비나 용돈으로 주는 일이 세상천지에 어딨느냐"고 했다. 조 후보자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조 후보자와 그의 아들들이 증여세 탈루 등 탈법 행위를 통해 재산을 증식한 정황도 제기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차남은 지난 2016년 외조부와 조 후보자로부터 각각 4800만원과 5000만원을 증여받고도 2년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차남은 조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 8일에서야 976만원의 증여세를 냈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세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이 의원은 또 차남이 거주하고 있는 부산의 아파트와 관련, 차남과 차용증을 통한 자금거래가 있었다는 조 후보자의 해명에 "차남의 재산형성 과정이 소명되지 않는다"면서 "(차용증을) 급조한 정황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장남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를 매매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장남은 만 21세였던 2004년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강변아파트를 8000만원에 매수했고 1년만인 2005년 3월 팔았다. 조 후보자는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가양동 강변아파트 등 장남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은 "21세 장남은 그때 당시 외교부에서 3개월 근무한 것이 고작"이라며 "120만원 소득이 다인데 어떻게 가양동에 있는 아파트를 살 수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그때 장남이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려는 때였다"며 "(장남이) 엄마한테 '내가 들어가서 생활할테니까 집을 마련해 달라'고 해서 엄마가 집을 사고 나중에 갚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장남이 부인에게 적금 2000만원을 빌려 매입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나머지 매매대금 8000만원의 출처'를 김학용 환노위원장이 묻자 "전세를 끼고 산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조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살 집을 전세 끼고 사느냐"며 "제가 볼 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를 해서 장남 명의로 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05년 서울 성동구 하이츠빌을 매도하면서 실거래 5억원 보다 낮은 3억7000만원짜리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도 이날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다운계약서 작성 인지 여부를 이 의원이 캐묻자 조 후보자는 "처(妻)가 부동산업소를 통해 거래해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국당 측은 "부동산 관련학과(단국대 도시부동산개발학과)의 교수가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의원은 "2016년 인터뷰에서 '투기와 투자가 구분이 안 되고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의식 없이 누구나 그런 삶을 살려고 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해놓고 후보자는 이런 일을 서슴없이 하냐"고 '내로남불'을 질타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젊은 시절 분별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폴리페서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진국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은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민간위원회 자문 활동이 하나뿐이었던 조 후보자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후 8개의 민간 자문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7299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진국 의원은 "조 후보자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활동한 도시계획위원회의 경우, 서울시 조례상 2년 임기직을 2번까지 수행할 수 있는데도 지난 2016년 8개월 정도 직을 내려놓은 후 신규 신청하며 위원직을 3번 역임했다"면서 "박 시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위원직 해촉 후 1년 경과해야 위촉될 수 있는) 조례를 교묘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박 시장과 개별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중임제한 규정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은 조 후보자의 과거 소셜미디어 활동 내역을 문제 삼았다. 조 후보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재직 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보수 야당이 어리석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한다고 비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바 있다.

강효상 의원에 따르면 이밖에 조 후보자는 대북(對北)인권운동가들에게 '북한에 돌아가 몸으로 민주화를 이루라'고 비난하거나, '한미FTA는 종국에 가서 미국 이익에 복속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강 의원은 "조 후보자가 정부출연연구소 관련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은 물론 진보좌파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정치편향 행적을 시인하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편향되게 글을 썼던 것 같다"며 "공직자 후보로서 균형감각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중립적이고 사려 깊게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도 "조 후보자는 그동안 지지 선언 했던 후보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에게 지지 선언을 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을 맡는 등 지지 선언을 한 내역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박 시장을 지지하는 외곽조직 '희망새물결' 상임대표를 맡은 이력도 회자됐다. 그는 또 "(조 후보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적시해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그러나 "특정 정치인 캠프에 들어가거나 지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보다 정책을 우선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신개발주의'라는 단어를 만들어 환경개발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조 후보자에게 각종 의혹을 해명할 시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의 경우 초등학교 때 귀국한 장남이 학교 내 폭력이나 체벌에 충격을 받아 당시 담임 선생님의 충고로 친구와 함께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했던 것"이라면서 "아들만 생각하고 국민 눈높이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장남이 체벌과 학교 폭력 등에 대한 충격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움이 있어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명문 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이라는 의혹은 부인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다운계약서 해명 기회를 제공했을 때엔 "우리 처가 중개업소를 통해 했는데 일일이 챙기지 못했던 점은 있다"고 부인하지 못했다.

다만 "당시 관행이라 하더라도 지금 돌이켜보면 엄중한 준법을 해야 될 것 같고 투명한 삶을 살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을 '부동산 전문가'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부동산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었을 뿐, 부동산이 연구의 주된 영역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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