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국감서 全 前대통령 기소한 광주지검 관계자에 "존경 표한다" 극찬
美 뉴욕한인회장 시절엔 "全대통령같은 강력한 지도자 필요, 12.12 5.18은 영웅적 결단"
2년 전 김종인 민주당 대표 겨냥 국보위 참여이력 문제삼다 본인 논란 해명하기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전남 목포·4선·76)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전두환 전 대통령(87)에 대해 "반드시 광주(光州)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과거 '권력자 전두환'을 칭송한 전력(前歷)이 있어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말이 너무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광주고법 등 10개 법원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드시 광주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5.18을 왜곡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짓밟은 전두환을 역사 앞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지방 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사진=연합뉴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지방 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그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거론한 뒤 "모든 국민은 영화를 보며 울분을 느꼈지만, 극장을 나서면 5.18은 아직도 북한에서 보낸 700~800명의 폭도에 의해 이뤄졌다는 왜곡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권 찬탈 시도와 공수부대의 발포 명령 등을 전두환 지시로 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헬기 사격의 흔적도 밝혀졌다"면서 "광주고법에서는 (전두환 측의) 재판 관할 이전 신청을 기각했는데 전 전 대통령이 계속 재판정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날 지방 검찰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선 전 전 대통령을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긴 광주지검 관계자를 "철저한 수사 덕에 비로소 역사가 밝혀지고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다시 섰다"며 "검찰에 존경을 표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광주지검이 헬기 사격 목격자와 주한미대사관의 비밀전문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훌륭한 수사를 했다"고 치켜세웠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부인했다는 이유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전 전 대통령은 광주에선 공평한 재판이 어렵다며 서울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광주고법에 관할 이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기각 즉시 항고장을 제출했다. 즉시항고 사유가 성립하는지와 수용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단하게 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1980~1982년 박지원 당시 미국 뉴욕한인회장의 전두환 대통령 극찬 인터뷰.

한편 박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지난 1980년~1982년 미국 뉴욕한인회장 신분으로 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극찬'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1월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 입당을 준비하던 그는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1980년 5월31일 설립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위원 참여 이력을 공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친(親)민주당 성향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박 의원이 전 전 대통령을 찬양한 이력을 담은 자료를 확산시켰다.

5.18 광주사태가 발발했던 1980년의 8월28일자 경향신문에는 "전 대통령의 당선을 55만 재미동포를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박지원 당시 뉴욕한인회장 언급이 실렸다.

동아일보는 1981년 1월27일자에서 "미국 교포를 대표해 박씨(박 의원)를 중심으로 여러 교포 단체들이 참여하는 환영준비위를 구성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케네디 공항과 대통령의 숙소인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 부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환영행사를 치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박 의원은 1982년 KBS 방송 인터뷰에서는 5.18과 전 전 대통령에 관해 "한국에는 전 대통령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며 12.12와 5.18은 영웅적 결단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6년 1월 박 의원의 '전두환 찬양' 논란을 다룬 뉴스통신사 뉴시스는 박 의원이 "나는 전 전 대통령에 협력한 데 대해 몇차례나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이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앞에서 참회하고 용서받았다며 추가 논란 차단에 나섰다고 한다.

박 의원은 DJ 미국 망명 당시 DJ에게 큰 절을 하며 "내 삶이 잘못됐습니다. 이제 나는 선생님을 도와 민주화의 벽돌 하나라도 더 놓겠습니다"라고 반성했고, 이에 DJ는 "과거에 한 일을 진심으로 뉘우치면 절대 문제가 없다. 당시 박 동지는 뉴욕한인회장으로서 대통령이 오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고 설명했다고 뉴시스는 보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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