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비판'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가 조 민정수석을 향해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울고법 강민구 부장판사는 23일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역사를 위해 남깁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 수석을 비판했다.

강 부장판사는 해당 글에서 “모 수석이 가담하리라는 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이참에 제 주장에 동참해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당장 지금부터라도 악습 철폐에 나서는 법적, 공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더이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수석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가 사법 농단 수사 검찰을 공개 저격했다’는 제목의 강성좌파 매체 '민중의 소리'발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검찰의 밤샘 수사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강 판사가 검찰의 밤샘 수사 간행을 지적한 시점이 소위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밤샘 조사 직후라는 이유다.

조 수석은 이후 ‘이런 기사를 공유한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자 20일에는 "법관은 재판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 외 스스로 행한 문제 행위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예컨대 재벌 최고위 인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나 사법 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 옹위형 비판 등"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법조계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조 수석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청와대의 독립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윤종구 서울고법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같은 법원 소속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서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사법부를 향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대통령 비서실은 다르다. 헌법에는 수석(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다. 대통령의 위임 없이 한 (수석의 의견) 표시는 헌법 규정에 반할 수 있고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조 수석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다음은 강민구 판사와 윤종구 판사가 쓴 글 전문(全文).

[모든 판사님께 드리는 개인적 소회의 글-강민구 판사]

이 글도 큰 용기를 내서 적습니다. 이 글로 이제 저는 마무리하고, 더 이상 이 문제 논쟁의 링 위에 오르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저로 인해 근심을 안겨 드려 송구한 마음입니다. 재판업무만 해도 다들 한 짐인데 더욱 죄송합니다.

첨부는 일별에 편리하도록 정리한 것입니다. 기록과 역사를 위해 첨부를 남깁니다.

저는 해와 달(밤샘조사, 논스톱재판 철폐)을 가리키는데 다들 손가락(타이밍, 인간관계, 악의적으로 왜곡된 구설수)을 가지고 저를 비난합니다. 이 점 지적할 때 다 예상하고 한 일입니다.......

하지만, 모 수석이 가담하리라 하는 점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 분에게는 아래를 이야기 해 주고 싶으나 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혹시 개인적 인연이 있는 분은 참조바랍니다.

그렇다고 저도 똑같이 SNS(저는 폐쇄한 상태임)에서 공격하기는 싫습니다.... 의견이 있으신 분은 개인카톡이나 문자, 이메일 어떤 것도 좋지만, 너무 격렬한 논란은 피하기 위해 이 글에 대한 댓글 기능은 제가 제한했습니다. 이 점도 혜량 바랍니다.......

그토록 본인 저술 교과서에서조차 밤샘조사 철폐 주장했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그럴 것이 아니라 이 참에 제 주장에 동참하여(더구나 금태섭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주장중) 자신의 수사기관 총괄하는 지위에서 당장 지금부터라도 악습철폐에 나서는 법적, 공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법을 위한 변명 그리고 법관과 대통령 – 윤종구 부장판사]
 
1. 불기소처분(기소중지 포함)을 한다면, 항고, 재정신청, 헌법소원 절차 등이 진행될 수 있고, 공소가 제기된다면, 항소, 상고, 헌법소원 절차 등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역적으로 종국(확정)될 수 있는 시기를 알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불가역적으로 종국(확정)된 후 법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할 생각이었으나, 수사기관 수사는 끝(불가역적 종국, 확정)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법에 관한 메모,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과거 글, 메모 중에 저 자신에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동료 법관이 조금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2. 법률(제정된 법, 헌법 포함)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관은 미쉬파트, 체다카, 체데크, 디가이오쉬네(정의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헬라어)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지만, 법관이 먼저 그리고 마지막에도 서 있어야 할 곳은 법률(제정된 헌법 포함), 법입니다.
 
3. 법을 공부하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고 부끄러울 때도 많았지만, 법에 관한 모든 이야기, 글을 듣고 읽어 오면서, 법 자체에 관한 부끄러움, 헌법이 보장한 법관 자체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4. 신(성서에서는 데우스, 엘로힘, 야훼 등으로 표현)이 아닌 사람, 인간 세상의 의지도 존중되면서(이를 세속화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중세 말에 서구의 도시, 교환, 돈(화폐), 법인(person) 등이 등장하고, 이러한 제도가 현재 모습으로 바뀌어 왔고(change), 대한민국, 서울을 포함을 다양한 도시도 서구 모습과 비슷하게 되었습니다[도시가 등장한다. 도시에 필요한 공동체, 공동선, 공동지식 등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다. 도시에 필요한 돈이 등장한다. 소유(have)에서 이용(use)으로, 이용(use)에서 법적인 실체(is)로 인정된다. 이자(capital)도 인정된다. 단체가 등장한다. 단체(corporation, partnership, trust)는 사람과 같은 지위가 인정되고, 영속성도 인정된다].
 
5. 다만, 양단(兩端)이 아니라 무한(無限)을 인정하면서, 신(성서에서는 데우스, 엘로힘, 야훼 등으로 표현)은 인간 세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그 대신 돈(capital)의 축적은 무한으로(종자, 씨앗에서 시작하여 자라는 식물은 그 성장이 유한이고, 신이 창조한 것이나, 종자, 씨앗 개념에서 유래한 capital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발생하고 무한임), 법인(法人)은 세속적인 영원성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6. 신(성서에서는 데우스, 엘로힘, 야훼 등으로 표현)은 언제나 사람, 인간 가까이 있고, 법인(法人), 단체 등은 기본권 질서 내에서 권리를 보장받고 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7. 인권 질서, 기본권 질서, 국가 질서, 세상 질서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법률(제정된 헌법 포함), 법은 위 4가지 질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8. 법관은 듣고 보아야 합니다. 배심원과 달리 법관이 듣고 보는 시기, 방법에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듣고 보는 것은 하나의 과정입니다. 듣고 보는 것에 아무런 제한은 없지만, 법관은 듣고 본 것으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제정된 헌법 포함), 법과 공통된 지식에 따라 재판을 하여야 합니다.
 
9. 새로운 모델이 여전히 독일 연방으로의 가입(통일) 방식(단일 국가 방식)인지, 솔로몬왕이 사망한 후에 다윗왕과 솔로몬왕으로 이어지던 이스라엘 왕국이 남왕조(유다), 북왕조(이스라엘)로 분단되어 2개의 국가로 존재한 이스라엘 모델인지, 여러 도시 간 연합인지, 2개의 국가 간 연합인지, 영국과 스코틀랜드 연방 모델인지를 알 수 없으나, 대한민국 법원에 밀려올 새로운 유형의 사건(인정된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인정된 국가의 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 인정된 국가의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 등)에 관한 연구, 공동지식 선행 확인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영토 조항은 1948년에 처음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 헌법(개정 조항)에 규정된 조항입니다. 현재는 대한민국 헌법만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영토 조항과 새로운 모델의 충돌 해소에 관한 연구, 공동지식 선행 확인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구약 성서(성경) 시기 이스라엘 모델의 전제인 국가 인정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그중 영토 조항) 승계 관계에 관한 연구, 공동지식 선행 확인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10.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 기념식,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의 각 기념사,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대화에도 법률(제정된 헌법 포함) 해석과 적용에 관한 이야기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행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관의 인사권자(직접, 간접)이기에 위와 같이 구체적인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가능하나, 헌법 제81조, 제82조의 규정과 그 취지에 따르는 발언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헌법기관장으로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관의 인사권자(직접, 간접)라는 지위도 함께 고려하고 법관,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헌법가치에 부합하여야 합니다.
 
11.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은 다릅니다.
 
12. 헌법은 대통령, 법관을 모두 권력을 가진 기관, 권위를 가진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가지는 권력・권위도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사법권, 법관이 가지는 권력・권위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푸코, 데리다, 아렌트가 이야기하는 Macht, Gewalt(power, force)는 독일 기본법(헌법)의 공식 단어이고, 권력, 권(입법권의 권, 사법권의 권)도 대한민국 헌법의 공식 단어입니다.
 
13. 대통령도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권력자입니다. 권력자라는 사정을 반영하여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제64조 제1항).
 
14.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에 관하여 규정을 하면서 대통령 비서실에 관하여는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조직법 제14조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을 둔다. 대통령비서실에 실장 1명을 두되,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는 있지만, 수석 등에 관한 어떤 규정도 없으며, 명시적인 위임 규정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에서 세부적인 규정이 있지만, 헌법 정신은 대통령이 하는 행위만이 허용됩니다(헌법 제81조, 제82조 등 참조). 대통령으로부터 위임을 받거나, 대통령의 결정 전에 자료, 정보를 모으기 위한 과정, 대통령의 결정을 국민에게 설명하기 위한 과정은 대통령의 헌법적 지위에서 도출될 수 있지만, 대통령의 결정이나 판단과 동일한 취지를 위임이 있었음을 설명함이 없이 직접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헌법적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아니합니다.
 
15.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비교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의견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트윗을 선택하였다고 하여 이러한 방식이 헌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16. 누가 보더라도 판단, 의견이 기재된 표시가 있는 경우, 이러한 표현은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표시이거나, 대통령의 위임 없이 한 표시일 것입니다.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표시이더라도 헌법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대통령은 인사권자(직접, 간접)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법관, 사법부 독립에 부합되게 행사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대통령의 위임 없이 한 표시라면 이는 헌법 규정에 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 정부조직법,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지위에서 법관, 사법부 독립과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 사법권(헌법 제101조)은 사법권력, 사법권위를 줄인 말입니다.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헌법 제108조) 제정도 사법권 일부입니다. 헌법이 규정한 사법권은 현대의 법 정신, 이론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러한 헌법 조항으로부터 법관 독립, 사법부 독립, 사법행정의 자치 등이 보장됩니다. 헌법기관이 의견을 표명할 때도 이와 같은 헌법 규정 취지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헌법기관이 아닌 기관 등이 의견을 표명할 때는 이와 같은 헌법 규정 취지가 분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18. 법 이야기는 제가 더 좋은 재판, 바른 재판을 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과 그 전달을 부탁드립니다.
 
19. 사람 중심의 법(인권선언이 대표적임), 조직 중심의 법(초기 헌법, 단체법 등)으로 구분되나, 현대에는 사람 중심의 법, 조직 중심의 법 모두가 필요합니다. 법원 조직에 관한 법뿐만 아니라 법관에 관한 법도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조직법 개정 이야기는 많지만 법관법 제정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법관법도 제정되어야 합니다.
 
20. 제 공부의 마지막 단계인 법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과 제도에 관한 개정안이 어느 정도 분명해지면, 개정안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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