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美北정상회담·김정은 서울 답방 연내 실현 멀어지는데 靑 낙관론 피력
靑 "文 대북제재완화론, 오히려 美 도운 것" "유럽순방 기대보다 잘돼" 자화자찬
'내년 1월 이후 2차 美北정상회담' 익명 관계자 발언 치부한 靑, 공개 확인한 美 볼튼
제3국 英의 FT는 한미관계를 '막후 외교 결투' 비유하며 "70년 동맹이 위험에 빠졌다"

2차 미북(美北)정상회담이 내년 1월로 늦춰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 정권과의 종전선언, 이를 기반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연내(年內)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중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청와대 참모진들은 언론 등에 "두고 보라"며 덩달아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최근 7박9일 유럽 순방 중 제기했던 대북(對北) 제재 완화론이 'CVID 원칙'을 못박은 프랑스·영국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을 비롯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51개국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이번 순방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인 22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낙관적이다. 참모들이 걱정을 말하면 오히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틀에서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남북 관계는) 사실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지는 면도 있지만 솔직히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7박9일 유럽 순방 전후 잇단 대북제재 완화 요구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견이 표출됐다는 취지의 질문에 "한·미동맹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절차적으로 좀 다를지라도 가는 방향과 목표가 같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를 신뢰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기 못 하는 대북제재 완화 같은 이야기를 한국 정부가 앞서 해주고 있다고 강변한 셈이다.

고위관계자는 유럽 순방 결과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잘됐다"고 자평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현 단계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중국·러시아와 달리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에 따라 나중에는 제재 완화에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방북 당시 많은 합의를 해왔기 때문에 (미북이) 만날 때가 됐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3~4군데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미 고위당국자가 2차 미북정상회담의 내년 1월 이후 개최를 언급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1월 이후 2차 북·미 회담이 이뤄진다는 건 어디까지나 미 정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것이어서 확정된 게 아니다"며 "현재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북·미 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미북 정상회담과 김정은 서울 답방이 연내에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고 김 위원장 답방도 예정대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만 했다.

한편 청와대 참모진이 계속해서 낙관적 시각을 드러낸 것과 달리,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북한에 관한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70년 동맹을 위험에 빠트리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북한 비핵화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방법상의 차이로 인해 70년 된 한미동맹이 위험에 빠졌다"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긴장상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FT는 지난 몇달간 한미 관계를 "막후에서 외교적 결투를 벌여왔다"고 비유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세계로부터 유리된 은둔정권(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자는 한국의 잠정적 제안을 '그들(한국)은 우리의 허락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신랄한 비난으로 차버렸을 때 미묘한 (한미공조 균열) 움직임이 세상에 드러났다"며 "그들의 70년 동맹을 해치는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해 신속히 합의에 도달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유익한 경고였다"고 진단했다. 한미동맹의 균열을 북한과 중국이 환영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NSC)보좌관.(사진=연합뉴스)
'슈퍼 매파'로 분류되는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NSC)보좌관.(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익명 관계자의 미확정 발언'으로 치부하며 2차 미북정상회담 내년 1월 이후 개최를 부인했던 것 역시 22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NSC)보좌관이 공개 확인하면서 만 하루도 안 돼 반박당한 격이 됐다.

볼튼 NSC보좌관은 이날 러시아 라디오 방송 '에코 모스크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김정은을 새해 1월 1일 이후에(probably after the first of the year)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볼튼 보좌관은 6.12 미북정상회담 두달도 채 안 돼 북한 비핵화에 진척이 없어지자 지난 8월5일 미 폭스뉴스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이 4월27일 판문점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폭로해 관련 내용에 '침묵'하던 문재인 정권을 에둘러 압박한 바 있다. 

자신이 한달여 전인 7월1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년 내 북한 대량살상무기·핵 프로그램 대부분 해체'를 거론한 배경을 설명하면서였다. 이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의 1년 내 비핵화 구상을 직접 들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미 행정부가 전해들었다는 해석으로 귀결됐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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