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문제발언'에 사과는 없고 분노와 억울함 표출
김규리, 2008년 광우병 파동때 "광우병 소를 뼈채수입?...차라리 청산가리를"
최근엔 대종상영화제 및 문 대통령 참여한 '한·불 우정콘서트' 사회맡기도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 홍보대사 위촉 등 문 정부 출범 이후 활발한 활동

2008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파동' 당시 이른바 '청산가리'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배우 김규리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규리는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 55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배우 신현준과 함께 사회를 맡았다. 이와 관련해 영화예술축제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의 얼굴이기도 한 대종상 사회자로 김규리가 선정된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 김규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한 '한·불 우정콘서트'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또 지난 9월 5일 서울 상암 문화광장에서 열린 DMC 페스티벌 2018 개막특집 ‘슈퍼콘서트’의 사회를 맡아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2월 13일에는 CJ CGV가 후원하고, 패션 매거진 마리끌레르가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영화제인 ‘제7회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이외에도 그는 7월 13일 2018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 홍보대사에 위촉됐고, 6월에는 국내 유일 민화 전문 아트페어인 ‘제 2회 민화아트페어’의 홍보대사로도 위촉된 바 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를 관람한 뒤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과 사회를 본 배우 김규리 씨와 환담하고 있다. 2018.10.15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를 관람한 뒤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과 사회를 본 배우 김규리 씨와 환담하고 있다. 2018.10.15

김규리는 앞서 개명 직전에는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08년 5월 1일 배우 김민선(후에 김규리로 개명)은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려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김민선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라고도 했다.

광우병 파동 당시에는 일부 정치편향적 연예인들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여론을 왜곡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김규리의 ‘청산가리’ 발언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은 현재는 허위‧왜곡으로 드러난 ‘인간 광우병에 걸린 여성의 죽음 등’을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영해 국민 불안감을 고조시킨 이틀 뒤의 발언이었다. 
 

당시 쇠고기 수입업체는 MBC와 PD수첩 제작진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라고 표현을 했던 김규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2월 9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김성곤 부장판사)는 “김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은 쇠고기를 먹지 말자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단순히 감상을 적은 글로 이것을 두고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김규리는 비난의 대상이 되며 억울함과 피해사실을 강조해왔다. 김규리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미인도’ 개봉 전인 2011년 3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이슈는 내가 아니라 주변과 언론이 만든 거다. 연예인이기 전에 정정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국민의 건강에 대한 그 정도 발언은 할 수 있지 않나”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2017년 9월 12일 인스타그램에 “이 몇 자에...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 데 사용되었다니”라며 억울함과 분노를 표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청산가리" 운운 발언에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다.

김규리는 2017년 9월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편에 출연해 2008년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비판글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랜 시간 악성댓글에 시달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규리는 “거듭된 죽으라는 악플에 자살 시도까지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며  “그 누군가가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사이에서 왜곡했다”고 털어놨다. 
 

2017년 9월 24일 김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08년 5월1일에 썼던 글 전문입니다. 국민의 건강권은 보수적으로 지켰으면 했고 검역주권 포기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서 썼던 글입니다”라며 과거 문제가 됐던 글을 다시 게재했다. 이어 “저는 그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9년하고 5개월. 젊은 치기에 쓴 글입니다. 십년이면 글의 대가는 충분히 치른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혼란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치기어린 발언에 과도하게 인신공격으로 이어져서는 안되지만, 자신이 일정 책임질 부분에 대한 언급없이 피해사실만 부각하며 혜택을 받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현재 관점에서 김규리란 인물이 시상식 사회자의 역할이나 자격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 이해관계에 따른 보상적 성격’이라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자자‧제작자 및 대중의 선택 등 문화시장과 괴리된 과도한 ‘보상적 차원의 결과’가 지속된다면 이는 결국 자신들과 유대감 깊은 인원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돼 정치적인 끈끈한 연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또다른 차별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인 1월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6.10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확실히 책임지고 벌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적인 성향이나 또는 정치적 의사 표현 때문에 예술 지원에서 차별을 받거나 예술 표현의 권리에서 억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각각 선물을 준비했는데, 김규리에게는 ‘동양화 붓’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