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한 공군 연합 항공차단 작전에서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미국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함께 비행하고 있다(미 국방부).
지난해 8월 미한 공군 연합 항공차단 작전에서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미국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함께 비행하고 있다(미 국방부).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남북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군사분계선(MDL)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한미연합군의 전투력과 방위태세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결국 한국 측 결정을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은 군사분계선 상공 비핵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군 당국도 우려할 일”이라며 “한미 연합군의 군사력과 방위태세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MDL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실시돼온 한미연합공군훈련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북한군을 방어하기 위한 한미 연합군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맥스웰 연구원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DMZ 일대 북측 활동에 대한 한미 간 정보·감시정찰(IRS) 역량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연합군과 동일한 수준의 IRS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쪽은 미국과 한국 군”이라고 강조했다.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소장도 VOA에 “비핵금지구역 설정으로 DMZ 일대 북한 측 움직임을 감시하는 한미 군 IRS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 미국의 첫 번째 우려”라며 “미국은 한국과 방위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군 역량에 변화를 주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는 한미 양국의 긴밀한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VOA에 “미국은 비핵금지구역 설정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만약 판문점 인근에서 미군이 부상을 당하면 구조작업을 위해 즉각 헬기를 띄어야 하는데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이런 활동조차 제약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안보뿐만 아니라 이러한 의료 관련 사안도 간과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또한 베넷 연구원은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긴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도 미국의 우려를 샀다”며 “북한은 한국 내 잠입을 위한 특수부대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무인항공기나 무인정찰기(드론), 또는 헬기를 이용해 북한 측 움직임을 감시해야 하는데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드론을 저고도로 띄우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약 2주 후에 열리는 한미 안보군사협의회와 한미 외교,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담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가 세부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한국 군 당국과 정부가 유엔사와 미 국방부와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고 북한과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미 고위 당국자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미 문제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치길 원하지 않고 또한 협상과정이 지속되길 원하기 때문에 결국 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을 준수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사 소장도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한 우려를 한국 측에 전달하겠지만 결국 한국과 북한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측 의견을 수렵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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