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된다고 공채 정원 안 준다"던 박원순 언급과 정반대
작년 5월 통합때 계획…두달 뒤 박원순 무기직 2442명 정규직化 발표 후 감축대상 폭증한 듯
교통공사 측 공채 대폭 감축계획 인정하면서도 "공사통합後 자연 감소하는 것"
공사 측, 중앙일보에는 "구조조정할 수 없어서 공채 줄이는 것" 밝혀
"공사 정원 1만7084명 중 1912명 친인척, 조사 응답률 99.8" 공사 해명 이상 드러날 듯
교통공사 "언론·각계 접촉 있을 경우 취재 응하기 전 허가받아라" '직원 입막음' 정황도

임직원 친인척 고용세습 의혹을 받는 '박원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까지 공채 선발 인원을 1029명 줄일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 친인척을 정규직화하느라 공채 인원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찍이 현실화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교통공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 측은 지난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2016년 5월)를 계기로 한 '안전인력 직영화' 등을 위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할 때 "경영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들며 "2020년까지 인력 운영 효율화를 통해 1029명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 19일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구조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채 1029명을 줄이는 것"이라며 "퇴직자 인원만큼 공채 인원을 선발해 왔는데, 퇴직자에 비해 공채 인원을 덜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사 측이 1029명 감축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이는 공채 선발 대규모 감축으로 쉽사리 예상되지 않았다. 교통공사가 올해 발표한 '2017년 경영실적 보고서'에도 중장기 채용 전략으로 '청년들의 지속적 채용으로 직원 고령화 보완'이라는 대목이 들어 있다. 

교통공사 안팎에서는 인원 감축이 비정규직의 대거 정규직화와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통해 산하기관의 무기계약직 전원(24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1285명이 올해 3월1일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교통공사 정원은 1만5674명에서 1만7306명(올해 공채 인원 655명 포함)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정원 감축을 계획해 놓고 교통공사의 '윗선'인 박원순 시장의 방침에 따라 비(非)공채 방식으로 정규직 정원 늘리기에 나선 결과, 결과적으로 감축 대상 인원이 늘어 공채 인원 대폭 감소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시험 난이도가 '합격률 94%'에 이를 정도로 낮은 점을 파악한 뒤 당초 거부하던 전환시험의 추가실시를 요구하는 민노총 산하 교통공사 노조 측 농성장을 직접 찾아가 면담했다. 이후 당초 내년 실시키로 했던 추가시험이 '올해 내 실시'로 방침이 바뀌었다는 게 자유한국당 측 주장이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공채 축소는 19일 박 시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채용비리 의혹 반박과도 어긋난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공채 정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공시생·취준생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지는 것이 아니다"며 "젊은이들이 비정규직의 설움이 아닌 정규직의 당당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길은 더욱 넓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중앙일보는 또 이날 "교통공사 내부에서는 지난해 7월 정규직 전환 발표 뒤 다양한 직종에서 무기계약직 채용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발표 이튿날인 지난해 7월18일 지하철 보안관 27명, 사흘 후인 21일에도 차량 분야 안전업무직 12명의  비정규직 채용 요청이 있었으나 인사처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거부했다.

교통공사 측은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에는 무기계약직 채용을 계획하지도, 추진하지도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하다 이 신문이 채용 추진 근거를 제시하자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혀놓고 비정규직을 뽑으면 논란이 일 수 있어 추진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교통공사는 이날 공채인원 대폭 감축과 관련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계없이 공사 통합에 따른 인력조정이라고 공개 해명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2일 한 통신사에 "지난해 통합 공사 출범에 따라 2020년까지 공채인원을 총 1029명 줄이기로 했다"며 "기존 양 공사에서 중복되는 업무를 수행하던 인원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채 정원이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공채 인원은 총 655명으로 지난해 429명보다 226명 늘었다. 올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서 일반직 정원 자체가 늘어난데다 올해 퇴직자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2020년까지 퇴직자수에 따라 공채인원을 조절해 단계적으로 줄일 것"며 "내년은 올해보다 공채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올 3월 일반직으로 전환한 1285명 가운데 '적어도' 108명(8.4%)이 사내에 6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인원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고용세습 논란에 휩싸여 있다.

논란이 일자 공사 측이 내놓은 자체 조사에 따르면 공사 정원 1만7084명 가운데 11.2%인 1912명이 친인척과 근무하고있는 것으로 드러나, '가족공사냐'는 빈축마저 사고 있다. 이 조사 수치조차 "전체 직원 중 99.8%가 응답했다"는 공사 측 기존 설명과 달리 139개 부서의 강제성 없는 자체 조사를 토대로 내놓은 것이어서 친인척 채용 비중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 10월18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추궁하던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 및 의원들은 서울시청을 집단 항의방문해 고용세습 의혹 엄중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교통공사가 수세에 몰리자 급기야 직원들의 언론과의 접촉마저 통제하는 공문을 내려 '직원 입막음'에 나섰다는 폭로도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22일 오후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공문 내용은 언론 취재요청이 있을시 공사 홍보실에 사전승인을 받고 홍보실의 확인 후 취재 협조를 하고, 취재 종료 후에는 동향보고를 하게 돼 있다. 지하철 역 등 근무현장에서 언론 접촉이 있을 경우 취재에 응하기 전에 홍보실에 허가를 받으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무실과 현장에서의 언론 대응 절차는 상당히 구체적이며, 공사가 다분히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직원들의 언론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검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교통공사는 직원들의 언론접촉 통제뿐만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 등 국민을 대신하는 각종 단체들과 접촉할 때도 사실상 허가를 받아 움직이도록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며 "교통공사는 이번 채용비리 사건이 직원들에게 재갈을 물려 침묵하게 한다고 해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고 5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한다는데, 왜 우리 청년과 국민들은 이상하게도 취직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이유를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며 "또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회가 행하는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교통공사의 이같은 행태는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입막음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박 시장은 이번 교통공사의 채용비리 문제를 감사원 감사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짚었다. "과거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네번이나 했지만 정권마다 결과가 다 달랐다. 정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는 감사원에 맡기려는 것은 본 사안을 덮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시간끌기이자 진실규명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고용세습과 채용비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교통공사의 언론통제 행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국정조사 등의 절차를 통해 비리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밝혀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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