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비정규직 제로' 맞물린 서울교통·국토정보·인천공항공사에서 노조 등 인맥채용 잇달아
민노총 소속 노조원 기획입사 의혹, 정규직 전환시험 응시 거부·방해 정황도
직원 1만7084명 99.8% 조사했다던 서울시·교통公, 졸속 해명 드러나
공항公 협력업체 16곳 부정채용 53인 연루…권력형 채용·노조 권력 배후 고속승진 등 의혹
국토정보公 측량보조인력 직원 친인척 기간근로자 19명이 정규직 전환…전환 총원 공개않는 公

박원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前 서울메트로)와 같은 지방공기업은 물론 한국국토정보공사,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등 국가공기업 관련 '재직자 인맥 채용' 비리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친·인척 채용이 대부분을 차지해 '고용세습' 의혹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미 2015년부터 공공기관 재직자 1인당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을 넘어서는 '신의 직장'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문재인 정권에서 더욱 가파라진 '고용 절벽' 시대에 한층 충격적인 소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일성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계기인 데다, 민노총과 중앙·지방권력의 유착 정황과 맞물린 사례가 적지 않아 야권에서는 '정권 차원의 채용비리 게이트'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야당 국회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등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 결과 발표 관련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큰 만큼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선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고 부정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도 채용 취소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드러난 채용비리에 대해 일회성 조사나 처벌로만 끝내지 말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민간기업까지 확산시켜 우리 사회에 고질화된 채용비리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야당 국회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등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 결과 발표 관련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큰 만큼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선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고 부정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도 채용 취소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드러난 채용비리에 대해 일회성 조사나 처벌로만 끝내지 말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민간기업까지 확산시켜 우리 사회에 고질화된 채용비리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을 들어 "이번같은 총체적 채용비리가 재발한다면 해당 공공기관과 함께 주무부처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12월11일 수보회의에선 조사 중간결과 발표를 계기로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큰 만큼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선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고 부정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도 채용 취소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아울러 "드러난 채용비리에 대해 일회성 조사나 처벌로만 끝내지 말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민간기업까지 확산시켜 우리 사회에 고질화된 채용비리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었다. 올해 3월 중순 들어서는 야당 국회의원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연루된 강원랜드 직원 209명에 대해 사측이 일괄 '채용 취소' 처분을 내리기까지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채용비리를 저지른 임원의 신상 공개를 뼈대로 하는 '채용비위 행위자의 명단 공개 내용 및 절차' 조항을 새로이 포함시킨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이달 들어 해당 의원들(권성동·염동열)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대통령의 '채용비리 엄단' 방침이 엉뚱한 곳만 향한다는 비판을 사지 않으려면, 노조권력 및 중앙·지방권력이 얽힌 공공기관 '인맥 채용'에도 엄중한 대처를 해야 할 터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의원(비례대표·초선)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1일자로 정규직 전환한 무기계약직 1285명 중, 공사 측의 낮은 자체조사율(1만5000명 중 11.2%)에도 불구하고 108명이 정규직 재직자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서울 양천구을·3선)이 당 차원의 폭로전(戰)을 주도하면서 ▲교통공사 측이 재직자 가족관계 자체조사에 나서자 민노총 산하 공사 노조가 방해해 조사율이 11.2%에 그쳤다는 의혹 ▲올해 3월 정규직 전환된 2016년 9월~12월 무기계약직 입사자 중 구(舊)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기획 입사'해 민노총 산하 노조지부를 만들고 노사협상 당사자 지위에 올랐다는 의혹 ▲민노총 측이 무기직→정규직 전환시험을 '무조건 합격'해달라고 요구하며 응시 거부·방해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의혹 ▲정규직 전환 관련 노사협상 과정에서 불법 점거시위를 벌이거나 사측에 폭력을 행사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이에 교통공사와 '윗선'인 서울시 측은 공사 측이 99.8%의 응답률로 사실상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면서, 한국당이 거론한 11.2%는 1만7084명의 전(全)직원 중 친인척 관계인 1912명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조사율 11.2%라는 공사 실무자 언급은 '실수'였다는 게 서울시와 공사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한국당 측은 당 관계자와 통화한 해당 실무자가 '교통공사 인사처 인사 운영과장'이었음을 밝히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공박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와 서울교통공사 인사처 인사운영과장 간 전화통화 내용 요지.(사진=자유한국당 제공)

김용태 사무총장은 2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재직자 친인척이 현재까지 드러난 108명보다 더 많으면 시장직을 걸라고 했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당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압박의 고삐를 죄었다.

22일에 이르러서는 서울시와 교통공사가 강변해 온 99.8%의 조사율 자체가 '엉터리'였다는 정황이 보도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전수조사가 여태까지 실시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1만7084명 중 1912명'이라는 기존 공사 측 발표보다 친인척 등 '인맥채용' 인원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교통공사 측은 지난 3월 친인척 현황 조사 당시 "부서에서 조사를 시도하기만 해도 부원 전체를 응답자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부서 139곳 중 137곳의 보고서를 제출받아 응답률 99.8%로 발표했다.

보고서를 내지 않은 2개 부서(총원 39명) 인원이 전체의 0.2%에 해당하므로 이를 제외한 99.8%가 응답했다고 한 셈이다. 부서별 조사 방식조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사인 데다 강제성이 없어, 부서별로 몇명이 조사에 응했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게 공사 측 입장이다. 

결국 응답률 99.8%는 교통공사 인사처가 한국당이 제기한 의혹을 수습하고자 졸속 발표한 것이었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한국당은 이외에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한국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초선)의 분석을 토대로 인천공항공사, 국토정보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파헤쳤다.

21일 한국당은 김 사무총장과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이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국노총 인천공항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조합' 제보에 의거해, 정규직 전환 대상인 공항공사 협력업체 중 총 16곳에 고용세습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제보에 따르면 부정채용을 알선한 사람이 총 24명, 정규직 전환을 미리 알고 공사 직영 비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꾸는 방식 등으로 부정채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29명이다. 

구체적 사례로는 ▲보안업체 공항업무 책임자의 두 아들과 조카 4명이 문 대통령의 공항공사에 대한 정규직화 선언 전후로 해당 업체 및 이웃 업체에 취업해 경력대비 높은 직급과 처우를 받고 있는 '권력형 채용' 의혹 ▲공항공사 정규직화 선언 이후 협력업체 정직원이었던 사람이 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해 정규직화를 노렸다는 의혹 ▲남편이 노조 지회장을 맡은 협력업체 근무자가 승진 최저연수를 채우지도 않은 채 3회에 걸쳐 동급자들보다 입사연도 기준 9년이나 고속승진했다는 의혹 등이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정규직 전환 방안 확정 당시 재직자 9785명을 정규직 전환할 예정이고, 정규직화 선언 이후 협력업체에 입사한 비정규직 직원이 약 1000명이다. 간담회에서 민경욱 의원은 "이들을 전수조사할 경우 고용세습, 권력형 승진 등 채용비리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항공사는 그러나 협력업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민간기업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어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며 자체 신고센터에 접수된 의혹 중심으로 조사하겠다는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고 민 의원은 전했다. 채용 절차에 대해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고용세습 사례는 최초 기간제인 측량보조인력으로 채용돼 있던 비정규직 19명이 지난해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들은 국토정보공사에 당시 근무하고 있던 정규직원의 친인척이었고 자녀가 15명, 형제가 3명, 배우자가 1명이다. 정보공사는 아직까지도 당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측량보조인력이 총 몇명인지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민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이 된 측량보조인력을 100명으로 가정한다면 무려 20%가 자녀 등 친인척이 채용이 된 셈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며, 측량보조인력에 직원 친인척이 어떤 방법과 절차에 따라 기간제로 먼저 입사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간제로 근무하다가 곧 정규직이 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직원들이 친인척을 측량보조인력으로 부정채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국토정보공사는 세부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한 특이하게도 국토정보공사는 지난 12월에 정규직 전환을 한 직후인 지나 1월 가족세습 및 채용비리와 관련해 본사 5급 직원 양모씨를 '채용업무 부적정(담당자 과실)'으로 징계(견책) 처분했다.

한국당은 양씨에 대한 징계가 어떤 내용인지, 정규직 전환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국토정보공사는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민 의원은 또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거론, "지난해 12월 정규직 전환 당시 국토정보공사에 근무하던 정규직 직원의 자녀 15명과 형제 3명, 배우자 1명 등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친·인척 채용 비리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5월28일 서울 구의역에서 민노총 집회 참여차 상황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예비 대기자가 상황근무를 대신하는 가운데, 2인1조 규정을 어긴 채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에 나섰다가 진입한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근로자 김군(당시 19세)을 시민들이 추모했을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5월28일 서울 구의역에서 민노총 집회 참여차 상황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예비 대기자가 상황근무를 대신하는 가운데, 부득이하게 2인1조 규정을 어기고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에 나섰다가 진입한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근로자 김군(당시 19세)을 시민들이 추모했을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비정규직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2016년 5월28일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참사)을 악용해 정규직 고용 잔치판을 벌인 작태는 절대 용서할 수도, 용납해서도 안 될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일자리 나눠먹기로 얼룩진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비롯해 추가로 밝혀지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채용비리 백태에 대해선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쳘시켜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도 공조를 이뤄 22일 3당 원내대표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검찰·경찰 수사 또는 감사원 감사로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다가, '이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추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한국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정규직 전환이 확정된 비정규직 1203명 중 25명(2.1%)가 기존 임직원과 4촌 이내 친·인척이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채용비리를 감독해야 할 감사실 간부의 친인척도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21명, 국립생태원 18명, 한전KPS 11명 직원들이 기존 재직자 친인척으로서 정규직 전환됐다는 정황, 지난 4월1일 한국도로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58명중 4명이 친인척 관계라는 정황(부부 사이는 제외)마저 제기돼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론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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